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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격변의 2020년, 패션 산업 ‘선수 교체’

발행 2020년 09월 22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경영의 방식에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50년 역사를 돌아볼 때, 패션은 오너 의존도가 특히나 높은 산업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90년대 여성복의 부흥을 이끈 리더들이 있었고, 2000년대 캐주얼 팽창기를 주도한 오너들이 있었다.
시대에 따라 산업의 역사는 출렁인다. 그래서 각각의 시대는 각기 다른 경영자의 자질을 요구한다. 지난 10년의 변화는 이전 40년을 합친 것보다 가파르고 치열했다. 그래서 이전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리고 격변의 2020년, 팬데믹과 디지털 전환, 세대교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그라운드의 대전환.
이제 선수는 교체됐다.

 

F&F, 휠라, 데상트, 케이투
지난 10년간 연평균 10% 성장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지난 10년 국내 패션 산업을 이끈 인물을 꼽으라면 김창수 F&F 대표, 김훈도 데상트코리아 대표,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 정영훈 케이투그룹 대표를 지목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 전문 기업들이 약진하는 사이, 재벌 기업의 패션 계열사들은 뒷걸음질 쳤다.


연 매출 5,000억 원 이상,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10% 이상을 기록한 곳들은 이들이 유일하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각 기업별 연평균 성장률은 데상트코리아 15.1%, 케이투그룹 16.7%, 휠라홀딩스 21.3%, F&F 17.3%다.


10년 전만 해도 이들의 존재는 미미했다. 데상트코리아는 2009년 회계기준 1,507억 원, 케이투그룹 1,855억 원, 휠라홀딩스 5,023억 원, F&F는 1,85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휠라홀딩스는 휠라 사업부문만 1조4,905억 원을 달성했고, 2011년 인수한 아쿠쉬네트 사업을 포함하면 3조4,504억 원의 규모에 이른다. F&F는 지난해 9,10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소비자가 기준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케이투그룹은 소비자가 기준 1조 원에 육박하며, 데상트코리아는 7천억 원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패션 시장에서 히트를 친 브랜드도 대부분 이들 기업에서 나왔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부활에 성공한 ‘휠라’, 국내 스포츠 시장의 리더로 성장한 ‘데상트’,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시장을 연 ‘디스커버리’, 모자 시장을 석권하며 아시아로 진출하고 있는 ‘MLB’, 국내 아웃도어 성장을 주도한 ‘K2’와 ‘아이더’ 등은 국내에서만 연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창수 대표의 브랜딩 감각,
디스커버리와 MLB 키워내


이들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오너의 역량’을 꼽는다. 오너들이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발휘하는 리더십과 추진력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F&F에 근무했던 한 임원은 “김창수 대표여서 가능한 일이다. 타고난 감각이 있고 시장을 읽어내는 예리함이 있다. 거기에 과감함도 갖췄다. 임원들은 ‘생산을 늘렸는데 안 팔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과감한 배팅을 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의 성공만 거둘 뿐 ‘잭팟’은 터뜨릴 수 없다”고 말한다.


‘디스커버리’는 물론 ‘MLB’의 잭팟도 김창수 대표가 터뜨렸다. ‘모자도 화장품처럼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에게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김 대표는 2014년 명동 재진출, 모자 집중 배치를 지시했다. 2016년 초 대량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공격적인 물량 배팅과 면세점 진출을 직접 지휘했다.


잭팟은 터졌다. 면세점 1개 매장 당 월 수십억 원의 매출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 2017년 사드배치 문제로 따이공들의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서울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찾아간다’. 김대표는 다시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홍콩, 마카오, 대만, 싱가포르를 타깃으로 매장을 열기 위해 MLB 본사와 협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하나둘 문을 열었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이는 중국 사업권 확보로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윤근창 대표와 정영훈 대표는 2세 경영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윤근창 대표는 윤윤수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휠라’의 부활을 주도했다. 윤회장이 생산의 혁신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면, 윤 대표는 유통의 혁신을 통해 달라진 시대에서의 성장을 이끌었다.


윤근창 대표
‘휠라’ 신유통 전략 주도


휠라USA에서 사업개발 및 라이선싱과 소싱업무 등을 담당한 윤 대표는 한국에서의 유통 혁신과 중국 최대 스포츠의류기업 안타와의 합작을 주도한 인물이다.


패션업계에는 ‘런칭’보다 어려운 것이 ‘리뉴얼’이라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한 번 인기가 식은 브랜드를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휠라 역시 수년간의 노력 끝에 부활을 이뤄냈다. 그 중심에는 ‘홀세일’이 있다.


만약 휠라가 자체 매장에서만 변화를 시도했다면 지금의 부활이 가능했을까? 많은 이들은 “휠라 부활의 핵심은 홀세일”이라고 말한다. 젊은 층들의 트래픽이 높은 오프라인 멀티숍과 편집숍, 온라인을 공략했고 홀세일 비즈니스를 펼쳤던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휠라’의 홀세일 전략은 국내 유통 구조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케이투그룹 역시 정영훈 대표의 배팅력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기 힘들었다는 시각이 많다. 정 대표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플레이어로 유명하다.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마케팅에 투자하고 있다.

 

정영훈 대표 ‘마케팅의 귀재’
데상트의 재기 지켜봐야


케이투그룹 임직원들이 말하는 정 대표의 사업 철학은 ‘상품은 기본. 그 다음 성공여부는 마케팅’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K2’에 이어 ‘아이더’를 아웃도어 정상에 올려놨고, 처음 시도했던 골프웨어 ‘와이드앵글’은 3년 만에 1천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스포츠 ‘다이나핏’ 역시 연간 수십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단기간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2001년 196억 원에서 2018년 7,270억 원. 데상트코리아의 실적이다.


지난해 사회적 이슈로 타격을 받기 전까지 데상트코리아의 매출 실적은 사업 시작 후 16년간 단 한 번의 뒷걸음질도 없었다. 이를 이끌어온 인물은 바로 김훈도 대표다. 김 대표는 앞서 언급한 3명과는 다르게 전문경영인이다. 하지만 십수년간 데상트코리아를 이끌어온 오너형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의 강점은 무엇보다 ‘원리원칙’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상품과 마케팅, 유통에 있어서의 원칙은 기본, 사업과 관계된 대리점주, 협력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다.


올 초 데상트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주 및 중간관리자들을 위해 6개 브랜드 총 750개 매장에 3월 임대료 및 인건비를 무상 지원했다. 3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본 매장에 4개월간 12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데상트의 이같은 조치는 이후 패션 업체들이 대리점 지원에 나서는 시발점이 되었다.


불매운동과 코로나 사태 이후 데상트의 재기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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