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배너 이미지

[창간기획] 한국산 소재 ‘K-라벨’을 키우자

발행 2019년 09월 27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조은혜 기자] 우리의 섬유 산업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면이나 울과 같은 천연 섬유는 국내 원재료의 생산 배경이 전무해 한계가 분명했고, 1960년대 일본의 기술을 전수받아 시작된 화섬은 일본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아이템들이 주력이 되었다.

저가 합섬 소재 분야는 규모와 가격을 앞세운 중국에 밀리면서, 고부가가치 소재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국산 소재 품질 표준 갖추고,

내수 패션 업계 인식 전환해야


최문창 섬산련 이사는 “국내 소재 수준은 유럽과 일본 다음이다. 중국과 저가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고기능성이나 지속가능 소재의 부가가치를 개발해, 유럽, 일본산과 비슷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높이면 승산이 있다. 세계 소재 산업이 이 두 축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원하는 소재 경향에 맞춰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한국산 소재의 브랜딩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돼야할 과제들이 많다.


후진적인 섬유 퀄리티 표준을 제대로 갖추고, 패션과 소재산업 간의 적극적인 협력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섬유 품질 퀄리티 표준은 현재 다양한 기준들이 존재하지만 현실성, 타당성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적용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국내 기준의 확실한 표준화가 요구된다.


국산 소재에 대한 내수 패션 업계의 왜곡된 인식과 거래관행도 걸림돌 중 하나다. 납기, 퀄리티, 각종 비용(결제여신, 샘플비, 미니멈 차지, 운송료 등), 클레임 등 오더 진행 시 발생하는 문제나 비용 대부분을 생산업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소재 업체 입장에서는 해외업체와 거래하면 부담하지 않는 비용을 그대로 지게 되면서 패션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섬유산업은 오히려 규모가 작아졌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산 프리미엄 소재 업체들이 내수거래를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재 업체의 한 관계자는 “같은 퀄리티와 가격이라도, 국내산보다 이태리산을 우대하는 국내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재 산업이 발전하기 힘들다. 일본과 프랑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자국 내 생산과 라벨이 ‘최고’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재 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국내 업체들이 한국산 소재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 조건에 맞춘다면 내수 거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 ‘제이 퀄리티’로 소재 산업 재건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딩 전략 필요

 

박일왕 에스비텍스 대표는 “일본산 소재를 알리기 위해 개발된 제이 퀼리티(J∞QUALITY)가 어떤 과정에서 탄생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섬유강국을 자부해 온 일본도 93년 부동산 거품 붕괴 및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격파괴로 섬유산업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다.


제이 퀄리티는 일본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 퀄리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자국 제품이 세계 제일이라고 하는 일본 사람들의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국내 역시 내수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부의 인식전환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K퀄리티, K라벨 등의 브랜딩 전략이 정부, 단체, 업계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더불어 독자적인 신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 분쟁을 겪으며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필요성과 자성의 요구가 크게 늘었다. 새로운 기술개발에는 최소 5년 이상, 수억원에서 10억 원 넘는 재원이 소요된다.


지난 수년간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는 늘어난 반면, 섬유 소재 분야는 사양 산업으로 취급되며 변방으로 밀려났다.


진의규 티에프제이글로벌 대표는 “애써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중국 등 해외로 헐값에 넘기는 경우도 있다”며, “제직 봉제는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 어렵고 기능성 소재가 글로벌 시장공략에 유리하다. 섬유 소재 기술 스타트업 육성과 인력 혁신에 관심과 투자를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 퀄리티: 일본이 지난 2015년부터 일본 패션 산업협의회 주도로 만든 일본산 어패럴 제품의 표시제도다. 일본 어패럴의 수요 창출과 섬유 및 봉제 산지 활성화를 목표로 ‘MADE IN JAPAN’을 넘어 방직, 편직, 염색 가공, 봉제, 기획, 판매 전부를 일본 내에서 하는 상품에만 ‘제이 퀄리티’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잿더미 속에서 다시 살아난 프랑스 섬유산업


산업혁명 이후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프랑스 섬유산업도 세계화의 파고 속에 사양산업화 되었지만,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활황과 신소재 개발 추세에 힘입어 재개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4월 르몽드지가 프랑스 통계청(Insee)발표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2018년 섬유 산업 거래액이 1.7%, 해당업계 인력고용이 0.9% 성장했다.


지난 40여 년간 지속되어온 하락 추세가 반등으로 돌아선 것이다.


프랑스 섬유산업은 1970년대에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동유럽 등으로 이전, 2005년 섬유수입쿼터제도의 폐지에 의해 급격하게 쇠락하기 시작했다. 섬유제조사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1996년과 2015년 사이 ⅔에 달하는 인력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프랑스인들이 입는 의류와 신발의 ¾이 수입품으로 대체되었다.(통계청) 하지만 2010년부터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들의 활황에 힘입어 ‘메이드 인 프랑스’ 섬유제조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르몽드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명품 시장은 6~ 8% 확대됐다. 명품브랜드들이 원재료의 프랑스 국산화로 돌아서면서 아뜰리에들에 투자를 재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르메스는 유르(Eure) 지방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루이비통은 벙데(Vendée)와 만에루와르(Maine-et-Loire)에 아뜰리에를 새로 열었으며, 샤넬은 소규모 수작업 아뜰리에들을 매입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생산 공장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요인으로는 원자재 확보와 노하우 보존이 크다.


프랑스 섬유산업 부활의 두 번째 요인은 ‘메이드 인 프랑스’ 유행 현상이다. 세계 의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의 생산과정에서 아동노동과 환경 오염이 비난받으면서 프랑스 소비자들이 다시 자국산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속옷 슬립프랑세(Le Slip Français), 실내화 꼴레지앙(Collégien) 등은 100% 프랑스산이라는 문구를 강조하며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섬유시장 부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특수 섬유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병원이나 항공, 건설현장 등에 사용되는 특수 섬유 시장이 2010년에 비해 2018년 30% 이상 성장했다. 프랑스 특수섬유 시장은 2016년 기준 약 백억 유로에 이르며 유럽에서 해당분야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광섬유가 들어가 빛이 나는 섬유, 신생아의 황달을 치료하는 섬유, 심장박동수를 측정할 수 있는 섬유, 열을 발생하는 섬유, 농업용 섬유를 재활용한 섬유 등 다양한 혁신적인 상품들이 기술 섬유 업체들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정부는 주요 의류 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협업하고 있으며, 롱샴 등 주요 기업들은 학교를 세워 전문 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