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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은주 CMI파트너스 대표
무명의 아동복 스타트업 스토리 “‘해도되나?’ 보다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발행 2018년 09월 16일

전종보기자 , jjb@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전종보 기자] ‘중국 대형그룹과의 100억 조인트벤쳐, 국내 투자 캐피탈로부터 55억 유치,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한 반응생산과 유럽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플랫폼 구축.’ 내용만 놓고 보면 대단한 기업이 이뤄낸 성과 같다. 국내 온라인 및 중국 오프라인에서 아동복 ‘리틀클로젯’ 을 전개 중인 CMI파트너스 이은주 대표의 이야기다. 과학고, 카이스트, MBA, 보스턴컨설팅그룹까지 소위 ‘엘리트코스’를 밟아 온 그지만 사업 초기 어려 움을 묻는 질문에 “한 가지만 말하기엔 모든 것이 힘들었고 애로사항이었다”고 했다. 여느 스타트업 대표들과 다를 바 없는 시행착오의 시간을 건너온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문학소녀 - 과학도 - 사업가로 변신

플랫폼, 데이터와 비주얼 경험 중요

돈, 사람, 관리 모든 게 힘들었다

 ▲최근 대표님 관련 기사가 자주 나오고 있다.

-놀랍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좋고 감사하다. 무엇보다 기사를 접한 아동복 디자이너 분들이 우리가 준비 중인 플랫폼 입점에 대해 문의해 오는 일이 많아졌다. 더 많은 분들이 연락 주셨으면 좋겠다.

▲기사에 ‘엄친딸’, ‘엘리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웃음) 전혀 그렇지 않다. ‘엄친딸’이라고 하기엔 모든 부모님이 바라는 안정된 삶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경계에 서서 도전하고 싶어 하는 성격 탓인 것 같다. 부모님이 내 결정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으셨기에 가능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기숙사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보니 스스로 결정 하는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과학고는 2학년을 마치면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카이스트에 진학할 때도 부모님은 그냥 ‘그래’ 하셨다.

▲과학고에 카이스트까지, 전형적인 공학도의 코스를 밟았다.

-원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문학소녀’였다. 그러다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으로 참여한 과학경시대회를 계기로 과학고에 진학하게 됐다. 과학고에서도 문학공부를 열심히 했다. 카이스트 진학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반 친구들이 대부분 카이스트에 진학하다보니 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패션산업과 공학의 접목이라면.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한 생산체계다. 의류사업에 있어 재고와 매기는 늘 고민 거리다. 우리는 이를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고객이 우리 옷을 보거나 사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접속한 경로부터 머문 곳, 시간, 나가는 경로까지 모든 흔적이 데이터로 남는다. 이를 바탕으로 판매반응이나 고객취향 등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재고걱정을 덜 수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위한 팀이 별도로 있나.

-그렇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창업단계부터 엔지니어가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도 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와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데이터사이언스팀이 있다. 그들은 앞서 말한 방문객들의 ‘흔적’ 을 분석해 알고리즘을 찾아내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온라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렇다. 온라인이기 때문에 데이터 과학에 의한 백 엔드 운영이 가능하다. 프론트 엔드 측면에서는 사진 퀄리티에 따라 비주얼 완성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내부에 비주얼팀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헤어, 메이크업, 소품제작, 화보기획,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등 해당 분야 전문가가 모두 모여 있다. 그들이야말로 ‘리틀클로젯’의 핵심기능을 수행한다. 반응 생산에서는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비주얼을 제작해야한다. 그들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비주얼을 제작한다.


▲왜 아동복이었나.

-중국에서 일할 때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면서 힘들어하는 선배를 보게 됐다. 엄마, 아빠들이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회사, 엄마, 아빠라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업이 아이들 관련 사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회사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했고 육아 부담으로 복직하지 못한 고급 인력들이 파트타임제로 일을 한다. 덕분에 작은 기업임에도 유능한 인재들을 비교적 쉽게 채용할 수 있었다.


▲사업시작 할 때 망설임은 없었나.

