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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세계 패션 시장 ‘소재 전쟁’ 개막

박해영기자, envy007@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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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탈리아 피혁잡화기업협회는 이탈리아 업체들이 만들어낸 제품 중 비가죽 신소재 제품 비중이 3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소재 제품을 주문한 곳이 주로 명품 브랜드라는 점이다.

가죽, 모피 패션의 출발지이자, 여전한 강국인 이탈리아 패션계의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디자인과 품질 평준화가 이루어진 세계 패션 시장에서 승부처는 이제 ‘소재’로 전환되고 있다.

리사이클링, 인공 충전재, 페이크 소재 등이 개발, 상용화되면서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들의 니즈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사실 이들 소재는 윤리성에 의해 탄생했다기보다 실용 소재의 연구 결과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이제 패션산업 역시 지속가능성, 윤리적 책임이라는 이슈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인식의 전환과 기술의 발전이 맞물리며 이제 세계 소재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에 진입하고 있다.

천연을 뛰어넘는 인공 소재 ‘확장일로’
 
인공 충전재 시장이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2~3년 사이다. 이 역시 윤리적 패션이라는 측면보다는 소재 품질과 가격, 실용성을 배가시키기 위한 연구개발 끝에 확대되고 있는 시장이다.

구스나 덕 등에 비해 기능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뜨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 인공충전재는 천연에 비해 더 뛰어난 보온력과 복원력을 가지면서도 원료 가격은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 수요량이 크게 늘고 있다.

오쏘의 ‘씬다운’, 3M의 ‘신슐레이트’와 인비스타의 ‘써모라이트’가 대표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발주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한편에서는 소재가 곧 디자인이 되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양털처럼 만든 합성 섬유 ‘플리스’는 올 한해 가장 크게 활약한 소재다. 천연 양털의 대안 소재인 셈인데, 일명 테디베어 스타일로 불린다.
 
미국 말덴 밀즈사, 미국 섬유 기업 폴라텍의 써말 프로 원단 등 개발사도 다양하다. 유니클로는 98년 도레이와 플리스 소재를 개발해 합리적인 가격의 후리스 라인을 대량으로 출시했다. 압도적인 점유율 때문인지 플리스의 일본식 발음인 후리스가 고유명사가 될 정도다.

에코퍼도 주요 경향 중 하나다. 에코퍼 역시 소재 자체가 ‘디자인’이다.

국내에 에코퍼 소재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곳은 바로 동림이다. 이 회사는 6년 전 100년 역사를 가진 프랑스 에코퍼 소재 기업 티사벨(Tissavel)사의 기술을 인수했다. 해외 오더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거래선이 늘고 있다. 에코퍼는 무게가 가볍고 동물 모피 같은 감촉을 제공한다. 최근 펫 분야의 오더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구를 살리는 리사이클링·탄소 소재
 
지난해 쓰레기 대란의 중심에 있었던 플라스틱 페트병이 리사이클 원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효성이 개발한 폐 페트병 리사이클 원사 리젠이 대표적. 지속가능 소재로 해외서 먼저 알아본 케이스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이 이미 리젠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리젠’도 우여곡절을 거쳤다. 이 소재는 10년 전 개발됐지만 국내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불과 1년도 안 된다. 효성은 일본의 폐 플라스틱 칩을 개발한 업체로부터 원료를 수입해 리젠 원사를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스타트업 가방 브랜드 ‘플리츠마마’와 손을 잡은 후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브랜드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우’는 페트병에서 추출한 재생 폴리에스터를 원료로 활용한 ‘리사이클 폴리 라인’을, ‘파타고니아’도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만든 재킷,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소재 업계가 크게 주목하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바로 탄소섬유다.

도레이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등 섬유 소재를 생산하며 패션 업계 히트작이 많은 편으로, 탄소섬유에 유독 공을 들여왔다. 도레이가 50년 간 개발한 친환경 탄소 섬유가 바로 ‘토레카(TORAYCA)’다. 미래형 첨단 소재로 꼽히는 ‘토레카’는 가늘지만 강하다. 탄소섬유는 철의 1/4의 무게, 철의 10배의 강도, 7배의 탄성율을 가진 매우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재다. 일본에서 고가로 판매 되고 있는 안경 닦이 브랜드 도레이씨도 바로 탄소 소재 제품이다.

국내 신소재 시장은 이제 시작
 
현재 이들 신소재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더불어 패션 기업들의 적용 기술도 확장 중이다.

