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성동 ‘얼킨’ 디자이너
“미국이나 북유럽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사회 공헌 여부는 중요한 구매 포인트”

발행 2019년 11월 20일

김동희기자 , e_news@apparelnews.co.kr

'얼킨' 이성동 디자이너
이성동 디자이너는 지난 2014년 업사이클링 브랜드이자 예술 문화 기반의 사회적 이슈를 담는 ‘얼킨’을 런칭해 브랜드 철학을 선보이고 있다. 하이패션을 지향하고 여성복을 중심으로 토털 패션을 전개하며 정체성을 담은 가방라인을 리딩 아이템으로 가져간다.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에 초점 맞춰진 현재 주목도가 높아진 ‘얼킨’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봤다.

 

‘지속 가능 패션’으로 브랜드 주목도 높아져

예술과 패션의 상생, 재능 순환 시스템 구축

 

 

- 이번 2020 SS 서울패션위크 지속 가능 패션 서밋(주제: 패션과 사회적 책임)에 패널로 참여했는데, 어떤 내용으로 강연을 했나.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가치와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아직 한국에서 업사이클링은 ‘저렴한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남아있다. 직접 수가공으로 작업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지속 가능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얼킨’을 통해 하이패션과 업사이클링을 같이 가져가며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2020 S/S 서울패션위크 '얼킨' 백스테이지 현장

 

-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 이슈가 계속되는 만큼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패션 선진국 바이어의 경우 업사이클링 브랜드인지 먼저 물어보기도 한다. 각 나라별로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없기 때문에 우리 같은 브랜드를 신기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리딩 브랜드가 ‘얼킨’이길 바라본다.(웃음)

오히려 해외에는 카피 브랜드가 생겼다. 태국 방콕이었는데 홈페이지를 그대로 복사했는지 정말 똑같았다. 한편으로는 그곳에도 우리 같은 아티스트가 있고 선순환 되는구나 싶은 마음에 뿌듯하기도 했지만 디자이너로서는 화가 나고 소셜벤처 대표로서는 좋은 방향이라고 마음을 달랬다.

 

- ‘얼킨이 말하는 작가들과의 선순환 구조는 어떤 시스템인가.

문화체육관광부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기 작가가 되기 전까지 예술가 수익은 연평균 약 868만 원이다. 한 달에 72만 원쯤인 셈인데 이것도 1020대가 아닌 3040대 수익이다. 그래서 투 잡을 하며 작가 일을 병행하다 결국 활동을 포기하게 된다. 일 또한 고정적인 전문 직종이 아닌 학원, 단기 알바 등을 위주로 하다 보니 생계유지가 어려운 탓이다. 그래서 이런 작가들이 작품 활동만으로 수익을 충분히 얻게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걸 목표로 한다.

작가들의 버려지는 작품을 받거나 구매해 소비가 가능한 가치로 재탄생 시키는 게 ‘얼킨’이 하는 일이며, 이는 업사이클뿐 아니라 흔히 재능 순환이라고 표현한다. 소셜벤처로서 소셜 임팩트를 계속 만드는 것이다. 패션은 어떻게 보면 자극적이고 소비적이지만 그런 시스템을 혁신하여 사회적으로 리워드가 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디자인만 혁신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때문에 컬렉션에서 빈티지 제품, 업사이클링 제품, 얼킨의 재고를 활용한 제품, 신제품 등으로 구성해 시즌별로 비중을 달리해 선보이고 있다.

 

 

- 재능 순환 과정에서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일반 브랜드와 달리 어려운 점이 있다면.

관리가 어렵다. 가치와 가치를 더하는 만큼 거치는 과정이 많아서 힘든 점이다. 캔버스 수거 관리부터 작가와의 소통 등 가치와 노동력이 들어가는 부분인데 소비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다른 업사이클링 브랜드는 더 심하다. “버려지는 걸로 만드는 건데”라는 시각 때문이다. 버려지는 걸 더 새것으로 재탄생시키기까지 공정 과정을 생각하면 2,3배로 싸워야 한다.

 

2020 S/S 서울패션위크 '얼킨' 런웨이

 

- 브랜드 런칭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얼킨은 어떤가.

시스템 안정과 제품 고급화가 되었다. 그 당시에는 제품 가격이 낮다 보니 작가들도 본인 이름을 공개하기 꺼려했다. 반면 디자인이나 소재 등이 고급화된 지금, 작가에게 먼저 이름을 넣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고정 작가 수는 10명 내외로 유지하고 있지만 함께하는 작가가 주기적으로 바뀐다. 아직 브랜드 규모가 크지 않아 수를 늘리기보다 각자 혜택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방법을 택했다.

‘얼킨’과 함께 한 작가들 중에는 잔나비 ‘전설’앨범을 커버했던 콰야 작가, 도도새를 그리는 김선우 작가 등이 인기가 많았다. 인기 작가들의 작품은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라인이라도 팬들이 먼저 찾아서 구매하는 경우가 높기 때문에 브랜드가 계속 성장한다면 이런 작은 반응을 대중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희망과 목표를 보았다. 최근에는 작가들이 먼저 “원작품을 줄 테니 가방을 만들고 싶다. 프리미엄 라인을 하고 싶다”라는 제안이 늘고 있다.

 

- 한정 디자인의 특별함도 좋지만 같은 더 많은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 같다.

맞다. 때문에 대량 생산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본질을 잃지 않는 선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했다. 프린팅 소재의 한계성 때문에 저렴한 가격대에 고객 니즈만 맞추는 정도이다.

 

-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12월 오픈 예정인데 이름은 ‘얼킨’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앱의 탄생 배경은 작가들이 전시를 하면 그걸로 끝이고 다음이 없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수익이 보장된 게 아니고 임대료까지 내야하며 형편이 더 어려운 작가들은 학교 로비에서 전시를 하는 식이다. 그래서 관람객이 전시를 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가치소비로 소장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작품을 촬영해 어플에 업로드하면 즉석 커스텀을 통해 가방과 옷 등에 프린트하여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방식이다.

이 어플을 위해 특허 2개와 기술이전을 받았다. 메이드인 ‘얼킨’이기 때문에 얼킨 옷에 그림을 찍을 수 있고 정식 런칭되면 전국에 있는 갤러리에 연락해 소싱되는 연결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나아가 여기서 발생한 데이터를 ‘얼킨’에 적용하는 구조도 구상 중에 있다.

 

 

- 디자이너이자 벤처 대표로 설정한 방향과 목표는 잘 이뤄내고 있는가.

조금씩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스타트업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게 목표이다.

모든 소셜벤처 대표들의 고민은 같겠지만, 아직 한국은 인플루언서가 가지는 영향력 따라 구매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미국이나 북유럽은 소셜 미션이 없는 브랜드는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있어 사회 공헌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만큼 글로벌 트렌드로 다가온 현재 소비자들이 빨리 가치를 알아준다면 우리 같은 소셜벤처들이 좀 더 가치 실현할 기회가 수월해질 것 같다.

또한 미국은 벌써 소셜벤처들의 제품을 모아두는 전시회가 생길 만큼 시장규모가 커졌으며 프라이탁은 700억 매출을 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부족한 정도다 하지만 한국 업사이클 시장 가능성은 낙관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발맞춰 나가며 돈보다 가치 알리기에 집중하고 싶다.

 

2020 S/S 서울패션위크 '얼킨'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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