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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스타트업 세계에도 승자 독식의 명제는 유효할까

발행 2022년 06월 08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 이야기’

 

출처=게티이미지

 

나는 조금 특이한 경력을 가진 스타트업 투자자이다. 상장 주식 관련 파생상품과 상장 주식 투자, 이벤트 드리븐 전략 중심의 절대 수익 추구형 투자, 비상장 투자 등 다양한 투자 경험을 거친 후 스타트업 시장에 진입했다. 그 시점이 2013년이었으니, 올해로 10년 차다. 그 사이 수십 개가 넘는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을 가진 투자자가 되었다.

 

예전 증권사 PI팀에서 상장주식투자를 할 당시 포트폴리오 관리는 거의 기계적인 규칙(또는 기준)에 의해 수행되었다. 벌고 있는 종목은 계속 보유해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 나는 종목은 기계적으로 손절해서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규칙. 그래서 당시 포트폴리오 관리는 그 자체가 어렵거나 팀의 리소스를 많이 소모시키는 일이 아니었다.

 

스타트업 투자가 전업이 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차이점은 스타트업은 투자(buy)한 뒤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영업파트너사 연결, 후속 투자자 소개, 필요 인력 충원 협조 등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투자자의 본격적인 리소스가 투하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 투자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됐다.

 

그렇다보니, 투자자의 리소스는 한계가 있는데 관리해야 할 스타트업들이 많다는 것은 엄청난 포트폴리오 관리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결국 투자한 포트폴리오 투자사들 중 가장 급하게 도와줘야 할 스타트업을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골라내야 하는 숙제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유명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The biggest secret in venture capital is that the best investment in a successful fund equals or outperforms the entire rest of the fund combined.”

 

이는 포트폴리오 중 최고의 종목 1개에서 나오는 수익이 나머지 전체에서 나오는 수익과 같거나 더 낫다는 주장이다. 즉, 여기에서도 20:80의 팔레트 법칙은 들어맞는다. 그래서 우리는 ‘Winner takes all’ 즉, 승자 독식이라는 명제를 여기에서도 따라야 한다.

 

반면, 피터 틸에 비해 덜 유명하지만, 투자한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키워내는데 있어서는 한 수 위라고 평가받는 유니온 스퀘어 벤처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프레드 윌슨(Fred Wilson)은 이와는 반대로, 포트폴리오에서 잘 나가는 회사보다 ‘생존’만 하고 있는 회사들을 집중해서 도와주는 것이 더 나은 포트폴리오 관리라는 주장을 한다. “The Biggest Loser can be the biggest winner”라는 논리이다.

 

몸은 하나고, 도와줘야 할(관리할) 스타트업들이 여러 개라면, 여러분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겠는가. 자기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벤처투자자들이 각기 다른 선택으로 저 위치에 올라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초기 스타트업 투자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창업자를 돕는다’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보다 미션에 충실한 접근은 후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매일 이러한 선택의 나날을 겪고 있는 본인 입장에서도 그렇다. 후속 투자도 잘 받고, 영업도 잘 되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기도 하지만, 실제 초기 투자자가 도움 줄 만한 일들은 별로 없다. 대부분 중요한 현안들은 가장 최근 투자한 대형투자기관들이 앞다퉈 나서 해결해주거나, 중요한 인력들을 보강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투자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그 후로도 이렇다 할 후속 투자 유치가 아직이고, 레퍼런스를 일거에 뒤집을만한 영업파트너사 매칭도 없지만, 악착같이 생존해나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계속 관심을 가지고 돕게 된다.

 

그것이 영업 측면이든 자금 조달이든 간에 그러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리(도움)가 잘 되었을 때의 보람이 전자에 비해 훨씬 큰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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