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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 기댈 곳을 찾지 말고 체질을 바꾸자

발행 2017년 03월 21일

임경량기자 , lkr@apparelnews.co.kr

남성복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는 패션기업 경영자들은 어쩌면 요즘 가슴이 섬뜩해지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높은 마진을 요구하고 철철이 매장 위치를 바꾸라는 백화점만 야속해 하다 철석같이 믿었던 판매사원도 이제 내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매출이 평균적으로 높던 시절에는 파는 만큼 수입이 보장되는 중간관리를 요구하더니, 지난해부터는 판매 직원들 월급은 본사에서 주고 본인 월급은 수수료로 챙겨 달라 요청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늘었다.


올 들어서는 월급제로 바꿔달라는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중간관리 판매사원도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례까지 나온 마당에 지금 밤잠을 편히 자는 사장님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사실 편법의 합법화로 가는 정상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시장 환경이 너무 깜깜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데 있다. 고객들의 변심은 또 어떤가.


한 달에 60~70만원하는 정장을 입어야 집 밖을 나올 수 있었던 소비자들이 20~30만 원짜리를 사 입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10만원에 파는 중저가 브랜드도 몸에만 맞으면 사 입는다. 팔다남은 정장은 아울렛이나 온라인에서 겨우 팔리는 정도다. 재고가 무서워 매장 당 1착 남짓 돌아갈 듯 만드니 서로 팔겠다는 통에 물류 배송비만 올라간다. 그래도 브랜드가 많아 일부를 정리라도 할 수 있는 업체는 그마나 낫다. 빚잔치가 무서워 표정관리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이다.


업계는 올해 기업 회생을 신청하거나, 아예 경영을 포기하는 남성복 업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 컨디션이 괜찮은 몇몇 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브랜드나 기업을 매각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동종 업계 관계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저금리에 기대 빚으로 사업을 일으키던 시대도 이제 끝났다.


샘플이라도 구매할 요량으로 들어오던 중국 현지 업계 관계자의 발길도 끊겼다. 한 마디로 기댈 곳이 없다. 그런데 기댈 곳을 아직도 기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일까.


최근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중단 방침에 대해 한 매체에 실린 칼럼 제목이다. ‘중국인 관광 중단, 관광 산업 체질을 바꿀 기회다’. 이는 그간 지적되어 온 외국인 국내 관광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다. 싼 값에 그보다 더 저렴한(?) 관광을 제공하고, 쇼핑을 강요하는 등 몰려오는 중국인의 머릿수를 돈으로만 헤아리던 업계의 낙후된 실태를 꼬집는다.

그런데 돌아보면 패션 업계가 이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싶다.


관광업계는 중국이라는 호재라도 있었지만, 국내 패션업계는 이미 10년 넘게 이렇다 할 호재 없이 저성장 일로를 걸어온 게 사실이다. 지금의 기댈 데 한 곳 없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무능이다. 소비자가, 시장이, 그리고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이, 그 모든 것이 변해가는 급변의 시대를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다면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남성복 업계는 타 복종에 비해 보수적인 경향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철철이 상품만 바꾸어서 될 일이 아니다. 진짜 체질을 바꾸어야 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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