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수년째 IT의 출발선에 멈춰선 패션업체들

국내 패션 업체들의 트렌드를 읽고 반영하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세계 시장에서는 이를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고 부르지만 국내 시장에는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상당수의 브랜드들이 패스트패션을 하고 있다.
온라인이나 규모가 작은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제도권 시장에서조차 상품의 기획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한 달 내에 이뤄질 정도다. 때문에 세계적인 온ㆍ오프라인 유통 회사들이 한국의 패션을 주목하고 있다. 가격대비 좋은 품질, 여기에 스피드까지 갖췄으니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만 한 것이다.
반면 국내 패션 업체들의 정보화통신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에 대한 투자는 더디다 못해 답답할 지경이다. 전 산업이 IT와 결합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뽑아내고 있는데도 패션 업체들은 과거 비즈니스 모델에 얽매여 IT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기업들이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뒤처져 있다.
화장품 업계와 비교해 보면 패션 업계가 얼마나 퇴보돼 있는지 알 수 있다. 화장품 업계는 자사몰 활성화를 넘어 다중채널네트워크(MCN: Multi Channel Network)를 향하고 있다. 1인 미디어로 표현되는 MCN는 4차 산업혁명 이후 가장 주목되고 있는 산업 군이다.
화장품 업계는 MCN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위해 자사몰 솔루션을 대폭 리뉴얼하는 등 유통의 트렌드와 IT의 트렌드를 접목시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패션 업계는 이제 시작 단계에 서 있다. 아니 시작 단계에만 몇 년 째 서 있는 것 같다. 패션 업체들이 패션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반영하는 만큼 유통과 IT에 대한 트렌드도 빠르게 반영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앞선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IT업계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