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8년 07월 17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조은혜 기자]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
이마트가 지난달 28일 코엑스 스타필드에 뒤죽박죽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을 등장시켰다. 오픈 전부터 대놓고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 마킹했다고 한 만큼 ‘돈키호테’와 닮아있다. 정돈 보다 혼돈, 상품보다 스토리, 쇼핑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역발상 매장이다.
반응은 역시나 갈린다. 일본여행 온 기분이다, 일본 안 가도 되겠다, 재미있다, 시간가는 줄 몰랐다며 반기는 한편, 벤치마킹이라 쓰고 카피라 읽는다, 돈키호테를 베꼈다, 유통 대기업이 할 일이냐 창피하다, 트레이더스와 노브랜드에 이은 또 하나의 카피 작이라는 등 힐난도 많다.
이마트가 욕먹을 걸 알면서도 ‘삐에로쑈핑’이란 카드를 내놓은 이유가 뭘까. 기존 형태의 오프라인이 한계의 끝에 닿았다는 증거라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의 연간 매출 증감률은 2015년 -2.1%, 2016년 -1.4%, 2017년 -0.1%로 해마다 역신장하고 있고, 의무 휴업 등 규제 강화로 영업환경은 더 어려워졌다. 올해도 마트별 1~2개 점포 폐점이나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점포 변화도 시도했지만 이미 굳어진 이미지로 반등이 힘든 것을 확인했고, 그렇다고 정체 돌파구가 시급한데 실험적인 새 모델로 모험을 하기에는 촉박하다. ‘삐에로쑈핑’은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중요 목적에 더 충실한 결과다. 휴일영업도 야간영업도 가능하다.
영업 11일이 지난 결과 흥행은 성공했다. B급 감성, 일명 ‘병맛’ 유머 코드로 재미를 주면서10~30대를 오프로 끌어왔고, 필요 카테고리에만 들러서 빠져나올 수 있는 마트와는 달리 뒤죽박죽 압축진열로 오프의 가장 큰 과제인 ‘머무는 시간’도 늘렸다. 매출도 나쁘지 않다.
시작만 봐서는 카피논란이 독보다는 득이 됐다.
평가는 이제부터에 달렸다. 카피는 누구나 할 수있다. 겉보기에 돈키호테 같은 ‘삐에로쑈핑’이 단순 카피 짝퉁으로 남지 않으려면 ‘다름’이 있어야 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고객이 우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듯 기존 유통과 다르게 자체MD력을 제대로 키워낸다면, 국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대로된 한국판으로 발전시킨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수익은 따라올 것이다.
‘기존 온-오프라인을 넘어서는 새로운 쇼핑 경험 제공’이 목표라는 이마트의 도전에 우려보다는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