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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박선희기자
‘디지털 패션’ 생산 시대, 우리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발행 2018년 04월 19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특별기고 - 박선희기자

 

‘디지털 패션’ 생산 시대, 우리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4차 산업 혁명’이 세계적인 아젠다로 떠오른 후,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가 시대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변화에 집중하자니 업계 현실과는 여전히 너무 먼 듯 해 균형감을 유지하기조차 힘이 들 때가 많았다. 


이 거창한 아젠다가 도대체 패션 산업에 어떻게 작동한다는 것인지, 증강현실과 사물인터넷 등을 도입한다는 소식들을 들으면서도, 기술들은 업계와 만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다 사라질 거품 같기만 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렉트라의 ‘패션 VIP 이벤트-패션 고우즈 디지털(Fashion digital goes)’ 행사에 초대받아 가는 동안에도 설렘보다는 부담이 가득했다. 온갖 기술들이 지금의 현실을 쓰나미처럼 쓸어버리고, 첨단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이고 균형감없는 이야기들을 예상하며, 그것을 기자인 나는 어느 정도의 수위로, 어떻게 이해가능하게 전달할 것인가 전전긍긍했다.


이번 이벤트에서 던져진 주제는 ‘MTM(Made to measure)’ 즉 맞춤 생산이었다. 사실 산업혁명 이전의 모든 상품은 맞춤 생산을 전제로 했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의 대량 판매가 시작됐고, 패션 내부의 시각에서 보자면 SPA가 그 최정점을 찍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 대량 판매의 비효율이 커지고 개인화 경향이 거세지자 아마존 등 거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맞춤 생산의 대량 판매’라는 혁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맞춤복의 대량 판매라는, 자칫 어불성설로 보이는 이 조합이 온갖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실현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패션업체들이 온라인을 통해 딱 맞는 사이즈의 맞춤 주문 사업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통이 온라인만 남을 리 없고, 궁극의 개인화란 내 몸에 딱 맞는 뻔한 옷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각지 못하게 현실을 넘어서는 만족감을 얻을 때 완성된다. 패션이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이번 이벤트의 핵심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패션 산업이 기존 비효율을 줄이고, 본연의 기능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야기쯤이 될 것 같다.


현장에서 만난 세계 패션 기업들은 ‘리드타임 단축’이라는 난제에 골몰해 있었다. ‘리드타임 단축’은 단지 물리적 제조 시간을 줄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인건비와 생산원가의 상승, 갈수록 불가능해지는 예측과 쌓여가는 재고 등 패션 산업은 거대한 비효율에 봉착해 있다.


렉트라 세미나 기간 중 한 강연자는 데이터와 디지털의 ‘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이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디지털(기계)은 한계가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범하는 오류는 일정 수준 늘 존재하는데, 기계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오류가 현저히 줄어든다.”


패션 산업은 사실 수 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 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그 위에 사람의 창의력이 더해져 새로워지고, 반복적으로 소비된다. 패션 업체들이 매 시즌 상품을 기획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봐도 ‘데이터’에 의존한 비중이 훨씬 높다. 디지털 기술은 한 마디로 기계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기계가,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집중하도록 돕는 기술인 셈이다. 미국의 아마존이나 일본의 조조타운 같은 첨단 이커머스 기업들이 선택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길은 넥스트 스텝의 여러 갈래 중 하나일 뿐이다.


각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받아들여 써 먹을지는 이제부터 각자 정하면 된다. 너무 겁을 먹을 일도 아니지만, 내 일이 아니라며 눈 감아 버릴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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