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기획 일정은 물론 유통가 프로모션도 맞지 않아
日 최대 셀렉숍 ‘유나이티드 애로우’ 1년 8개 절기 기획

날씨 변화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구매 적기 시점과 패션 업체 제품 출하 시점의 간극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각에서 기획과 판매 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희경 지엔코 상무는 “더운 여름이 9월 말경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데 유통 업계는 6월 시즌오프 이후 곧장 여름 세일 까지 이어간다. 통상적인 업계의 상품 기획 일정이 소비자들의 니즈와 맞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립 기상연구소의 2050년 한국 계절 길이 예측 자료에 따르면 지금 보다 여름은 19일이 더 늘어나고, 겨울은 27일이 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겨울은 12월 중순에서 2월 중순까지로 짧아진다. 이 영향을 받은 봄 절기는 상대적으로 10일이 증가하지만 여름이 빨라진다.

연구소는 여름이 5월 초순부터 10월 초까지로 가장 긴 절기가 될 것으로 전망 했다.

패션업계 일부는 최근 달라진 기후와 소비자들의 선 구매 수요 감소에 따라 판매 시즌에 임박한 반응 생산으로 대응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생산처에 대한 데이터도 부족하다.

이상진 신원 이사는 “정확한 기후 예측이 이뤄진다면 소비자 심리에 따른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정보 경쟁력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세분화 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수요 예측 모델을 만들어 판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패션 업체 중 수년간의 기후 동향 정보를 바탕으로 초기 원단 발주량 및 스타일 수를 운영하는 경우는 일부 대기업 뿐이다.

최근 업계가 반응 생산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지만 장기 예보를 통한 상품 점검은 사실상 중요 지수로 여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달리 일본의 경우 이미 기후 변화에 따른 상품 기획 주기를 보다 세분화하면서 제품과 기상 요소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제 매장에서 구매 적기 시점을 산정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셀렉숍 ‘유나이티드 애로우’는 지난 2015년부터 1년을 8시즌으로 나눈 기획과 상품 출하 프로세스를 마련해 소비자 구매욕을 자극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PB컬렉션의 기획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편집 구성도 더욱 잦아진다. 통상 적으면 4시즌, 많으면 6시즌에 그쳤던 시즌의 경계를 확장 한 것.

봄, 여름, 우기(장마철), 초가을, 가을, 겨울 6개 시즌의 상품 기획에 초여름 늦여름을 추가 했고 세분화된 시즌에 공급할 상품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 기온이 일상이 되고 있는 일본에서도 여름에서 가을,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시즌 절기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구매 적기 시점과 매장에 입고된 상품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진 결과다.

이같은 방식은 재고 소진에도 효과적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절기에 맞지 않은 상품 출고와 이와 분리된 세일 기간 산정으로 이 기간 판매율 확대를 위해 재고를 많이 보유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훈 LF 상무는 “지난해 강수량이 많을 것이라는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수·방오 기능 팬츠를 늘려 출시한 결과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