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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 박일왕 에스비텍스 대표
연쇄도산의 책임 누가 질 것인가

발행 2019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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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 박일왕 에스비텍스 대표


연쇄도산의 책임 누가 질 것인가

 

 

설 연휴 직전, 르카프, 케이스위스, 머렐을 운영하는 화승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잠긴 어음이 최소 1000억에서 1300억에 이를 것이라는 후문이다.


화승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들려온 터라 그리 놀라울 것이 없지만, 기업회생을 신청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가 이렇게 쉽게 기업회생을 신청해버릴 것이라고는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작년 12월말부터 화승 직원들에게 19년도 2월말까지만 월급이 지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는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럼 화승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단 법원에서 기업회생을 받아들이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원칙적으로 현재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하며 정상화 절차를 밟을 수 있고, 발행수표 미결제시에도 ‘부정수표단속법’에 의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며,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방어할 수 있다.


회생절차 진행 중 기존 채무변제, 이자지급 등이 유예되어 회생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상환능력 범위 내에 최장 10년간 분할상환하고, 일부 채무는 탕감 받을 수 있어 원자재 구입자금, 결제 등 일상적 기업 활동에 특별한 지장이 없게 된다.


그럼 1000억이 넘는 어음을 결제 받은 협력업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당장 화승이 발행한 어음의 만기일에 돌아오는 어음 금액을 대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도가 나는 것이다. 또 1차 배서한 프로모션이나 소재업체가 어음을 막지 못하면, 2차 배서한 업체가 그 금액을 대납해야 한다. 금액을 대납하지 못하게 되면, 역시 부도다.


화승이 섬유패션 스트림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기업이므로, 화승이 발행한 어음은 봉제업체를 통해 소재, 부자재업체로, 소재업체가 받은 어음은, 대구 및 각 산지의 제직, 염색, 후가공, 원사업체에 이르기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연 섬유패션 스트림의 중하부에 자리 잡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1300억원에 이르는 어음을 감당할 수 있을까.


화승은 화승그룹의 자회사였지만, 이제 화승그룹은 화승의 최대주주인 ‘KDB KTB HS 사모펀드’의 재무적 투자자일 뿐이라고 한다. 즉, 화승그룹은 이번 화승의 기업회생과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투자자일 뿐이라며 이번 사태에서 한발자국 뒤에 물러서 있다.


1954년 산업 부흥과 경제 발전 촉진을 위한 산업자금의 공급 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산업은행이 일개 패션기업 하나 구조조정 해서 살려 보겠다고, 섬유패션산업 전체에 큰 피해를 끼쳐도 되는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협력업체들은 당장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을 막아야 한다. 어음을 막지 못하는 순간, 그 동안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낮추어 가며, 수많은 갑질에도 참고 견디며 이루려 했던 모든 것이 날아갈 수도 있다.


반면 화승그룹은 어쩌면, 골치 아팠던 ‘썩은 이’가 빠졌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지속적으로 그룹 전체에 위험요인이었던 화승을 떨어내고, 기업회생에도 책임질 일이 없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법정관리, 기업회생절차라는 제도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한 기업의 무능의 대가를 중소 협력사들이 처절하게 떠맡는 이 방식은 과연 합리적이고 정의로운가.


실패한 경영에는 이토록 쉽게 면제부가 주어지고, 그 협력사들을 생존의 기로에 서게 하는 낡은 제도라면, 그것이야말로 존폐를 고민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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