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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SPA 진출11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시장 점유율 5%의 3대 SPA … 패션 소비 대전환을 이끌다

발행 2016년 11월 30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2005년 9월 일본을 대표하는 SPA‘ 유니클로’가 국내에 진출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인천점, 롯데마트 월드점 등 3곳에 200평대 규모로 문을 연‘ 유니클로’의 모습은 그 자체로 위풍당당 했다.
창고식으로 쌓아놓은 수많은 옷들, 저렴한 가격, 정갈하게 움직이는 수십명의 판매사원, 매장당 계산대만 4~5개, 계산대에는 길게 늘어진 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의류 매장의 풍경이다. 이 3개 매장이 9월 한 달간 올린 매출은 16억5천만원. 10월에는 18억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글로벌 SPA의 한국 시장 진출이 시작됐고, 2008년 자라, 2010년 H&M이 줄줄이 입성하며 한국의 패션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 9월로 글로벌 3대 SPA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만 11년이 지났다. 이들 3개 브랜드의 매출은 지난해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패션연구소가 내놓은 2016 패션시장 전체 규모 전망치 38조329억원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점유율도 점유율이지만 이들이 바꾸어 놓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이들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가치와 전략은 국내 패션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 가치소비의 확산


지난 10여년 패션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가치소비’의 확산이다. 백화점과 브랜드라는 예쁜 포장을 중요시하던 소비자들은 점점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가방은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명품을 들고 다니지만 옷은 자라나 H&M 등 비교적 저렴한 브랜드를 선호한다.


실제 백화점에서는 저가와 고가로의 소비 쏠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해외명품 신장률은 2013년 7.8%, 2014년 10%, 2015년 18.1%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도 17.2%를 기록했다. 백화점 자체 신장률을 훨씬 웃도는 실적이다. SPA도 마찬가지.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기에는 소비자들이 상향 소비를 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중요시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브랜드’보다는 ‘합리성’을 중요시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소비 패턴은 더욱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SPA들은 이러한 합리성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 수백평대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과 빠른 트렌드, 합리적인 가격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품질도 우수하다. 때문에 전 세계 소비자들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도 이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SPA 빅3 성장 어디까지

 

유니클로, 자라, H&M의 한국 시장 매출 실적 추이(표1)를 보면 3개 브랜드 모두 후진 한 번 없이 전진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는 2012년까지 매년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고, 국내 시장 진출 10년 만인 지난해 ‘패션 단일 브랜드 1조원 매출’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국내 패션 역사상 최초다. 지금도 유통망 확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8월(회계연도) 마감 기준 155개에 11월말 현재 179개로 증가했다.


자라와 H&M도 큰 폭의 성장은 아니지만 유통망을 꾸준히 넓혀가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자라는 43개 매장에서 290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들어서 점포당 20~30%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H&M은 유니클로와 자라에 비해 확장 속도는 늦다. 지난해까지 27개 매장을 열었고, 현재 28개다. 올해는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무난하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 유니클로의 ‘프로덕트 마케팅’

 

유니클로는 뛰어난 광고 전략이 강점이다. 그 중 ‘프로덕트 마케팅’과 ‘주입식 광고’를 살펴보자.


‘히트텍’은 지금의 유니클로를 만든 대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누계 판매량이 4000만장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히트텍은 유니클로를 경험하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히트텍을 통해 유니클로를 경험하게 만들고 새로운 소비층으로 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프로덕트 마케팅은 패션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략이다.


MLB와 게스, 지오다노가 오랜 기간 캐주얼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것도 모자는 MLB, 청바지는 게스, 셔츠·면바지는 지오다노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심어줬기 때문이다. 카이아크만이 최근 몇 년 동안 겨울 시장을 장악했던 것도 야상점퍼라는 확실한 아이템을 쥐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니클로의 이러한 매개체는 히트텍만이 아니다. 캐시미어, 후리스 등 시즌별로 특화 아이템을 꾸준하게 개발 중이다.

 

 

주입식 광고 전략의 승리

 

주입식 광고는 저돌적일 만큼 공격적이다. 유니클로는 한국 진출 첫 해부터 매출의 5~6%를 광고비로 쏟아냈다. 국내 기업들의 2~3%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다. 지난해에도 359억원을 광고비로 사용했다.


특히 TV광고와 옥외광고를 통해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주입시키듯 알리고 있다. 버스쉘터를 일례로 들 수 있는데 서울시내 버스쉘터는 2400여개 면으로 ‘유니클로’는 매 시즌마다 수백개의 면을 사용하고 있다. 한 때 900면, 40% 가까이 사용하기도 했다. 버스를 타고 10정거장을 가는 동안 ‘유니클로’ 광고를 4번은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고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어떠한 글로벌 기업도 이런 투자는 없었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유니클로가 자연스럽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 ‘유니클로’라는 네이버 키워드 검색 건수는 월 300만건을 훌쩍 넘는다. ‘유니클로 히트텍’, ‘유니클로 후리스’ 등 관련 검색어까지 합치면 400만건에 달한다. 대중적 문화인 ‘영화’가 90만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패스트 패션을 넘어 '패션의 새로운 공식’으로

 

자라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패스트(Fast)’다.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는 시즌 전 수요와 니즈를 미리 예측해 선 기획을 진행하지만 자라는 전 제품의 15~20% 정도만 선 기획하고 나머지 75~80%는 매장에서의 반응과 의견을 반영해 2주 단위로 상품을 공급한다.


