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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 대형 유통, 외형지상주의의 종말에 대비하라

발행 2018년 01월 05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얼마전 있었던 패션 업계 송년 모임에서 만난 경영진들은 훗날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최저임금, 생산비 증가, 중간 관리 이슈 등이 중소 패션 기업에게는 너무 가혹한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주로 오갔다. 

팀장급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새해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자신의 승진이 불발 됐다는 하소연이 들였다. 내용인 즉 대형사조차 최저임금 때문에 부담을 느껴 근무시간을 단축시키고 그 대신 수 십명의 승진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것이었다.

업체는 업체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유통은 유통 나름의 힘듦이 있었다.

사실 이 모든 문제의 본질은 유통이다. 불편하고 껄끄러워서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이다. 유통 수수료 30% 후반을 웃도는 구조에서 사람과 제조가 전부인 패션 업체로서는 엄청나게 불어날 비용이 크나큰 리스크다. 사실상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어야 하는 기업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잘나가는 업체도 다르지 않다. 최근 한 온라인 업체는 자사몰에서 월 20~30억원의 매출을 올리자 입점 제안이 들어왔고 백화점 2개점을 오픈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월 2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임에도 백화점의 수익 구조 운운하며 출점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점당 월 3천만원대 브랜드가 즐비한데, 대체 이들 브랜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에게 이제 와서 수수료제를 없애자는 것은 도도리표가 될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다점포다. 한 업체 대표는 백화점 꼴등과 1등 점포 입점을 확정 짓고, 꼴등 매장부터 입점했는데, 무척이나 원했던 메인 점포 입점은 불발됐다고 하소연했다. 최하위권 매장만 입점하게 됐고 일 매출 몇 십 만원 올리기가 버겁다는 것. 백화점은 더 이상 신사적일 수 없을 정도로 비효율 점포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인구 대비 매장 포화 즉 ‘오버스토어’ 이슈는 미국 마켓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한해 8640개점이 폐점했고 줄어든 면적은 약 413만평으로 추정된다. 미국 국민 1인당 쇼핑센터 면적이 0.66평으로 유럽 선진국 대비 수 십 배에 달한다. 미국은 95년 이후 인구가 14%씩 증가한데 비해 쇼핑센터 면적은 30%씩, 점포수는 23% 증가했다. 온라인 구매 증가, 고 임대료, 여기에 출점 포화까지 겹치면서 사이드 이펙트가 현실화 됐다.

미국, 한국과 유사한 상황을 일찍이 겪은 일본은 다시 숨고르기를 하고 재생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백화점들이 기존 점포를 폐쇄하거나 매각하는 대신 MD 노하우 녹여서 상업 시설로 재개발해 임대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미츠코시이세탄, 제이프론트리테일링, 다카시마야, 소고, H2O리테일링 등 5대 백화점의 2016년 평균 영업 이익률은 2.5%인 반면 부동산 임대 사업 이익률은 7~22%로 조사됐다. 국내서도 회자되고 있는 긴자식스의 주역 제이프론트 리테일링이 마츠자카야 긴자점을 백화점형 MD와 쇼핑몰형으로 재건축해 임대 운영한 게 바로 긴자식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마츠자카야 우에노 남관은 임대 대형 테넌트로, 내년에는 다이마루 신사이바시 본점도 전문점 형태로 리뉴얼해 임대 사업을 시작 한다. 국내 유통사도 비효율 점포의 매각이 어려우면 백화점이 아닌 뉴 콘텐츠로의 리뉴얼 등 나름의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브랜드 업체로부터 시작돼 유통에 이르기까지 이제 숫자 경쟁의 종말이 시작됐다. 점포 볼륨 시대도 끝났다. 올해 패션 업체 중 30% 가까이가 처음으로 유통 출점 축소를 선언했다. 심지어 30% 이상의 온오프라인 수수료 때문에 자사몰을 육성 중인 브랜드가 태반이다. 이제 유통사도 ‘관망’에서 ‘실행’으로 접근해야 한다. 부담스런 몸집을 브랜드 업체에 의존하거나 부담을 전가 시키지 말고 자생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대안에 힘을 쏟을 때다. 대다수 패션 기업들이 올해처럼 동시다발적인 이슈들로 몸을 지탱하고 서있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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