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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전망] “완전한 정상화 내년 상반기 돼야”

발행 2020년 03월 26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unknown unknowns - 우리가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조지 부시 시절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패닉에 빠진 패션 업계가 그렇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그 동안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경영자는 “평생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 무섭다”고 표현했고, 수십 년을 패션 업에 몸담아 온 베테랑들조차 잔뜩 움츠려 있다. 미국 투자 관리 회사 번스타인은 ‘2008년 금융 위기가 금융이라는 경제의 심장부를 겨눴다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신체 전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known knowns.’ 이미 알려진 상황, 당면한 과제에 대해서는 정리와 대비를 해 나가야 한다. 패션 업계 임원들이 전하는 각 사의 대비 체제와 시장 전망을 정리했다.  [어패럴뉴스 조은혜 기자]

 

 

김한흠 크리스패션 대표
김한흠 크리스에프앤씨 사장

 

“내년 춘하 물량 더 줄일 것...온라인 강화 필요”

 

S/S시즌은 끝났다고 봐야 된다. 코로나에 대한 영향이 빨리 잡아 4월쯤 마무리 된다고 해도 이에 대한 소비 여파는 7~8월까지 이어질 것이다. 소비자들은 당분간 외출을 꺼려할 것이다. 사실상 봄여름 장사는 끝났다.


하반기가 된다고 해도 소비는 크게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패션 소비에 대한 침체는 계속 돼 왔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경기가 급격히 회복될 이유는 없다. 하반기 매출이 작년 수준만 유지해도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또 코로나19 영향이 끝나게 되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들이 대량의 재고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판촉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2~4월까지 최소 3개월간 매출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감소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자금난은 심각할 것이다. 자본을 축적해 둔 기업들이야 그나마 버티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봄 상품 결제가 시작되는 5월부터 극심한 자금난을 겪게 될 것이다. 현재로써 기업들은 자금 회전이 가장 큰 숙제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 2월과 3월 온라인을 통한 프로모션으로 오프라인에서 감소한 매출을 커버했다. 제2의 코로나가 안 나오라는 법이 없다. 중장기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물량 계획도 잘 세워야 한다. 이미 F/W시즌부터 물량을 줄인 상태다. 특히 올해 봄·여름 판매가 극히 부진한 상황이라 내년 S/S 시즌에는 물량 감축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연결 업체들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동석 이지오인터내셔날 대표
김동석 이지오인터내셔날 대표

 

“남성복 정장 재고 문제 커... 선 기획 축소될 것”

 

남성복은 무엇보다 정장 재고가 문제다. 정장의 경우 (캐주얼라이징 흐름으로) 목적 구매가 대부분인데, 코로나로 인해 올해 결혼식, 졸업식, 입학식, 면접 등이 취소되거나 밀리면서 목적 구매가 사라졌다. 특히 추동 상품 보다 춘하 상품의 정장 비중이 15~20% 높고 (원가가 높은) 메인 상품이기 때문에, 올 춘하 판매 기회를 잃은 상품들의 재고 문제가 크다.  

 
남성복은 원가절감을 위한 대량기획을 바탕으로 한 선기획 비중이 커, 협력사(프로모션) 업체들에게 어음으로 선 결제를 진행한 후 시즌이 지나고 남은 이익으로 대금을 치르는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작년 겨울 날씨로 인한 판매 부진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춘하 시즌도 부진해지면서 결제가 밀리거나 연체될 확률이 높다. 협력사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영업이익률과 현금 보유율이 낮은 회사 중심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부터 시작해, 최악의 경우 부도나는 회사들이 생겨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연초 계획보다 물량 축소를 진행중인 업체들이 많아 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량 선기획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기존 6개월 전 대량 선기획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구조보다는 근접 기획과 소량 생산으로 적중률과 소진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 추경도 재무 건전성이 높은 업체 중심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높아, 신용도가 낮은 패션 업체들은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남성복은 여성복이나 캐주얼에 비해 온라인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 하락세가 더욱 심각한 면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도 변화해, 온라인 소비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메인인 30대 이상 고객들도 온라인으로 많이 선회 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온라인 사업을 키워 온 LF 정도가 타격을 적게 받을 것인데, 온라인은 캐주얼 구매 비중이 높아 남성복이 코로나 충격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온라인 마케팅, 상품 등의 전 방위 투자가 가속화 될 것이다.

 

 

이주영 에스제이그룹 대표
이주영 에스제이그룹 대표

 

“판매 정상화 7~8월 돼야...급속한 회복 어려울 것” 

 

메르스, 사스 상황에서도 우리 회사는 30% 신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1~2월 40% 신장했다가 3월에는 30% 역신장했고, 결과적으로 1분기 목표 대비 매출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전년대비 소폭 신장했다. 


브랜드 마다, 유통 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우리의 경우 아동 패션과 면세 유통을 하는 브랜드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고, 20대 타깃의 ‘캉골’은 신장했다. 


