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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기남해 바스통 대표
“런칭 3년간 7개 아우터만 개발, 지금의 차별화 이때 만들어졌죠”

발행 2020년 01월 03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매스마켓에서의 속도와 가격, 트렌드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국내 패션 유통 환경에서,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디자인과 품질로만 승부해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일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새해 꼭 런칭 10년차에 접어드는 남성복 ‘바스통’의 남다름이 주목받는 이유다.
‘바스통’은 2011년 런칭, 3년간은 단 7개 아우터 개발에만 집중해 지금은 마니아들이 찾는 ‘스탠다드 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 대표 아이템인 오일코팅 재킷과 사파리 점퍼는 스테디셀러로 매 시즌 완판을 기록한다. 2014년부터는 아우터 이외 제품의 ‘하우스 라인’을 런칭, 이제는 옷 좀 입을 줄 안다는 30~40대 남성의 고급 캐주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은 홍대와 도산공원점 단 2곳. 지난해부터 편집숍과 온라인몰에 입점을 시작했다.
2013년 피티워모 진출 당시 이탈리아 유명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의 ‘주목해야할 톱5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회사 기남해 대표는 상품을 직접 기획하지만 정작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바스통’에 대한 고객들의 후기 글에는 ‘퀼리티는 역시’라는 말이 줄줄이 달린다. 디자이너이자 대표 기남해 씨를 만났다.

 

-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디자이너 대표가 됐다. 과정이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남성복 디자이너가 꿈은 아니었다. 과학자도 있었고 화가도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화가에 더 관심이 있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러면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당시 ‘인터크루’의 맨투맨이 유행이었는데 너무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옷이 사람을 만드는구나, 옷이 날개구나라는 생각을 그때 했다. 이후 중고등학교 때 미술(서양화) 입시를 준비했지만 의도치 않게 공대에 진학했고 결국 자퇴했다. 이후 보세 매장을 운영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일을 배우며 패션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쌓였다.”

 

 

- 본격적인 사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한 시즌에 너무 많은 상품을 출시하는 통상적인 브랜드는 나와 맞지 않았다. 소수의 컬렉션으로 제대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바스통’의 시작은 꿈에서였다. 2011년 8월 11일 꿈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주 근사한 아우터를 바라보며 바스통! 이라고 외쳤다. 꿈에서 깬 다음날 아침, 내 띠인 양을 로고로 ‘바스통’을 시작했다. 2014년까지 3년 간 7가지 아우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실제 실천했다.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이때 만들어졌다.”

 

‘바스통’의 BI는 기남해 대표의 띠인 양으로, 이름은 꿈에서 사람들이 아주 멋진 아우터를 보며 ‘바스통’이라고 외친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바스통’의 BI는 기남해 대표의 띠인 양으로, 이름은 꿈에서 사람들이 아주 멋진 아우터를 보며 ‘바스통’이라고 외친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 비 전공자 출신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지식도 부족했고 조언자도 없었기 때문에 직접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번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내 실수로 전량 소각된 적도 있다. 10년 중 9할은 고통의 날들이었다. 힘들었지만 그래서 기성 업체들과는 다른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해외와 달리 국내는 소규모 브랜드, 디자이너가 성장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시각이 많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이고 고유한, 남과 다른 방식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 국기를 단 것만으로 멋있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건 패션 사대주의라고 생각한다. 유통 환경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돈과 매출만을 쫓는 경향도 물론 있겠지만, 다르게 해보는 경험이 부족한 영향이 제일 큰 것 같다.”

 

‘바스통’ 밀리터리재킷(사진 왼쪽)과 왁스재킷
‘바스통’ 밀리터리재킷(사진 왼쪽)과 왁스재킷

 

- 선입견에서 나오는 의문일 수 있지만, 유통이나 매출 규모가 작은데, 이익을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익이 나는 구조까지 오는데 4년이 걸렸다. 이제는 다행히 매년 흑자다.(웃음) 브랜드가 성장 하는 데는 최소 6년의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기준, 브랜드의 원형이 있어야한다. 나는 퀼리티를 기준으로 정했다. 좋은 소재, 밀도와 합산, 광택감, 중력에 의한 찰랑거림 등 모든 것을 따진다. 직접 입어보고 몸에 맞는지, 촉감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체크한다. 개발 측면에서는 아름다움을 제일로, 그다음으로 실용성을 기준에 둔다. 하나의 제품 당 평균 15번의 테스트를 보는데 정말 만족할 때 까지 한다. 0.5~1cm의 미세한 차이가 옷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행을 따라 급히 성장하기보다 제품의 본질을 먼저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유통도 자생적이고 건강한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영감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있나.

“디자인적 영감은 과거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얻는다. 2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영상을 특히 많이 보는데, 군인들의 복장, 연설 등이 흥미롭다. 그리고 90년대, 2000년대 영화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 보는 편이다.”

 

- 삐띠워모에 7년째 참가하고 있다. 어떤 경험이 되었나.

“삐띠워모에는 ‘체사레 아톨리니’ 같은 최고 신사복 브랜드부터 처음 들어보는 소규모 브랜드까지 참가한다. 그 자체가 큰 경험이다. 그 속에 있으면 내가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올해 삐띠워모에서는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웃음)”

 

 

- 국내는 디자이너,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많지만 세퍼레이트 캐주얼이나 클래식 브랜드가 제대로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클래식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스트리트 브랜드들과 달리 유행이 와도 확 바뀌는 게 없다. 무드 보다는 기장, 폭, 품 등 0.5cm 디테일의 차이로 경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만 국내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정말 개성이 넘치는 패션이 많다. 국내도 여러 가지 유행들이 정착되면서 이탈리안 클래식, 아메리칸 캐주얼, 최근 대세인 스트리트 패션까지 다양한 장르가 정착 되가는 과정인 것 같다.”

 

- 2010년대가 끝나고 새로운 10년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10년에 비춰볼 때 향후 남성복 시장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향후 남성복은 SPA와 하이엔드로 극명하게 나뉘고 중간 브랜드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말한 바로 기준이다. 바스통은 ‘품질’에 방점을 두었고 그것이 우리 브랜드의 경쟁력이다. 유행에 무조건 따르기 보다는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2020년 이후 브랜드가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다.”

 

- 다년간 해외 경험해서 보거나 느낀 것이 있다면.

“해외 공장에서 우연히 ‘이세이 미야케’가 만들어지는 공정 과정과 직원들의 노력을 볼 기회가 있었다.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값어치 있는 브랜드는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제품은 말이나 설명이 아닌 입어보면 알 수 있다. 입어보면 그 옷이 좋은지 나쁜지 제품 스스로 말한다. 그 점에서 나는 자신이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유통을 키울 것이다. 장기적으로 끌고나갈 수 있는 배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제도권 남성복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도 바로 거기에 있다.”

 

- 향후 생각하는 사업 방향은.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에서 사업을 더 크게 키우고 싶다. 유럽에 매장을 내고 싶다. OEM, ODM 말고 국내 브랜드로 당당히 수출도 하고 싶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다. ‘품질’ 하면 ‘바스통’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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