-그때는 왜 아무런 고민을 안했는지 모르겠다.(웃음) 대기업 중국법인 근무시절부터 중국 시장이 이렇게 크고, 한국은 콘텐츠가 좋은데 이 콘텐츠들을 왜 가져오는 사람이 없나하고 생각했다. ‘해도 되나’보다 ‘해야 겠다’라는 생각만 했다.


▲사업 초반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너무 많아서 하나만 고를 수 없을 것 같다.(웃음) 우선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보니 남대문, 동대문 생산시스템을 전혀 몰랐다. 그래서 초기에는 새벽에 공부하고 낮과 저녁에는 사무실 업무를 봤다. 1년 반 정도를 그렇게 쉬지 않고 했다. 대출을 받아 합정동 지하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는데, 면접자가 사무실을 보고 내빼기 일쑤였다.(웃음) 사무실을 이전하기 전까지 사람 구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직접 찾아가 설득하며 한 명 한 명 팀을 모았다.


▲기업에 있을 때와 비교한다면.

-소량 생산이다 보니 생산 업체에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투자를 위해 찾아간 업체에 데이터사이언스나 비주얼전문성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도 쇼핑몰 많이 알아요’하는 식이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고객반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을 깨달았고, 사소한 반응도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업무에 데이터사이언스를 접목시키게 됐다.


▲업무의 99%가 데이터 중심인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우리도 여전히 데이터를 다루는데 서툴다. 데이터는 상품기획에 참고하는 자료일 뿐, 근본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비주얼 팀 몫이다. 비주얼 팀이 우리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사업 구상 단계부터 중국을 타깃 시장으로 설정했는가.

-그렇다. 법인만 국내에 만들고, 처음부터 중국시 장을 타깃으로 했다. 중국을 기반으로 미국, 유럽도 그 시장에 맞는 방식으로 사업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하오하이즈와의 조인트벤처 설립 과정이 궁금하다.

-유통력이나 자금력은 충분한데, 콘텐츠가 필요했던 하오하이즈가 난징에 오픈한 ‘리틀클로젯’ 파일럿 매장을 보고 먼저 제안해 왔다. 그들은 처음부터 데이터사이언스에 기반한 생산체계에 관심을 가졌다. 다음 시대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비주얼팀에도 큰 점수를 준 것 같다. 그 당시 하오하이즈 외에 두 곳이 투자 제안을 해 온 터라 이 역시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내에서도 먼저 투자 제안이 온 건가.

-국내는 우리 쪽이 먼저 제안을 했다. 플랫폼 사업의 성장성과 중국 ‘리틀클로젯’을 통해 보여준 실행력이 높게 평가받았다.

▲플랫폼 사업은 얼마나 진행됐나.

-9월 중순 테스트 런칭, 연내 정식 오픈이다. 이름은 ‘쁘띠플’이다. 글로벌 플랫폼 구축을 위해 삼성SDS의 ‘첼로 4.0’ 물류시스템도 갖췄다. 브랜드는 계속 선정 중이다.


▲입점을 제안했을 때 디자이너들 반응은 어땠나.

-해외진출 생각을 아예 안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유럽이나 미국 시장을 벤치마킹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판매 대상으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대표님 생각은 어땠나.

-내 생각은 반대다. 내수가 작다보니 경쟁이 치열하고 그 결과 디자인이나 품질 경쟁력이 충분히 높아졌다. 다만 해외 진출 시 겪는 언어나 물류 등의 문제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플랫폼이 그러한 부분들을 맡아주고 그들은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해외시장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장에 대한 이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의외로 많이들 간과한다. 해당 국가의 유통을 조사하고 접근 전략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내 경우엔 다양한 국가에서 공부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래서인지 해외와 국내의 다리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것 같다.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내는 생산 관련 업체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빠른 생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췄다. 이를 잘 활용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리틀클로젯’도 그랬다. 또 예전에는 유행에 따라 유사한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면, 지금은 매일 개성 있는 디자인들이 나온다. 그만큼 국내 디자이너들의 경쟁력이 커졌다.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나섰으면 좋겠다. 우리끼리 하는 경쟁은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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