오늘의 트렌드를 내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이것은 ‘자라’만이 가진 힘이자 경쟁력이다. 자라코리아에 따르면‘ 자라’의 시즌 판매율은 90%, 정상 판매율은 80%에 달한다. 굳이 세일을 안 해도 소비자들이 망설임 없이 구매를 한다는 얘기다.


어떤 인기 상품도 추가 공급을 안 하기 때문에 ‘오늘 안사면 내일 살 수 없다’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소비자들은 ‘이 디자인은 흔치 않아’라는 희소성의 가치마저 느낄 수 있다.


자라의 재고회전율도 한 번 보자.(표 참조) 재고회전율은 패스트 패션의 경영지표라고 할 수 있다.


자라는 패션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자라코리아의 재고회전율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평균 19.2회전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23.3으로 크게 높아졌다. 국내 패션업체들은 평균 3~4회전 수준이다.


그만큼 자라의 상품회전율이 빠르다는 소리다. 때문에 타브랜드의 고객들은 연 3~4회 정도 매장을 방문하지만 자라의 고객들은 10회 이상 방문할 정도로 빈도수가 높다고 한다.

 

‘매장’ 그 자체의 광고

 

H&M은 규모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2010년 2월 H&M은 명동 눈스퀘어에 800평의 매장을 오픈했다. 당시 단일 브랜드 매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후 2014년 10월 제2롯데월드몰에 20호점을 열기까지 평균 600평대 규모를 고집해왔다.(자라와 유니클로는 200~300평대를 기본으로 열어왔다)

 

H&M은 어느 국가의 진출이건 초반 20개까지 매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비자들에게 H&M이 어떤 브랜드인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때문에 충분한 자본력을 갖췄음에도 국내에서 20개 매장을 열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이 매장에는 남성, 여성, 키즈, 잡화까지 2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풀 컬렉션이 다 들어가 있다. 다양한 컨셉과 아이템, 합리적인 가격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  SPA ‘신의 한수’ … 명품 콜라보레이션

 

소비자들이 H&M에 열광하는 또 하나 이유는 캡슐 컬렉션이다. 여기에는 시즌의 메인 트렌드를 보여주는 스튜디오 컬렉션과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포함된다. 전 세계 주요 매장에서만 동시 발매돼 판매가 끝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제품들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희소성의 가치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그 중 콜라보레이션 라인은 H&M의 연중 대표 행사가 됐다. H&M은 2004년 패션업계의 거장 칼 라거펠트와 업계 최초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다. 당시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뿐더러 하이엔드 패션과 SPA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패션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결과는 대박. H&M은 이후 매년 1~2회씩 당대 최고의 인기 브랜드 또는 디자이너와 함께 하고 있다. 그 동안 발망, 알렉산더왕, 메종마틴 마르지엘라, 꼼데가르송, 지미추, 이자벨 마랑 등 세계적인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H&M’과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반응은 폭발적이다. ‘메종마틴 마르지엘라’ 제품은 3시간 30분 만에 품절되며 ‘전 세계 최단 시간 매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웠고, ‘알렉산더왕’ 제 품은 발매 48시간 전부터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난해 발망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대란이 일어났다. 일주일 전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매장마다 수백명씩 긴 줄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발망대란’이었다. 물론 차익을 보고 되팔려는 리셀러(reseller)들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H&M이 보여주고 있는 콜레보레이션 전략은 소비자들을 충분히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는 ‘겐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고 이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 갈 길 먼 토종 SPA … 관건은 ‘시스템’

 

국내 기업들의 반격도 주목된다.


그 중 가장 공격적인 곳은 이랜드다. 이랜드는 2009년 스파오 런칭을 시작으로 미쏘(여성), 슈펜(신발), 루켄(아웃도어), 버터(생활용품), 라템(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전카테고리에 걸쳐 SPA를 개발 중이다.


이 기간 후아유(캐주얼)와 유솔(아동복)을 SPA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랜드의 SPA 매장은 500개점을 돌파했다. 국내 387개, 해외에 117개 등 504개 매장이다. 해외는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미국 등 5개국에 진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2012년 선보인 ‘에잇세컨즈’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상하이 중심부에 3630㎡(1,10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첫 편집형 매장이라는 새로운 시도도 내놨다. ‘에잇세컨즈’의 대표 아이템을 선보이는 공간과 함께 K패션, 인디 온·오프라인 브랜드를 복합 구성했다.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 글로벌 SPA들을 국내 기업들이 단숨에 따라 잡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지금의 지배력을 갖추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십 년의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왔다.

 

국내 기업들의 SPA 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글로벌 SPA들이 겪어왔던 과정을 고스란히 겪고 나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선두주자의 시행착오와 전략들을 빨리 습득함으로써 시간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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