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과대포장, 제조와 유통 업체가 함께 나서야 할 때
최낙삼의 환경 감수성을 키워라

발행 2020년 0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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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

 

2014년 9월, 한강잠실공원에 이상한 뗏목을 든 세 명의 대학생들이 나타난 일이 있었다. 이전에도 한강에서 비슷한 행동으로 이슈를 일으켰던 이들은 소비자들의 계속되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내용물 파손을 방지한다’는 미명 하에 상품을 좀 더 크고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국내 제과업체들이 해 왔던 과대포장의 행태를 꼬집기 위해 국산 과자봉지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과자를 먹으려고 (봉지에)손 넣으면 팔꿈치까지 들어갈 느낌,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서비스”라는 멘트로 국내 제과업체들의 과대포장을 꼬집으며 국산 과자 160봉지를 이어 만든 ‘과자 배’에 장정 2명이 올라탄 채 30분 만에 한강을 건넜다. 인터넷으로 중계된 이들의 퍼포먼스에 소비자들은 많은 응원을 보냈고 과대포장을 반대하는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다. 당시 많은 미디어는 이들의 얘기를 기사로 다뤘다. 하지만 그때뿐, 이 일은 그냥 에피소드로 끝났고 다른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요청에 대답을 했어야 하는 쪽은 제조업체들이었지만 이들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명분 있게 과대포장도 줄이고 포장재 비용과 유통비용, 관리비용 등을 줄여 고객의 요청에 대응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제조업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통업체들도 반응하지 않았다. 유통회사들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 어떤 의견이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피 큰 포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제조, 유통비용은 제조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고, 포장이 작아지면 제한된 판매대에 더 많은 제품을 진열할 수 있지만 매대의 진열도 기업의 순회 사원이 알아서 채우는 시스템이니 굳이 관여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다양한 맛과 함께 상대적으로 타이트한 포장을 하고 있는 수입 과자의 국내 점유율은 가파르게 늘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과자 수입액은 2008년 1억6,573만 달러에서 10년 만에 4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7년에는 총 4억5,765만 달러로 10년 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수입과자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대형마트들은 곧 수입과자의 취급품목 수를 늘렸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과자가 팔리면 되는 것이지 꼭 국산과자가 팔려야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형마트와 수입과자 전문점은 다양한 수입 제품을 늘이며 매출을 올렸다. 그 사이 국산 과자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졌다.


1943년 설립되어 홍콩과 중국에 이어 2014년 한국에까지 매장을 넓힌 스웨덴 최대의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인 이케아(IKEA)는 제조 단계부터 포장과 배송은 물론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제품 박스의 부피를 줄이는 ‘플랫팩(flatpack)’ 포장법을 도입했다.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디자이너였던 질리스 룬드그렌이 식탁을 자신의 차에 싣기 위해 식탁다리를 톱으로 자르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고안하게 된 플랫팩 포장법의 모토는 ‘공기를 배송하지 않는다’는 것. 이케아는 이 원칙에 따라 부품을 포함해서 모든 가구를 분리하되 누구나 도면을 보면 따라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유닛을 만들어 가장 작은 부피로 포장할 수 있는 구조를 찾아내고 이를 골판지 상자에 정교하게 배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는 골판지를 끼워 넣었다.


포장재를 바꾸기 전 이케아에서 사용한 스티로폼은 트럭 7,400대 분량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의 절반이 넘는 부피였다. 하지만 포장방식을 줄이면서 이케아는 쓰레기는 물론 그만큼의 엄청난 운송비를 줄였다. 줄인 포장비는 고스란히 이케아의 이익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 누구도 이부분을 주도하지 않고 있다. 제조업체가 먼저 나서서 문제를 풀어나가면 좋겠다. 하지만 제조업체만으로는 부족하다. 과대포장을 비롯한 플라스틱 포장의 규제 등 지속가능한 소매환경을 위한 일은 오히려 유통업체가 주도해야 한다. 제조와 유통을 함께 하고 있는 이케아가 주는 교훈은 매우 고무적이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함께 한다면 소매유통업은 좀 더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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