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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窓 - 독점할 것인가, 공유할 것인가

발행 2018년 10월 29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최근 일명 ‘마스크 달린 모자’를 두고 소규모 전문 업체와 중견 패션기업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해당 제품은 모자 크라운 양측 하단부에 걸림핀을 달아 마스크를 귀가 아닌 걸림핀에 걸 수 있도록 고안됐다.


미세먼지 여파로 마스크 패션이 유행하자, 모자와 마스크를 결합해 내 놓은 아이디어 제품이다.


이 업체는 작년 6월 말 실용신안등록을 마친 이 제품을 중견 패션업체가 표절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을 들어 고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민사소송까지 진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고소를 당한 중견사는 이미 마스크와 모자의 결합 모델이 시중에 유통되어 왔기 때문에 디자인의 고유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 자체는 실용신안 등록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해당 전문 업체 측은 탈부착 연결고리에 대한 실용신안만을 획득했으며 자사 제품은 이 부분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 이 전문 업체는 실용신안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스크와 모자 결합 모델 자체의 실용신안이 등록되지 않았다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정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번 공방전은 그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게 사실이다. 양사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시시비비는 형사든 민사든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지만, 고소를 당한 중견 업체 입장에서는 결과와 상관없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신문사로 날아든 양측의 입장문(?)을 접한 기자가 느낀 솔직한 감정은 ‘피로감’이었다. 아무도 자신들의 입장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며 청와대 게시판까지 찾아간 전문업체는 합의금을 목적으로 ‘여론몰이’를 한다는 의심까지 받는 처지가 됐고, 고소를 당한 중견사는 사소한(?) 일로 회사의 명예가 실추될 위기라며 강경 대응을 외치고 있다.


기자가 느낀 피로감은 이러한 공방전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패션유통 대형사가 양말 업체의 디자인을 카피했다고 공중파 뉴스까지 타는 상황도 지켜본 바다. 방송사와 대형사간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결과라는 확인할 수 없는 뒷이야기는 요즘말로 웃픈 일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지리한 싸움들이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그 배경이 무엇인가에 있다. 우리나라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취약한 나라다. 법과 제도의 취약성은 때때로 개개인들의 인식 수준을 통해 그 민낯을 드러낸다. ‘지식’과 ‘지식에 대한 권리’에 마땅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식이 우리에겐 매우 부족했고, 최근 몇 년간 제도적, 법적 정비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사람들의 인식 수준을 견인해 변화시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국제적 위상과 산업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이 역시 속도를 더 내야 마땅하다.


패션 산업을 다루는 기자로, 이번 공방전을 지켜보며 정작 안타까운 지점은 다른 데 있다. 법적인 기준으로 보면 고소를 당한 중견기업이 이번 송사에서 질 확률은 희박하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사실상 ‘그 제품이 그 제품’이다.


해당 제품을 직접 만들기보다, 바잉을 하거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독점하기보다 연결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법적인 책임은 없다 해도, 사업 방식의 ‘시대착오’는 한번 되짚어 볼 일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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