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핌장에서의 ‘단상’
남훈의 ‘패션과 컬처’

발행 2021년 03월 08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사진제공=코오롱스포츠

 

 

지난 1년 간 유보되긴 했지만, 일이건 여행이건 여러 도시를 자주 다니는 편이라 그렇게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옷차림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게 내 삶의 루틴이었다.

 

이탈리아 남자들의 화려한 색채감과 영국인들의 보수적인 규율은 두 나라가 경쟁하면서 함께 발전했던 남성복의 역사 그 자체 같아서 지금도 흥미롭게 바라보는 테마다. 실용적이고 편하게 입는 미국 스타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지만, 그 와중에 뉴요커들은 말쑥하고 진지하게 입으려 노력하는 별종이라 늘 관심을 두고 있다.

 

이 나라들의 장점들을 쏙쏙 뽑아서 매뉴얼화하고 자신만의 컨텐츠로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은 일견 멋지지만 요즘은 지나치게 규격화된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막대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패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 중국의 패션에 대해선 쉽게 눈길이 가지 않는다. 가까이 가면 너무 시끄럽고, 일단 옷차림이 너무 정신이 없다.

 

이젠 도시를 다니던 그 순간들도 그리움의 대상이 되면서,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시간에 종종 캠핑을 했다. 서울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곳에 다양하고 훌륭한 캠핑장이 많았다. 다행히도 내 주변에는 캠핑에 목숨을 건 친구들이 많다. 텐트나 취사도구 만이 아니라 거의 살림살이 수준의 어마어마한 캠핑 장비까지는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나는 스웨트셔츠와 모자 같은 캠핑 의류만 들고 친구들을 따라나서곤 한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확실히 캠핑이 여행을 대체할 만한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캠핑의 클라이막스는 고요함이다. 그래서 각 캠퍼들 사이에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어 있어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캠핑장을 고를 때의 주요 포인트다. 그래서 방역 걱정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사진제공=코오롱스포츠

 

캠핑이란 매일 겪어내야 하는 격렬한 현실을 잠시, 그것도 계획 없이 툭 떠나는 것이다. 생각과 시간을 멈추는 의식 내지는 이 난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같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캠퍼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감내하고 버텨야 할 피곤한 일들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동시에 패션 트렌드의 변화에 대해서도 상징적인 사인을 보낸다.

 

업계 사정을 보자면, 코로나로 인해 막힌 해외여행에 보상이라도 하듯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지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비통 매장 앞의 긴 줄은 당연한 일상이 되어 있고, 이에 반해 국내 브랜드들은 매일매일 매출을 걱정할 만큼 난항을 겪고 있다. 트렌드의 변화도 있고, 경기의 상승과 하락도 변수겠지만 긴 호흡에서 본다면 우리는 전반적으로 캐주얼에 대한 재해석의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좀 수그러들긴 했지만 맹위를 떨쳤던 골프웨어와 아웃도어 열풍에서 우리는 배운 게 있다. 어떤 흐름이 사회적으로 발생했을 때 너도나도 편승해 브랜드를 만들고 상호 복제하면 시장은 쉬이 식상해진다.

 

사람들이 골프와 등산을 즐기고 조깅, 자전거, 트레킹, 헬스와 친해지면서 각각의 활동에 필요한 물품과 의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문화적인 성숙이고 당분간 이어질 흐름이겠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모든 옷이 스포츠 웨어처럼 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편안하고 잘 맞는 옷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개성적으로 입어내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격식있는 클래식 재킷을 조금 더 편하고 탄력있는 소재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때로 타이를 동반하는 셔츠도 저지 소재로 탁월한 착용감을 표현할 수 있다. 포멀한 코트의 내부를 패딩으로 제작해 또 다른 룩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캐주얼의 다른 해석이다.

 

캠핑을 하면서 나는, 캠핑이나 캐주얼 룩에 대한 관심들이 또 다른 스포츠 스타일로 복제되지 않길 바랐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적 여유가 생겨 캐주얼 수요가 늘어난다면,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모든 복종이 함께 동반 성장했으면 좋겠다. 한 복종의 성장이 여타 카테고리의 부진으로 드러나는 제로섬 게임이라면, 이건 자연스러운 성숙이라기보다, 곧 무너질 ‘쏠림’이다. 이제는 캐주얼도 성숙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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