씬다운은 의류 중심에서 신발까지, 동림의 티사벨은 의류 중심에서 액세서리, 홈데코, 펫 패션 영역까지 확장 중이다. 3M의 ‘신슐레이트 페더리스’ 국내 납품사인 다솜컴퍼니는 올해 판매량이 3배 이상 급증했다.

도레이첨단소재에 따르면 탄소섬유는 2015년 6만8천톤에서 2020년에 13만톤으로 급격히 사용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스포츠 레저 분야는 예전부터 주로 사용되면서 성장 곡선이 원만하지만 자동차 분야는 경량화 영향으로 가파르게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효성 ‘리젠’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국내외 패션 업체의 ‘리젠’ 사용량이 2~3배 증가했다.

에코퍼 브랜드 시장의 확장 속 수혜주인 동림은 에코퍼 소재 ‘티사벨’의 국내 발주량이 20% 이상 증가했고 내수 비중도 30%까지 확대됐다.
 
닐 암스트롱의 부츠는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3M, NASA 의뢰로 ‘신슐레이트’ 개발
영하 150도 달 표면 극한 추위 견뎌 내

 
3M이 개발한 인공충전재 ‘신슐레이트’는 최근 국내 의류 업체들 사이 인기가 급상승중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신고 있었던 부츠가 바로 ‘신슐레이트’로 만들어졌다.

미 항공우주국 NASA는 달의 표면 온도는 영하 150도로, 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보온 소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 이를 3M에 의뢰하면서 ‘신슐레이트’라는 소재가 탄생하게 됐다.

이후 3M은 2004년에 남극횡단 프로젝트팀의 스폰서로도 참여하는 등 미국 내 신소재 개발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3M의 ‘신슐레이트’는 미국 섬유 공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그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원리는 초극세사 섬유 층 사이에 미세 공기층을 만들어 체열을 유지시키는 기술인데, 마이크로 화이버 멜트블로운 부직포가 핵심이다. 직경 10um 이하인 미세 섬유들이 상호 결합해 거미줄과 같은 구조 형태를 가진 3차원적인 섬유 집합체에 열가소성 수지를 압출한 후 고속으로 분사되는 열풍에 의해 극세화된 섬유가 집합체에 쌓여 자기결합형 부직포를 형성하는 공정이다.

일반 솜의 2.6배에 달하는 보온성, 탁월한 냉기 차단 효과, 빠르게 땀, 습기 등을 배출하는 흡습배출, 보온력 유지 등이 탁월하다.

처음에는 첨단 산업 분야에만 적용해 오다 점차 스키웨어, 아웃도어, 장갑, 모자 등 패션 산업 분야로 확장되어 왔다.
 
 소재 마케팅, 브랜딩 중심에 서다
 
 히트텍·웜 감탄브라 등 성공 모델
 
소재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유니클로 히트텍이다. 이미 내복 업체들은 발열 내의를 수년간 출시했다. 국민들 상당수가 ‘히트텍’이 발열 내의의 시초로 알정도로 발열 내의의 인지도, 내의의 패션화에 성공한 모델이다.

브랜드와 소재 업체가 손잡고 소재 홍보에 나선 사례는 적지 않다.

원더브라, 크로커다일 등을 전개 중인 엠코르셋은 태광산업과 소재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제휴했다. 양사의 인연은 2017년 가을부터다.

엠코르셋이 크로커다일 언더웨어 감탄브라의 소재로 태광산업의 셀론을 사용하면서다. 태광산업의 제안으로 맞춤형 소재 즉 ‘쉘론1’을 개발해 엠코르셋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독점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가 쉘론의 기획, 개발부터 함께 해 품평회를 거쳐 출시한 상품이 ‘웜 감탄브라’다.

태광산업의 ‘쉘론’은 일종의 나일론 3데니어의 중공사다. 폴리에스테르 등의 중공사는 존재하지만 나일론처럼 가는 원사의 중공사를 개발한 것은 태광이 사실상 처음이다.

중공사는 실 한 가운데를 비워 공기층을 만든 것인데 가는 원사일수록 공기층을 넣기가 어렵고, 현미경으로 봐야만 단층이 보인다. 그래서 뽁뽁이처럼 단열 효과가 탁월하며 가벼운 게 특징이다.

효성의 ‘리젠’ 역시 일반 소재보다 가격이 높지만 스타트업 가방 브랜드인 ‘플리츠마마’와 손을 잡으면서 인식의 전환을 이끈 케이스다.

여성복, 스트리트 패션, 캐주얼도 소재를 활용한 마케팅을 늘려가고 있다. 로미스토리의 솔라볼 패딩, FRJ의 ‘슈퍼히터진’, 뉴에라의 ‘페프 페더리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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