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마켓 소사이어티’를 주목하자

지난 봄, 여름 그리고 지금의 가을까지 주말 오후 곳곳마다 열린 플리마켓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통상 ‘플리마켓’은 중고 물품을 소비자들이 직접 들고 나와 파는 형태인데, 국내는 셀러들이 공방을 하거나 상품을 다른 곳에서 공급받아 재포장해서 판매하는 형태가 많다.

지역 여성 커뮤니티들이 일 년에 한두 번 진행하는 ‘아나바다’ 형태의 마켓도 일반 수공예품 및 공산품 셀러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중고물품 거래 마켓보다 셀러형 마켓이 증가하는 것은 억지로 푸시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마켓의 매력적인 상품들에 대한 소비 수요와 셀러들의 공급이 만나 형성되기 때문이다. 셀러(공급자) 입장에서는 매일 판매를 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언제 열리는지 알 수 있어 ‘편의성’까지 높다. 시장 경제 원리에 충실한 사업 모델이다.

몇 명의 셀러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상품을 준비하는 시간과 판매하는 시기를 구별해서 사업 피로도를 낮추려는 의지가 보인다.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 디자인과 품질의 상품과 포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고, SNS를 통해 스스로 광고와 홍보를 하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중 수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셀러들도 많아지고 있다.

마켓 셀러들의 상품은 구색이 다양하지 않다. 한 가지 재료로 몇 개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모노프로덕트’의 형태이다. 상품력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품질, 전문성, 나만의 상품이라는 매력까지 더 해 모바일 커머스에서도 영향력이 높다.

그리고 본인들이 만들고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셀링 포인트를 정확하게 고객에게 전달해 마켓을 둘러보는 소비자들이 쉽게 반응하도록 한다.

지난 주말 서울 강북지역에서 열린 마켓을 다녀온 지인이 셀러들의 권유를 받고 먹거리를 비롯 구두와 소품까지 여러 가지 물건을 사왔다며 보여주었다. 평상시 쇼핑을 즐겨하는  성향이 아닌 그가 플리마켓을 가면 많은 물건을 한보따리 사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필자가 운영하는 B쇼핑센터에서 열린 마켓은 제법 고급스러운 상품이 유난히 많았다.

 
그리고 B쇼핑센터에서 작년부터 계속 열리고 있는 D마켓은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며 대표적인 브랜드 마켓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홈리빙과 키즈 용품이 주된 상품 군이었지만 지금은 의류, 잡화, 신발, 책, 디자인소품 등과 반찬류, 건어물 등 식품과 과일까지 늘었다.

그러다 보니 셀러도 증가하고 셀러들을 담아내는 마켓기획자들의 브랜드 마켓도 증가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까지 증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백화점과 할인점, 아울렛 등 제도권 유통에서는 과거 충성도 높았던 고객들이 많이 이탈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제도권 유통에서 공급되어 온 상품의 지루함 때문일 수도 있고 지금 세대들의 소비 패턴 자체 때문일 수도 있다. 

기관들이 예측한 국내 유통산업 규모를 보면 백화점과 할인점은 성장이 둔하고 모바일/인터넷은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유통산업 집계에서 ‘플리마켓’의 성장이 포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모바일 커머스의 성장 내용 중 ‘마켓’ 셀러들의 ‘모노 프로덕트’가 있고 그들은 편한 시기와 장소를 골라 ‘마켓’에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M2O(Mobile to Offline)이자 역쇼루밍(Reverse-Showrooming)을 보여주는 기대감 넘치는 ‘마켓 소사이어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