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기업들이 해외 브랜드의 잇단 디자인 도용 제기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영국 브랜드 ‘버버리’는 쌍방울에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과 1억원 손해배상 청구를 통보했다. 지난해부터 쌍방울의 ‘트라이’ 제품 중 문제의 소지를 발견해 판매 중단을 요청했으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쌍방울은 지난해 받은 내용증명에는 바로 회신을 했고, 이번 건은 소장의 내용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중견사까지 줄줄이 소송

버버리는 쌍방울 이전에도 지난 2002년 국내 직진출 이후 최근까지 당시 제일모직, 세정, 매일유업, 지난해 LG패션까지 십 여건의 크고 작은 소송을 진행했다.

그 중 제일모직과 세정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패소했고, 매일유업에는 승소했다. LG패션에는 3천만원을 지급 하라는 법원의 강제 조정 결정을 받았다. 모두 ‘버버리’를 대표하는 디자인인 삼선교차 체크 패턴의 디자인 도용을 문제 삼은 건이다.

LG패션과 프랑스 아웃도어 ‘살로몬’ 본사도 디자인 도용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살로몬’ 본사는 지난 달 28일 LG패션 ‘라푸마’ 워킹화가 자사 신발 디자인, 끈조임 장치 등 5개 디자인을 모방한 것으로 주장하는 경고 서한을 보냈고, LG패션은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 수법이라며 강력 반박하고 나선 것.

지난 겨울에는 고가 다운 브랜드 ‘캐나다 구스’가 크게 인기를 끌자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이 유사한 디자인의 다운 점퍼를 내놓으면서 수입사들의 대응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결국 수입 상품의 높은 가격과 가격 대비 품질로 논점이 옮겨져 문제가 커지지 않았지만 ‘코리아 구스’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캐나다 구스’의 원형 로고 등을 비슷하게 사용한 제품이 넘쳐났던 것이 사실이다.

해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간 지재권 시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사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합당한 조치’ 인지 ‘과도한 국내 브랜드 옭아매기’ 인지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소위 ‘짝퉁’에 피해가 컸던 버버리의 예민한 반응을 이해한다”고 말했고, 한 여성복 브랜드 임원은 “패션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체크 패턴을 얼마나 유사한지 따져 단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응했다.

◇버버리 소송에 엇갈린 반응

패션 업체들이 잠재되어 있는 분쟁의 소지를 무시하거나 ‘이 정도는 넘어가겠지’ 하는 안일함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소를 제기하는 쪽은 피해 보상은 차치하고 일정 부분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디자인의 유사성과 적용 고의성은 다퉈볼 문제지만 일단 디자인 도용으로 지목당한 회사나 브랜드는 결과에 관계없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특허청을 비롯해 대한 상사중재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의류산업협회, 무역위원회 등 18개에 이르는 정부 기관과 관련 단체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기업 지원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안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업계 교육과 홍보 등의 활용도는 낮은 실정이다.

한국의류산업협회 섬유패션지식재산권보호센터 이재길 팀장은 “업계전반의 지적재산권 인식이 높아졌으나 아직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 기업 스스로가 상표 도용이나 무단복제가 범죄행위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야 피해, 침해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