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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워라밸’ 이의 있습니다

박선희기자, sunh@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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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최근의 고용 환경 이슈가 불거지기 전부터 취재 현장에서 패션 업체 팀장급 이상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부하직원에 대한 하소연을 듣기 일쑤였다.

낮은 업무 생산성은 기본이고, 조직에 대한 태도, 직업관 등이 거의 ‘외계 생명체’ 수준이라는 하소연이었는데, 한 마디로 그들의 부하직원은 권리는 권리대로 찾아먹으면서 의무에는 소홀한 족속들로 표현되곤 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산더미인, 실무 한복판의 팀장들은 그러한 부하직원의 무능을 떠안고 선배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했다.

급기야 ‘워라밸(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사태(?)에 대해 한 임원은 이렇게 일갈했다.

“일과 삶의 균형, 그게 왜 나쁜가요. 문제는 삶을 중시하는 만큼만 일을 잘해주면 좋겠습니다. 그게 균형 아닌가요.”

소확행은 어떤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줄여놓은 이 생소한 단어를 접한 당신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도전할 줄 모르는 패배주의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분명 ‘꼰대’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장벽이 사라진 글로벌 시대에 도전하고, IT 신화를 꿈꾸는 대신 단지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거나, 축구에 미친 덕후들이 동영상 크리에이터로 ‘더 성공한 삶’을 사는 일이 가능해진 세상이다.

문제는 그 확률 역시 벤처 신화나 글로벌 브랜드의 주역이 되는 것만큼이나 낮다는 것이고, 산업 환경 변화가 잉태한 직업군의 하나라는 점을 쉽게 간과한다는 점이다.

워라밸과 소확행이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정석인양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두가 도전이나 모험을 멈추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만 추구하는 사회에 진보가 있을 리 없고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잊지 말자. 그것이 돈이든 능력이든 지위이든, 가진 게 없어 소소해질 수밖에 없는 것과, 많이 가진 자가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핵심은 워크와 라이프 중 무엇을 택할지는 이제 개인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 수직적 문화에서의, 개인의 희생을 조직이 강요할 수 없다.

요즘 젊은이라 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자기 의지가 없다고 싸잡아 단언할 수는 없다.

패션 산업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길목을 닦은 이들은 ‘요즘 젊은이’들이다. ‘스타일난다’를 거대 글로벌 기업에 수천억 원에 매각한 김소희 대표도 ‘요즘 젊은이’고, 인터넷 플랫폼으로 기존 제도권 패션의 생태계를 바꾸어 놓은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일중독자’로 불린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서 ‘과정’이 없는 ‘성공’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잠을 줄이고, 시장을 뛰어다니고, 여가를 포기한 채 ‘미래’에 현재를 갖다 바친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늘도 패션 산업의 넥스트를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채용이 고통인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달라진 고용 환경은 고통의 가중임이 분명하다. 과도기라고 자위하기에는 선순환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가 될지 가늠조차 힘들다.

문제는 결국 직원의 열정을 끌어내는 일은, 기업이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매몰되어 ‘폐기된 비전’을 강요하고 있다면 이 난관을 돌파하는 일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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