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배너 이미지

[기자의 창] 속옷 업체는 어쩌다 기업 사냥꾼 먹잇감으로 전락했나

발행 2021년 08월 30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출처=좋은사람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속옷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이 결국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례적으로 소액주주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 이달 초 포괄적 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가압류, 경매 등이 금지됐다. 직후 대표 집행 임원도 류형철에서 김용석 보빈탱크 대표이사로 변경됐다.

 

이 회사가 새 주인을 맞은 후 경영권 분쟁, 상장 폐지 이슈에 이어 기업 회생까지 걸린 기간은 고작 2년이다. 30년이라는 역사와 연 매출 1,000억 원의 신화는 단 2년 만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좋은사람들은 방송인 주병진 씨가 1991년 창업, 탁월한 마케팅과 사업 수완으로 단숨에 매출 순위 5위에 올려졌다. 그리고 설립 7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금융 위기이후 주 대표는 2008년 지앤지인베스트먼트에 회사를 매각했고, 2018년 10월 제이에이치리소스, 동양네트웍스, 에스모, 디에이테크놀러지 등으로 구성된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이 최대주주가 됐다. 문제는 그 후 불거지기 시작했다.

 

올 1월 초 회계감사에서 회계 부정 의심, 불성실 자료 문제 등이 드러나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까지 받게 됐다. 그 과정에서 내부 분열도 커졌다. 소액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경영권을 지키려 했던 임직원들은 보복성 인사로 줄줄이 퇴사했다. 당시 340~350명에 이르던 직원들은 260명으로 줄었고, 홍대, 성수동, 가산동으로 사무실을 분산시켜 직원들의 소통을 차단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자본 인수에 따른 문제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종현 전 대표는 에이에스컴퍼니에 30억 원을 빌리면서 60억 원 대 연대 보증인으로 회사를 내세웠고, 이를 갚지 못하자 파주물류센터와 본사 건물이 강제 경매에 들어가게 된다. 노조는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이 대표를 고발했다. 경영 불안에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기업 회생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기자는 2018년 좋은사람들이 제이에이치에 매각된 후 기업 사냥꾼들의 속옷 업계 잠식에 대한 우려를 기사화한 적이 있다. 인수자의 전력으로 볼 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불 보듯 보였고, 외환위기 이후 이런 사안은 종종 있어 왔다.

 

일례로 태창도 일경에서 케이비물산으로 사명을 바꿨지만 조폭과 주가 조작 세력이 연루된 후 업계에서 사라졌다. 태창은 언더웨어 사업을 이랜드에 매각했고, 의류 수입 사업은 당시 LG패션에 넘긴 후 잦은 사명 교체와 M&A를 거쳐 2011년 상장폐지에 이어 파산에 이른다.

 

실제 속옷 업체들은 기업 사냥꾼들의 손을 많이 타는 편이다. 전통 속옷 업계는 도매 총판, 재래시장 비중이 높아, 현금 장사로 부를 축적해 왔다. 연 1천억~2천억 외형을 꾸준히 유지하고, 시장 규모 1조5천억에, 상장 기업이 7개 사에 달했다. 그래서인지 기업 장사꾼들이 투자자를 현혹하거나 기업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공격적인 M&A도 많았다. 그 결과 업계는 혼탁해지고 교란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너들은 이익을 챙겨 엑시트하면 된다. 문제는 그 구성원들이다. 속옷 업계는 생계형 점주 비중이 가장 높다. 10평 미만의 소형 매장을 운영하는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속옷 업체 대부분은 여러 브랜드를 운영 중으로, 대리점 수는 200~300개, 대형마트 등 중간관리를 포함하면 400~500개에 이른다.

 

속옷 업계 종사자들의 연봉은 타 복종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업태 특성상 이직도 쉽지 않다. 그런데 대다수 속옷 업체 오너의 자산 규모는 패션 업계 내 상위 그룹에 속한다.

 

무엇보다 속옷 사업은 노동집약적이고 판매 단가가 낮다. 그래서 오너 2~3세대들은 매각을 더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창업자 오너로서의 자존심, 그리고 직원과 점주에 대한 책임감은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 한때 회장님, 사장님으로 불렸던 사람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에 대한 이야기다.

 

박해영 기자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