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배너 이미지

특별기고 - 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 (11)
브랜딩 없이 마케팅으로 만든 인기는 ‘모래성’이다

발행 2018년 03월 2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특별기고-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 (11)

 

브랜딩 없이 마케팅으로 만든 인기는 ‘모래성’이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장사꾼이라고 쿨하게 노선을 정한 제조업체가 그 '장사'에 제동이 걸렸다면,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나에게 '멀, 가, 중'은 무엇인가. 이런 관점을 가질 때만이 지금 바로 현장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다.

 

얼마 전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경영자의 고민을 들었다.

본인이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과 같은 시스템의 브랜드가 적었고, 투자 대비 효율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강점이었던 시스템을 누구나 복제 가능하게 되었고, 경쟁자들이 너무 빠르게 늘면서 사업이 힘에 부친다고 했다. 

빠른 공급과 유연한 상품 기획력을 유지하는 일 조차 이 작은 브랜드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린 듯 했다. 

동일 스펙의 상품을 두고 소비자가 본인 브랜드를 선택하게 하는 것, 아주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이야기이지만 기본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이었다.

여기서 대부분이 가격경쟁력 확보에 뛰어드는 동안 다른 것들은 손도 대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때늦은 브랜드력의 필요성을 느낀다 했다.

그렇다면 온라인 브랜드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확보 가능한 스펙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제품 신뢰도, 셀럽의 착용 여부, SNS 상의 바이럴 파워, 그 중 하나, 혹은 전부를 가졌다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여성들에게는 꽤나 낯선 표현이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이 있다.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 이 표현은 군대에서 사격훈련을 할 때 수시로 읊조리는 구호다. ‘멀가중’이란 총을 겨냥할 때 첫 발은 ‘멀(250m 떨어진 과녁)’, 두 번째 총알은 ‘가(100m)’, 세 번째 총알은 ‘중(150m)’ 에 조준하여 쏘라는 의미로 그 순서를 잊지 않도록 약칭으로 쓰는 단어다.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 강소기업으로 이름을 새긴 많은 리더들은 멀가중 관점으로 브랜딩을 한다.

달리 말해 가치를 중심축으로 미래적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생각하면서도(멀, 미션), 이를 위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현실적인 이슈들을 해결해 나가기도 하며(가, 전략과 전술) 오늘의 숙제가 해결될 때 그려질 중기적 비전의 로드맵까지(중, 비전) 고려하는 멀티뷰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소 브랜드들의 면면을 보면 멀, 가, 중의 한 편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빠른 회전율을 가졌지만 소규모 시스템으로 분업 전문화가 되어 있지 않은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각각의 전략들이 점차 확고해질 포지셔닝을 위한 ‘성벽’이 아닌, 쉬 사라지고 마는 ‘모래성’을 쌓고 또 쌓으며 미봉책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일을 옳게 해내는 것’과 ‘옳은 일을 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세상에는 누구나 동일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우리가 튀김을 만들 때 속 재료들을 그저 뭉친다고 제대로 된 튀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것들을 하나로 응집하게 할 계란과 뜨거운 기름 속에서 형체를 유지할 튀김 옷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이는 펄펄 끓는 고온에서 부서질 뿐이다.

지금 가장 핫한 트렌드나 디테일들을 모아 싸게 잘 만들어내면, 지금 당장은 잘 팔린다. 그러나 경쟁 제품들 속에서 본인의 제품이 부서지지 않고 형체를 보존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장사꾼이라고 쿨하게 노선을 정한 제조업체가 그 ‘장사’에 제동이 걸렸다면,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나에게 ‘멀, 가, 중’은 무엇인가. 이런 관점을 가질 때만이 지금 바로 현장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브랜딩의 핵심이다.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체될 수 없음’에 있다.

마케팅 전략과 브랜딩 전략의 차이를 알지 못하고, 홍보 에이전트에 매달 비용을 주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위안을 삼지 말아야 한다. 

브랜드의 ‘지문’을 새겨야 마케팅은 힘을 받는다.

 

/디자이너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