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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왜 우리는 여전히 카피하는가

발행 2022년 06월 17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출처=버버리

 

최근 한 명품 업체는 자사 사이트에 접근하는 국내 중견 패션 업체의 IP를 차단한 사실이 알려졌다. 'IP 차단'이란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특정 이용자의 IP 주소를 차단하는 행위로, 이 경우 해당 서버 접근이 불가능해진다.

 

명품업체는 해당 업체의 디자인 카피가 지속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은 지난해 자사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의 슈즈가 바로 옆 매장에서 판매중인 걸 확인하고, 백화점 측에 강도 높게 항의했다. 유사 상품을 판매 중인 로컬 브랜드와 함께 영업할 수 없다며 현재도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유사 디자인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내다 더 큰 위기를 맞게 된 사례도 있다.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버버리 체크 교복’ 소동이다. 버버리는 2019년부터 국내 200여개 교복에 사용된 체크 패턴이 자사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디자인 변경을 요구했고 한국학생복산업협회는 디자인 변경에 합의, 내년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디자인 카피가 어물쩡 넘겨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상품과 디자인을 얼마든지 비교할 수 있고 감시, 변별 능력도 높아졌다. 기업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요구 수준도 이전에 비해 높아진 상태다.

 

법 규정도 강화됐다. 최근 특허청의 개정안에 따라 디자인권·실용신안권 침해죄가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개정됐다. 이제 피해자는 기간 제한 없이 침해자를 고소할 수 있고, 수사기관도 피해자 고소 없이 직권으로 인지한 사건에 대해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카피를 막기 위한 기술도 진화중이다. AI 기반의 카피 잡는 솔루션 전문 업체가 잇달아 등장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확도도 높아졌다. 디지털 솔루션으로 전 세계 사이트를 서칭해 유사 상품을 잡아내는 시대에 이제 우리는 살고 있다.

 

예전 해외 유명 브랜드 매장이나 전시장에서 한국인들이 ‘어글리 코리안’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매장에서 몰래 제품을 촬영하고, 연습장에 디자인을 카피하다 입장을 금지당한 곳들이 많았다는 웃픈(?) 과거사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옷들이 본래 서양에서 온 것이고, 압축 성장의 산업화 시절 빨리 빨리를 외치며 뒤쫓는 과정에서 모방이 전혀 이해받지 못할 행위만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K팝이 세계 대중 음악계의 주류로 인정받고, 한국의 영화 산업이 칸과 아카데미의 조명을 받으며, 아시아의 헐리웃이라 불리고 있다. 애플이 OTT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세계를 향해 띄운 첫 오리지널 드라마의 주제도 ‘한국’이었다.

 

‘아시아의 허브’라는 말은 더 이상 염원이 담긴 과포장의 표현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진짜 아시아의 ‘허브’가 되었다.

 

멀리 갈 것 없이 지프, 코닥, 디스커버리 같은 브랜드를 패션으로 만들어 세계에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것도 우리다. 우리 패션 기업들이 해낸 일이다. 우리의 경험과 능력치가 이제 그만큼 쌓였다는 뜻이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실력이 아니고, 관성이 되어버린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아닐까.

 

작년 아카데미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씨는 최근 국내 한 시상식에서 이런 소감을 밝혔다.

 

“아카데미 현지에서 한국 영화의 힘에 대해 물어 오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훌륭한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 그들이 만든 작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신들이 그것을 이제 발견한 것뿐이다. 그러니 후배들아, 내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계속 증명하라”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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