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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씨앤제이 ‘메이드 바이 코리아’ 100년 사업 첫발을 떼다
중국 모직물 대형사 푸쿤과 손잡고 세계 시장 진출

발행 2016년 06월 30일

임경량기자 , lkr@apparelnews.co.kr

중국 바이어들이 국내 백화점에서 고급 슈트를 접한 뒤 텍스씨앤제이(CNJ) 사무실에 오면 대부분 두 번 크게 놀란다. 처음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기업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에, 두 번째는 7만 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원단 샘플에 놀라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제조 라인과 대궐 같은 사옥의 자국 업체들에 비해 규모도 작은데 개발 능력은 갑절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찾아간 텍스씨앤제이 구로동 사무실. 아무리 봐도 20명 남짓한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는 중소기업의 모습이다.


원단 기획을 맡고 있는 이지영 상무가 기자에게 사무실 구석구석을 설명할 때까지도 다들 오후에 잡힌 바이어 상담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머리 위 복층에서는 원단 샘플을 이력화 하는 작업이 한창인데 다들 주부 사원이라고 했다. 일이 몰리자 경력 단절로 재취업이 어려운 여성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고 한다.


요즘 텍스씨앤제이는 가장 바쁜 철을 보내고 있다. 내년 봄·여름 남성복 원단 발주 상담시즌이라 하루 2~3곳의 원청업체와 상담을 소화해야 한다. 요즘 들어 여성복과 아웃도어 업체의 상담까지 늘어 일은 더 늘었다. 불황이 일상이 된 지금 이 회사의 호황 비결은 뭘까.


이 회사는 국내 남성복 모직물 외주 물량의 80%를 공급하는 업체다. 양복지를 시작으로 겨울 코트에 사용되는 방모, 우븐, 자카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텍스씨앤제이는 지난 2002년 설립됐다. 회사를 창업한 주호필 대표는 충남대 섬유공학과를 나와 89년 경남모직에서 첫 발을 내딛고 직물과 연을 맺었다.


원단 설계를 맡았던 그는 이태리 현지 직물 설계 기술 연수와 R&D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역량을 갈고 닦은 사람이다. 그래서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소재 업계의 미래는 R&D에 달려 있다고 주창하고 있다.


주 대표는 “20여명의 직원 가운데 영업하는 서너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구·개발 인력”이라고 했다. 지금도 시즌 마다 2500여 가지에 달하는 원단 컬렉션을 꾸준히 개발해 내고 있다. 이태리에서도 어렵다는 직물 개발에도 최근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이태리 로디나(Rodina)사와 원단 개발과 함께 상표까지 같이 사용하고 있다. 주 대표는 “지난해 해외 수출을 포함한 매출이 450억원, 순이익률은 10%에 이른다”고 했다.

 

강소기업의 역량은 ‘R&D’


중국 상해에서 조금 떨어진 장가항의 중국 대형 모직물 제조기업 푸쿤((PUKUN)텍스타일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최근 이 회사에 희소식이 더해졌다. 푸쿤과 ‘CNJ’라벨을 단 원단을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에 마케팅하기로 했다.


이태리의 ‘로로피아나’, ‘레다’ 등과 경쟁하게 된다. 푸쿤은 중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형 모직물 제조 기업이다. 생산 설비는 세계 일류 수준이다.


이태리, 독일, 일본 등으로부터 제직과 검사설비를 도입했고 염색과 방적까지 일괄생산 인프라를 갖췄다. 인프라 면에서는 유럽의 원단 기업과 대등한 수준이다.


이런 푸쿤도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개발 능력이다. 품질은 좋은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내놓을만한 트렌드 소재가 없다는 게 항상 발목을 잡은 것이다. 고급 양복지와 코트감, 캐주얼 재킷 등 남성복 브랜드가 사용하는 패션 원단의 트렌드 정보에 느리고 대응할만한 상품이 없었다.


주 대표는 “연간 1천만 미터의 소모와 2백만 미터의 방모를 생산하는 푸쿤이 자체 원단 개발팀을 이관 할 테니, 양복지 개발에 전념해 달라고 찾아 왔다. 대신 생산은 직접 맡겠다”고 말했다.


양 사 간의 제휴로 생산된 원단은 미국, 유럽, 동남아 시장은 물론 한국 시장에 내다 팔기로 합의 했다. 목표는 2020년까지 각국을 합쳐 1천만 미터 수주다. 재킷으로 치면 400만장이 넘는 수량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푸쿤이 일 년 동안 생산하는 양복지의 규모가 추가되는 양이다.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로 올라선다는 두 기업의 목표가 분명해진 것이다.


이미 이번 시즌 푸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CNJ’라벨의 원단이 국내 바이어들에게 소개 됐다. 가격은 종전보다 더 낮아 졌다.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사실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품질이 좋다.


주 대표는“CNJ 원단은 중국산이 아닌‘, 메이드 바이 코리아’”라고 강조한다. 그는 “제조를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공장 없는 제조 기업’이 앞으로 새로운 성공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메이드 바이 코리아’…공장 없는 제조 혁신

 

많은 국내 원단 업체들이 한계를 일찍부터 느끼고 독자적인 상품과 기술 개발 등을 시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텍스씨앤제이의 경우 기술력 하나만으로 중국 대형 기업과 손잡은 첫 사례여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중국은 섬유 패션 스트림 간 외국계 기업과의 기술 제휴 등 발 빠른 전환을 하고 있다. 수출 산업인 섬유 역시 정부의 육성책에 따라 고부가 사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사실 합자 생산은 양날의 칼이다. 당초 목적은 선진 직물 개발 업체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겠다는 것이었지만 원단을 대충 만들어도 워낙 잘 팔리니 중국 대형 직물 업체들이 R&D 투자를 게을리 했다.


오히려 국내 업체들이 기술개발 등에 더 앞장서 왔다. 기술 축적은 그래서 국내 업체가 중국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중국 업체들이 부쩍 국내 제조 기업과의 공동 사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주 대표는“우리가 뛰어난 기술과 제품을 전수해주면 언젠가는 그 지위도 박탈당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우려는 바보 같은 소리”라고 지적 했다. 그는 “트렌드가 매번 변하는데 기술 한번 전수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키워지는게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원단 브랜드를 향해


텍스씨앤제이는 매 시즌 2천여 종의 원단을 개발한다. 보유한 샘플만 7만점으로, 지하 창고에 보관된 샘플까지 꺼내면 30만 종이나 된다고 했다. 남성복 슈트와 코트가 다들 비슷해 보여도 아직 트렌드는 계속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제조 방식과 기업 간 경쟁 룰이 완전히 바뀌는 상황에서 여전히 기존 방식에 안주하며 변화를 관망하는 자세로는 더 이상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텍스씨앤제이는 이론적으로도 제조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모두 갖춘 듯 보였다. 인프라 구축, 기술 개발, 전략적 비전 등이 모두 견고했다. 인프라는 중국의 푸쿤을 활용할 것이고 기술 개발은 매월 수억원의 R&D 투자로 지속될 것이다.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과 전략적 비전은 미래 100년의 기틀을 받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텍스씨앤제이의‘글로벌 브랜드’를 향한 비전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한 직원은“세계 4대 컬렉션에서 CNJ 원단을 사용하는 브랜드를 만나는 상상을 매일 한다. 지금은 멀고도 힘든 얘기로 들리겠지만, 우리는 이미 도전을 시작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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