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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당신은 지금 ‘상품’과 ‘소울’ 중 무엇을 팔고 있습니까

전종보기자, jjb@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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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디자이너 A는 지난 11월 초 출시한 29만9천원짜리 캐시미어 혼방 코트로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고급 사양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입소문이 나면서 발매 보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동났다. 그런데 11월 말부터 비슷한 제품이 절반 가격에 온라인에 깔리기 시작했다. A는 리오더를 포기했고, 이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방법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사례 2
디자이너 B는 힙합 감성이 짙은 스트리트 브랜드를 런칭했지만 소비층이 너무 좁고 쉽게 카피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B는 친분이 있는 래퍼들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개코, 빈지노, 도끼 등이 그의 옷을 착용한 영상과 사진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자 젊은이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B는 힙합 매니아들을 위한 커뮤니티 쇼룸을 만들고, 사이트도 리뉴얼했다. 힙합 관련 행사에는 거의 대부분 참여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스트리트 컬쳐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어패럴뉴스 전종보 기자] 상품은 카피할 수 있지만, 상품(브랜드)이 지닌 ‘소울(soul)’은 카피할 수 없다. 그 ‘소울’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게 각인된 후라면 더 그렇다.

위의 첫 사례는 온라인이나 스트리트 브랜드 업계에서 흔하디흔한 일이다. 두 번째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카피할 수 없는 브랜드의 성을 구축한 사례다. 빈지노와 도끼가 사랑하고, 매니아들이 소장하고 싶어 하는 ‘가치’는 하루아침에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품 평준화 시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가 장벽마저도 사라진 지금, 브랜드 생명을 강하게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입 장벽이 높은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스케이트보더를 위해 탄생한 ‘슈프림’
미국 서브 컬쳐의 대표주자가 되다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Supreme)은 현재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힙’한 브랜드다. 상품발매일인 매주 목요일에는 매장 앞 밤샘행렬이 이어질 뿐 아니라, 루이비통, 꼼데가르송, 노스페이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도 매번 화제를 뿌린다.

처음 ‘슈프림’을 알린 이들은 세계적 디자이너나 셀러브리티가 아닌 뒷골목 스케이트보더들이었다.

‘슈프림’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는 94년 브랜드 런칭 당시 뒷골목 스케이트보더들의 허름한 옷차림에 주목했다.

그들이 입을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의류와 보드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그는 뉴욕에 첫 매장을 열었다. 문턱을 없애고 매장에 공터를 만들어 보더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탄 채 들어와 놀 수 있도록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매장 직원 역시 스케이트보더들을 고용했다.

매장에 온 스케이트보더들은 빨간색 슈프림 로고 스티커를 온 거리와 건물에 붙이고 다녔고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하며서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서브컬쳐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다.

캘빈클라인 화보위에 스티커를 붙여 고소를 당했지만, 이는 서브컬쳐를 지향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더 열광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가 지닌 이야기와 상징성에 주목한다.

이야기를 공유하는 플래그십스토어
SNS는 이야기의 확산과 소통 창구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김인규, 김인태 디자이너의 ‘이세(iise)’는 우리나라 건축물 속 무늬와 선, 한국의 천연염색기법 등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이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사람의 눈에 비친 한국의 분위기는 매우 이색적인 매력으로 다가왔고, 이는 국내 디자이너들에게서 볼 수 없는 디자인과 색감으로 창조됐다.

데님 브랜드 ‘LAB101’은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 ‘계속적인 실험’을 추구한다.

해체한 데님을 재조합한 ‘블락워싱데님’을 선보인다거나, 리얼한 화보를 위해 제품을 착용한 몽고 유목민들을 촬영하는 시도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국내최초 24시간 무인 의류매장을 오픈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LAB101’처럼 독특한 컨셉의 플래그십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은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스트리트 캐주얼 ‘널디’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널디’의 플래그십스토어는 90년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18살 사춘기 소년 ‘널디 보이’의 집을 컨셉으로 지어졌다. 2층에 위치한 매장에는 행거가 아닌 침대, 옷장, 책상 등이 들어서 있다.

방문객들은 방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처럼 둘러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널디 보이’의 스토리에 집중한다. SNS를 통해 확산된 매장 사진은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스트리트 컬쳐 브랜드라는 점이다. 그들은 개성 있는 디자인 뿐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젊은 층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리고 그 지지와 인기는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국내 대형브랜드들도 젊은 층을 겨냥해 라인이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젊은층이 공감할만한 스토리와 컬쳐는 부재한 채 상품에만 집중한 결과다.

상품을 팔 것인가, 스토리를 팔 것인가.
 

같은 물건도 다르게
‘29CM 스토어’ 상품이 아닌 ‘이야기’를 팔다

 
온라인 스트리트 브랜드와 같은 소규모 업체의 경우, 제한된 인력으로 브랜드를 런칭해야하기 때문에, 브랜딩에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최근에는 이를 플랫폼 입점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컨셉과 타깃이 명확한 플랫폼들은 고유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특정 플랫폼 입점을 통해, 별도의 브랜딩 작업 없이 브랜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형 의류 기업이 플랫폼 입점을 적극 추진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29CM은 브랜딩 작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29CM에서는 브랜드와 상품, 할인행사 등 사이트 내 모든 것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구매 페이지에서는 각종 영상, 사진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별도의 PT카테고리를 통해 특정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컨셉에 대해 들려준다.

내부 팀을 통해 진행되는 작업임에도, 브랜드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지난해 문을 연 오프라인 편의점 ‘29CM 스토어’는 그들의 강점이 집약된 곳이다.

일반 편의점과 같이 과자, 인스턴트 제품,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품목만 같을 뿐 상품과 진열이 전혀 다르다. 직접 기획한 상품들을 판매해 일반 편의점에서 볼 수 없던 라면을 판매한다거나, 특정 제품으로 한 면을 채워 제품 큐레이션을 진행하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올해에는 제품 큐레이션을 강화하는 한편, 리패키징 사업도 준비 중이다. 상품을 29CM만의 디자인으로 다시 포장해, 29CM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 29CM을 운영 중인 에이플러스비의 이창우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할 때, 똑같은 편집매장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상품을 새로 기획하게 된 것 역시 기존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직접 기획한 상품을 팔아보자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같은 물건을 다르게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29CM의 이색적이고 다양한 브랜딩 작업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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