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7년 09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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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실적 부진을 디자이너 교체로 만회할 수 있을까
“디자이너들이 물갈이 돼야 한다”
최근 필자가 만난 여성복 업체 임원은 업계 불황의 원인을 디자이너들의 무능에서 찾고 있었다. 그는 실장급 혹은 디렉터 급 디자이너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을 되풀이하면서 제도권 여성복 업계가 제안 기능과 주도력을 상실했다고 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 싶었다. 실장급 혹은 디렉터급 디자이너들은 1~2억을 호가하는 연봉을 받으면서 브랜드의 심장 역할을 한다.
그들이 하는 한 시즌 기획이 삐끗하면 1년 장사가 흔들리니, 그 역할은 ‘심장’ 그 자체다. 그런데 백화점을 나가보면 그들의 연봉과 역할에 비해 모든 옷들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임원급 이상이 되면 일의 물리적 양이 아닌 일의 질적 성과로서 평가받아야 한다.
패션 업계에 몸담고 사는 동안 고위 임원들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손쉽게(?) 디자인실에 돌리는 모습을 너무도 자주 봐 왔다. ‘디자인’은 계량화하여 평가하기 어렵고,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격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디자이너들이 자기개발을 멈춘 채 시대에 부적응한 상태가 된 것이 과연 그들 개인의 책임 문제일까. 패션 업체의 심장 기능을 하는 디자인실의 전문 인력을 제대로 키워 본 곳이 있기는 할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잘 나간다는 경력직 디자이너로 한 두 해 때울 생각을 하는 곳들이 부지기수라면 무리한 표현일까. 한 두 달 지켜본 후 실적이 부족하면 카피와 싼 기획 상품을 종용하는 일관성 없는 영업 행태가 지속된다면 그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물갈이’를 생각하기 전에 사람을 키우지 못한 업계의 행태를 돌아볼 일이다.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