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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플랫폼 커뮤니티의 힘, 이곳을 주목하라

발행 2021년 07월 15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디스코드(Discord)

 

커뮤니티의 인간들은 자신의 육체와 욕망,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 장악하고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한다. 이 소비자를 있는 그대로의 대중으로 받아들이고 신뢰를 보낼 때, 커뮤니티는 브랜드를 위한 역동적 뿌리내림을 위한 토양이 된다.

 

필자는 1년 넘게 기업인들과 비대면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패션, 식품, 화장품, 인테리어, 공간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주에는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의 <부족의 시대>를 함께 읽었다. 출간된 지 30년도 넘은 책이지만, 현 패션산업이 맞닥뜨린 숙제와 그 해결책을 예견해 놓은 놀라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페졸리는 현대 대중사회의 인간은 18세기 이후 성립된 개인주의를 버리고 소집단으로 뭉치며 거대한 연대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섬세하게 나뉜 음악 장르, 미감, 취미는 우리를 신 부족으로 만드는 연금술이다. 마페졸리는 이런 부족의 성원이 된 개인을 성운(nebula)에 비유한다. 성운이란 텅 빈 듯 보이지만 별과 별 사이에 가득 차오른 먼지들이 모여 만든 구름을 의미한다. 성운은 별에서 반사된 에너지를 내 것으로 만들며 붉게 달아오른다. 이 성운은 기업과 브랜드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팬덤과 닮았다. 대중의 창조성은 소집단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나온다. 네트워크 내에서 타인을 인지하고 상호 경험하는 토대는 감각적인 체험이나 ‘함께 하기’이다. 이때 소비자들은 자신과 연결된 부족의 소속감과 집단감성을 느끼며 이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새롭게 빚어간다.

 

최근 패션계에선 신 부족을 겨냥한 다양한 플랫폼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필자가 눈여겨보는 커뮤니티가 있다. 2015년 출범한 게이머들의 커뮤니티 디스코드(Discord)이다. 매달 무려 1억5천 명 이상의 유저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그런데 남성 게이머들은 이곳에서 남성복 관련 정보를 나눈다. 패션 스타일링 관련 조언은 물론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한정판 및 적은 수량의 스니커즈 컬렉션이 특정 매장에서 기습적으로 판매된다는 등의 드롭(Drop)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 커뮤니티의 사용자 중 78%는 게임과 관련 없는 주제로 이곳에 접속한다. 이곳이 MZ 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좋아요 버튼이나 특정 정보로 강제로 끌고 가는 알고리즘, 광고 없이 자유롭게 폐쇄적인 사용자 그룹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니커즈의 수집과 재판매에 관심이 많은 1만2,000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커뮤니티는 스니커즈 재판매를 업으로 하는 스톡엑스(Stock-X)와 같은 업체에겐 보물섬과 다름이 없다. 스톡엑스는 이곳에서 업계 내 리더들과 커뮤니티 회원 간의 독점 토크쇼도 열었는데, 그 결과 무려 2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참석했다. 스피커들은 실시간 오디오 토크도 감행했다. 이것은 라이벌 플랫폼인 클럽하우스의 장점을 재빨리 흡수한 것으로 향후 오디오 콘텐츠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디스코드의 힘은 스니커즈 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성복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도 이에 못지않게 뜨겁다. 디스코드 내 각 커뮤니티를 구성한 성원들의 충성도와 연결의 밀도는 여타의 플랫폼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많은 패션 및 화장품, 스포츠용품 브랜드들이 이곳을 제품 출시와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이유다. 커뮤니티 내의 ‘잘나가는’ 그룹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수십 불에 이르는 이용료를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공석은 빛의 속도로 채워진다. 그룹 내부에서 치열한 ‘공헌’을 통해 위로 올라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의 추천은 물론이고 공헌의 밀도를 치밀하게 따져서 커뮤니티의 성원들에게 ‘성취 지위’의 보상을 주는 것이다.

 

디스코드의 사례는 브랜드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하는 기업에게 일련의 정답을 알려준다. 기존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광고를 사용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들의 공통적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모인 집단이 스스로 자율규제를 통해 커뮤니티의 건강성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

 

마페졸리는 ‘현대인은 틈새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를 체험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커뮤니티의 인간들은 자신의 육체와 욕망,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 장악하고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한다. 이 소비자를 있는 그대로의 ‘대중’으로 받아들이고 신뢰를 보낼 때, 커뮤니티는 브랜드를 위한 역동적 뿌리내림을 위한 토양이 된다. 브랜드들이여 유념하라!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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