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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콘텐츠’의 빅 컴팩트 … 다시 패션의 본질로

박해영기자, envy007@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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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가 세계 패션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던 시대나 디지털 이슈가 온 세상을 장악한 현재까지도 흔들림 없는 패션 브랜드는 늘 존재했다.

‘버켄스탁’은 코르크 샌들로 300년을, ‘G.H.바스’는 ‘페니로퍼’로 82년을, ‘몽클레르’는 패딩점퍼로 70여 년을, ‘헌터’는 고무장화로, ‘하바이아나스’는 조리 샌들로 긴 세월 글로벌 시장을 평정했다.

아디다스의 ‘슈퍼스타’와 나이키는 ‘에어맥스’, 반스의 ‘어센틱’은 이제 하나의 아이템이 아닌 브랜드의 상징 그 자체가 되었다.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이 콘텐츠들은 국내 리딩 슈즈 멀티숍에서 지난 1년 간 가장 많이 팔린 제품 톱 3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하나의 아이템이 곧 브랜드인 모노 브랜드 혹은 모노 프로덕트에 대한 세계 패션 업계의 관심이 비상하다.

마이크로 트렌드, 미니멀 라이프가 부상하면서 특정 아이템만을 특화해 전개하거나, 하나의 혁신 기술만으로 어필하는 브랜드들이 세계 곳곳에서 부상 중이다.

과거와 같은 유통 질서 속에 있다면 하나의 아이템으로 브랜드가 뜨는 일은 불가능했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로 상품의 본질을 알리고, 판매하고, 스토리를 전달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이들의 소식은 디지털 이슈와 유통 이슈 혹은 규모의 경쟁에 매몰되어 있는 패션 업계에 ‘상품 본질’의 힘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스몰 콘텐츠, 온라인 플랫폼과의 만남
 
‘락스프링’의 한국 버전인 ‘블루마운틴’은 짧은 역사에 이렇다 할 단독 매장 없이 지난해 60만 족, 2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븐슈즈는 곧 ‘블루마운틴’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밸롭’ 역시 한국형 맨발슈즈로 출발했다. 현재는 애슬레저, 스포츠로 확장해 올해 105억 원 내년 16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49년 된 모자 브랜드 ‘캉골’은 토탈 스트리트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 전개사인 스페셜조인트그룹은 모자에서 가방, 의류로 확장해 지난해 510억 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 시장에서 탄생한 브랜드 중 특히 단일 아이템으로 시작해 성공한 케이스가 많다.

대표적으로 ‘플랙’과 ‘피스워커’, ‘스위브’를 들 수 있다.

‘플랙’은 2009년 청바지 아이템으로 시작한 브랜드다. 청바지로만 연간 10만 장을 판매하며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이후 상의류를 보강하면서 오프라인으로 진출, 토털 브랜드로 성장했다. ‘피스워커’도 ‘플랙’과 같은 케이스다.

2010년 소량의 청바지로 시작해 원단과 핏, 워싱 등 상품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탔다. 현재는 토털 데님 캐주얼로 성장했다.

‘스위브’는 상의류로 출발한 브랜드. 시그니처 아이템인 다운점퍼 ‘마테호른’과 스웨트셔츠 등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런칭됐다. 현재는 백화점에 대거 입점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캐주얼로 자리를 잡았다.

모노 브랜드, 진정성의 승리
 
2013년부터 R시리즈로 지명도를 쌓아온 ‘로우로우’. 한국판 무인양품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로우로우’는 R가방, R슈즈, R아이(아이웨어)까지 확장하는데 지난 4년여 동안 아기 걸음 걷듯 했다. 신상품도 겨우 1~2개만 진행하고 개발 기간만 약 1년여가 소요된다. 제대로 만든 상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아이템은 한두 시즌 쉬기도 한다. 이 회사는 SNS를 통해 고객과 이런 과정을 공유한다.

소통에 집중한 덕인지 처음 출시한 가방이 6년째 스테디셀러로 팔리고 있고 현재까지 약 4만여 개가 팔렸다. 홀세일 중심으로 전개해 오다 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한 지는 이제 2~3년. 이를 감안하며 판매량은 꽤나 많은 편이다.

SNS에서 화제가 된 것이 시작이 된 50g의 작은 핑크색 튜브. 이 제품은 ‘핑크원더’의 ‘레이크(호수)크림’으로 6개월 동안 구전으로만 6400개가 팔려 나갔다. 가격은 5만8천 원.

이 회사 최금실 대표는 “아기 태명에서 이름을 딴 호수크림은 내 아이를 품는 마음으로 1년의 샘플링을 거쳐 탄생했다. 독특한 제형으로 피부에 수분을 선사하는데, 홈 케어 시장 부상과 맞물리며 급성장 했다”고 말한다.

독보적인 기업으로부터 공수받은 원료, 배합에 대한 연구, 멀티 아이템 여기에 최 대표의 리얼 스토리까지 버무려지며 진정성 있는 아이템으로 다가간 것이다. 최근 신세계 코스메틱숍 ‘시코르’에도 입성했다.

이처럼 SNS 채널을 통한 소통으로 유명세를 얻는 브랜드가 늘고 있지만, 그 선결 조건은 독보적이고 진정성 있는 상품력이다. 상품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SNS라는 통로는 정반대의 상황을 안겨 주기도 한다.

킬러 콘텐츠를 키우는 플리마켓, 편집숍
 
일명 모노 프로덕트, 킬러 콘텐츠가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 중 하나가 바로 플리마켓이다.

온리원 아이템으로는 제도권 유통에 입성이 어려운 만큼 플리마켓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경험을 공유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면서 플리마켓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플리마켓 전문 페이스북은 팔로워가 11만 명에 달한다.

바르다김선생 등 200여 개의 셀러를 보유한 플리마켓인 ‘띵굴시장(마켓)’은 기부와 희귀 아이템, 안전한 먹거리, 생산자와 만남이라는 콘텐츠 차별화로 불과 2년 만에 3040 여성들로부터 독보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올해 2회의 플리마켓을 열었는데 단 며칠 동안 방문객이 2만 명에 달했다.

핸드백 ‘길리에’를 전개 중인 길수미 대표는 지난해부터 스몰콘텐츠와 킬러콘텐츠를 융합한 플리마켓 ‘길리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슈퍼잼, 핑크원더 등이 ‘길리움 프로젝트’를 통해 오프라인 데뷔를 했다. 신세계 강남점부터 지난달 명동 유아히어카페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향후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 스튜디오마켓, 웅스마켓 등 전문 기업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기성 플랫폼들이 차별화를 위해 킬러 콘텐츠를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쌤소나이트코리아는 트레블 라이프스타일숍 ‘라이프이즈저니’ 내에 악마 모양의 보조배터리 ‘이미’, 칫솔 ‘에피퀄’ 등 브랜드 9개를 구성했다.

현대백화점이 SNS 기반 브랜드와 스몰 콘텐츠 아이템 30개를 구성해 만든 전문 편집숍 ‘어쩌다가게’도 대표적인 예다.

최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는 스몰 비즈니스 창업 쇼핑몰 지원, 파트너센터 지원을 통한 스몰콘텐츠 육성에 나섰고 파트너스부산에 이어 광주, 대구점을 개설한다.

킬러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지속가능성이다.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는 “빅히트 상품을 만든다는 단기적인 목표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상품에 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한다는 단순한 본질에 집중하면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가 훨씬 쉽다. 소비자에게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전달한 이후 라인 확장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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