현재는 기업공개 후 공격적으로 잡았던 사업계획을 전면 재설정 중으로, 단기적으로는 4월 사업 계획을 하향 조정했다.   

 

마찬가지로 상당수 패션 업체들의 사업 계획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전반적인 상황을 본다면 상반기 영업을 포기한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다. 문제는 춘하시즌 상품에 대한 대책이다. 준비된 물량의 재고를 올 가을 간절기에 판매하거나 아울렛을 통해 소진할 것이기 때문에 일단 춘하 시즌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자사의 경우는 중국 소싱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 만큼 일부 물량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올 추동 시즌 까지 신상품 출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생산을 하지 않는 기업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해외 브랜드 상품을 바잉하는 경우도 제조 업체와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되는 시점은 빨라야 7~8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사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렇기 때문에 ‘V'자 형의 급속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유통은 하이엔드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온라인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급증하고 SNS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그에 대한 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면세 유통이 입은 타격이 심각해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채널 전환을 빠르게 실행할 것이다. 


자사는 연초 계획했던 인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보류했다. 최근 신규 매장 14개점을 오픈한데 따른 최소 인원만 충원했다. 상장 이후 예정했던 계획 전반의 시기를 늦추고 있다.   

 

 

김승곤 미도컴퍼니 부사장

 

“하반기 소비 회복되더라도 현금 흐름은 내년 봄 돼야” 

 

단기적으로는 큰 틀에서 물량(생산비)을 줄이고, 내부의 비효율을 줄이고 있다.
오는 여름 시즌 물량부터는 이미 크게 줄여 놓은 상태여서, 문제가 되는 재고는 올 봄 시즌 제품이다. 여기에 작년 가을, 겨울 재고 소진 문제가 겹쳐 있는데, 중가 여성복의 경우 올 가을 물량을 줄이는 대신 올 봄과 작년 재고 판매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판매 부진은 늦어도 6월 중에는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을까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등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거시경제 지표가 매우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수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패션은 품목의 성격상, 경제적인 악재가 터지면 가장 빨리 소비가 줄지만, 또 가장 빨리 회복되는 경향이 크다. 일각에서 6월 이후 핫 섬머 기간에 매출이 예년보다 더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3월에서 6월 사이 마이너스 장사를 한 데 따른 현금 흐름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내년 봄에서 상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신규 사업 등 추가적인 투자에 대한 계획들은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회복 여부와 그 속도는 각 기업의 ‘펜더멘탈’에 달려 있다. 하반기 판매가 예년 수준, 혹은 그보다 약간 낮은 상태까지 회복된다고 전제하면 연간 전체 매출은 15~20% 하락한다. 비교적 수익 구조가 안정적인 중가 여성복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율은 5-7% 수준인데, 결과적으로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이미 적자를 내고 있거나, 부실 투자가 많아 재무 건전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이다. 그러한 경우라면 이번 코로나의 여파로부터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관근 신세계인터내셔널 전무
백관근 신세계인터내셔널 전무

 

“코로나 정국은 체력의 문제...올 겨울 판매 전략 집중”

 

중소기업은 현금화가 우선돼야하겠지만 자사는 재고를 빨리 현금화하는 것보다 향후 물량 계획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름 물량의 경우는 10% 정도 줄였고 추동, 가장 큰 윈터는 줄이지 않을 계획이다.  


업계 전반으로 보면 봄 판매율이 5~10% 정도라 쌓인 재고를 향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재고현금화는 싸게 파는 것밖에 없는데 지금 오프라인에서는 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판매부진은 다음 달까지 이어지고 그 이후 나아질 것으로 본다. 골든위크인 5월 해외여행 등 나들이를 나가는 인구가 많았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5월부터 상황이 나아져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국내 소비가 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반기 회복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윈터에 달렸다. 겨울시즌에 대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자사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현금흐름 때문에 의사결정에 문제가 생기고 있지 않지만, 중소기업의 경우는 원가절감에 대한 압박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물량투입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을 신상품 물량을 많이 줄이고 이번 춘하 시즌 소진하지 못한 이월재고를 가을 물량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많다.


내수가 괜찮아지더라도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상황 때문에 흔들릴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내년 상반기 내에는 비교적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업의 시스템적인 리스크, 구조적인 문제, 부동산 시장 폭락 등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코로나19, 전염병 문제다. 이건 백신이 나오면 끝나는 문제다. 누구도 장담할 수 는 없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 영향에서 버텨내는 것은 체력의 문제다. 이익구조가 좋지 않은 곳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2~4월 악화가 지속되면 버티기 어렵다. 평소 100억 벌다 50억을 버는 경우는 이익은 줄었지만 50억을 벌었으니 회사가 망가지는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매년 10억밖에 못 내는 곳은 지금 마이너스 30~40억이 되니 생존에 위협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체질이 나빠져 있는 곳들은 사업 중단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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