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편집숍’에 대하여
남훈의 ‘패션과 컬처

발행 2020년 06월 0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온라인 플랫폼 확대는 시대적 현실이긴 하지만 모든 편집숍이 온라인으로만 미래를 개척할 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애초에 편집숍이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어떤 의미에서 매우 크리에이티브하게 글로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일단 여행이라는 현대인의 카타르시스가 봉쇄되어 버렸다. 코로나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록다운을 풀고 관광객을 다시 받으려 하고 있다. 물론 걱정되지만 일견 이해도 되는 건 관광 산업과 그에 따르는 패션 비즈니스의 규모 때문이다. 관광도 관광이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패션 산업의 위기에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취향과 문화를 소비하던 흐름은 꼭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오프라인의 불안정한 흐름 속에 온라인 쇼핑은 늘어나고 소비자의 관심은 가치보다는 가격에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새 시즌 트렌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 제품을 믹스해 판매하는 편집숍들은 대단히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나 젊은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한껏 받는 중이었던 스트리트 풍의 브랜드나 상승세에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큐레이션하는 편집숍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실로 크고 깊다. 하이엔드에서 저가까지 기존의 방정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빔즈, 투모로우랜드, 에스티네이션 등 일본 편집숍들이 수익성을 위해 늘렸던 프라이빗 라벨(Private Label)들은 결국 모든 편집숍의 이미지를 비슷하게 만들어서 공급 과잉을 만들어 버렸다.

 

유나이티드 애로우즈(UNITED ARROWS) 매장 외관

 

한국의 편집숍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켓에서 팔리는 제품 위주로 큐레이션하고 바잉하고 생산하니 애초 목표로 했던 유니크한 컨셉은 무뎌지고 가격 경쟁으로 치우치는 면이 있다.


그렇다면 편집숍은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가. 물론 이건 백억짜리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현재진행형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 확대는 시대적 현실이긴 하지만 모든 편집숍이 온라인으로만 미래를 개척할 순없을 것이다. 오히려 애초에 편집숍이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모노 브랜드가 선뜻 제시하지 못했던 과감한 브랜드 선택, 아직 보편화되지 못했지만 장차 다가올 흐름의 반영, 한 우물을 파는 듯한 뾰족한 컨셉, 그리고 규모의 경제와 반대로 가는 독자적 노선.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을 대입해 보면서 편집숍이 걸어가야 할 길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첫째, 공급 과잉과 가격 할인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시즌에 너무 구애받지 않는 상품 전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즌이 도래하면 두 달 전에 그토록 사랑했던 아이템이 흘러간 유행이 돼 버리는 게 그동안 패션 비즈니스의 DNA였지만, 이제는 일년내내 입어도 좋은, 옷장에 꼭 갖춰둬야 할, 안전하고 좋은 소재로 만든, 집안에서 입는 클래식 등의 방향이 대두될 것이다.


둘째, 너무 흔하게 사용해서 식상해진 용어 웰빙은 코로나로 인해 비로소 편집숍들의 현실적 목표가 되었다.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 대한 갈구,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에 대한 정보, 일상이 어렵지 않은 삶을 우리는 몹시 원한다. 자연히 환경과 약자에 대한 관심도 생긴다. 동물을 학대하지 않고,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제품들이 앞으로는 필수적인 포트폴리오가 된다.


세 번째는 비스포크 방식의 테일러 메이드 수트 혹은 트렁크쇼에서 선보였던 주문형 바잉 혹은 제조가 편집숍의 다음 표준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직접 해외에 가서 바잉을 하기 어렵고, 파리의 가방 마스터나 나폴리의 수트 장인들이 직접 올 수 없는 시대에는 이런 주문형 모델을 일상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편집숍은 더 이상 엄청난 수량의 재고를 주문할 필요가 없게 되고,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맞는 퍼스널화된 제품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새롭고, 더 많은 물건을 가지고 싶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앞으로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그것이 생산되는 과정에도 관심을 가지며 향유하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패션은 목표가 아닌 ‘여정’이 되어가고 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