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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관계를 새로 창조하는 ‘좋은 거절의 힘’

발행 2021년 12월 17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 이야기’

 

출처=게티이미지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 검토를 하다 보면, 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도 많지만, 그보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투자할 수 없는 곳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럴 때마다, 가장 어려운 일은 검토 후 투자 거절을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검토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투자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이 불편한 일에 대한 고민도 커져가는 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거절의 방법이 있을까를 숙고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를 검토하다 드랍(drop)하게 되는 이유는 무수히 많을 수지만, 단 한 가지 이유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투자 검토 시 투자자의 솔직한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이것은 사실이다. 상세한 거절 사유를 알려주는 의사소통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탈락 이유들을 공개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결례를 저지르는 않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창업자에게 있어서도 공통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지만,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가장 쉽게 범하는 결례는 분명한 투자 거절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말 그대로, 메일이나 유선으로 투자가 힘들다는 연락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 역시 간혹 저지르곤 하는 결례이기도 하다.

 

분명한 거절 의사 표시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창업자들에게 가혹할 수는 있어도, 다음 단계의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종종 창업자의 확인 연락에도 불구하고, 가타부타 분명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시간만 지연시키는 심각한 결례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투자자들에 대한 인식 자체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일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부정적 사실을 전달하는 일’을 세련되고 예의 바르게 처리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 고등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각 분야 전문가들도 부정적 사실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에 매우 서투르거나 당황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짧은 메일로 투자 거절 통보를 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유감스럽지만~’, ‘애석하게도~’, ‘안타깝지만~’ 등의 어구로 문장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마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학생에게 ‘탈락 통지서’를 전달하는 것 같은 흔한 거절 메일이다.

 

이렇게 바로 낙담을 안겨주는 ‘통보’와 같은 의사소통보다는, 거절 후에도 관계가 어색해지지 않으며, 계속 연락하며 지낼 수 있는 따뜻한 거절 메일도 가능하다. 단 5분만 더 시간을 내어 고민한다면 말이다.

 

창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투자 거절이 곧 관계의 단절이라고 체념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투자 라운드를 돌고 있는 창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수십 번의 요청 중 투자를 하겠다는 회신은 몇 차례에 불과하기 마련이다.

 

비록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는 거절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끝까지 보여주는 창업자라면, 투자자는 반드시 기억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그러한 거절로 맺어진 관계가 시간이 지나 더 큰 투자로 맺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아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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