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배너 이미지

맥킨지의 ‘충고’와 빅토리아 시크릿의 ‘위기’

발행 2020년 01월 09일

장병창 객원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엔젤스 쇼 등 과거 성공 모델에 집착, 소비자 트렌드 변화 외면 
판매 증가율 마이너스로 반전, 미국시장 점유율도 20%대로 추락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 속 ‘빅토리아 시크릿 분리’ 현안 등장     
   
[어패럴뉴스 장병창 객원기자]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가 올해 패션 산업에 보내는 화두는 ‘불확실성 속의 항해( Nevigating Uncertanity)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의 항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해 올해 사라질지도 모르는 유명 브랜드들 가운데 하나로 엘 브랜즈의 빅토리아 시크릿의 이름이 등장했다.

 
맥킨지는 과거에 성공을 거뒀던 비즈니스 모델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며 과감하게 부셔버리는 자기 파괴(Self Disruption)의 결단을 권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성공과 쇠락은 그 대표적 본보기로 꼽힐만하다.

 

 

빅토리아 시크릿
빅토리아 시크릿

 

미국 최대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올해 사라질수도 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근황을 정리하면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인 엘 브랜즈의 지난 회계년도 매출은 132억3,700만 달러, 원화 약 15조4,5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한해 시가 총액이 전년보다 28% 줄어 메이시스 46%, 갭 31%에 이어 S&P500 기업 가운데 가장 경영 실적이 나빴던 3대 기업으로 분류됐다. 신용등급 기관인 무디스는 엘 브랜즈를 종전 Ba1에서 Ba2로 한 등급 내리고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미국 란제리 시장 점유율은 2016년 33%를 정점으로 2018년에는 24%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1995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개해왔던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스 쇼도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엘 브랜즈의 창업자 겸 CEO인 레스 웩스너의 절친으로 오랜 기간 재산 관리를 맡아왔던 제프리 앱스타인이 성매매 협의로 구속, 자살하는 소동이 미투 운동의 확산과 겹쳐 그룹 이미지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엘 브랜즈의 두개 주력 브랜드 ‘배스앤바다웍스’와 ‘빅토리아 시크릿’을 분리해 사업 실적을 보면 빅토리아 시크릿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중에는 그룹 전체 매출이 2% 하락한 가운데 배스앤바디웍스의 9% 증가에 비해 빅토리아 시크릿은 -7%를 기록했다. 그룹 내 빅토리아 시크릿 매출 비중( 74억달러)은 57%, 배스앤바디웍스는 40%에 달했다. 그룹 이익금에서는 외형이 작은 배스앤바다웍스가 빅토리아 시크릿의 손실금을 보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바링턴 캐피털 등 엘 브랜즈 투자자들은 웩스너 회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그룹에서 빅토리아 시크릿을 분리토록 요구하고 나섰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잘 나가고 있는 배스앤바디윅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치 배가 난파돼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생존자들이 부상자들은 버리고 떠나자고 외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최근 CNBC는 엘 브랜즈가  투자은행과 빅토리아 시크릿의 분리 방안 협의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이처럼 어려움에 처하게 된 원인은 수퍼 모델들로 구성된 엔젤스를 앞세워 여성의 섹시미를 강조해온 수퍼 섹시 마케팅 전략의 성공에 함몰되어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외면해왔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의 자매 브랜드 에어리(Aerie), 온라인 전용의 서드 러브(Third Love), 리한나의 새비지 앤 팬티(Savage x Fenty) 등 스타트 업 기업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입기 편한 란제리, ‘바디 포지티브’를 내걸고 전개해온 안티 빅토리아 시크릿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는 동안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를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대항해왔다.  


한때 1천만 명을 돌파했던 엔젤스 쇼 시청자도 2018년 330만 명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지난해 가을 리한나의 뉴욕 새비지 앤 팬티 쇼는 공전의 성황을 이뤘다. 그녀의 쇼가 2억 명의 프라임 멤버십 회원을 거느린 아마존 전파를 타자 매체들은 ‘리한나가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죽음을 재촉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기업 엘 브렌즈의 창업자 겸 회장인 레스 웩스너(83)는 미국이 자랑하는 경영인이다. 500대 기업 경영자 가운데 가장 긴 경력을 가졌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톱 100 경영인 가운데 11위로 뽑히기도 했다.


엘 브랜즈는 그가 처음 오하이오주에서 시작한 여성 의류 전문점 리미티드 브랜즈( Limited Brands)의 약자다. 리미티드는 마진이 좋지만 뜸하게 팔리는 비싼 재킷보다는 합리적인 드레스를 많이 파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산술적 계산에 착안해 만든 회사다. 리미티드는 문자 그대로 한정 판매를 뜻했다. 요즘 유행하는 캡슐 콜렉션의 효시인 셈이다. 맵시 있고 저렴한 여성 의류 한정 판매로 성공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웩스너는 엑스프레스, 레인 브라이언트, 레너 뉴욕, 헨리 벤델, 아베크롬비 앤 피치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도 그중 하나다.  웩스너는 세계 금융 위기가 찾아오기 전 사업을 정리했다. 빅토리아 시크릿과 배스앤 바디웍스를 중심으로 남기고 사업 발판이었던 리미티드 브랜즈를 포함해 아베크롬비등 대부분의 의류 브랜드들을 서릿발이 내리기 전에 매각 처분해 버린 것이다. 역시 선견지명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한때 웩스너 회장은 ‘나는 내 전화번호도 곧잘 잊어버릴 만큼 숫자에 둔하지만 7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에어리 등이 치고 나오는 와이어리스, 브라렛, 스포츠 브라 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가볍게 보고 페디드, 푸시 업 브라에 연연했던 이유는 그간의 성공에 자만했던 탓일까.  


빅토리아 시크릿은 그동안 핵심인 란제리 사업에 역량을 모으기 위해 카달로그를 비롯 수영복, 의류 사업 등 많은 것을 내려놓았지만 문제의 본질인 섹시리즘 마케팅 끄나풀을 끊는 데는 인색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몇 년 전 룰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이 ‘어떤 여성의 체형은 룰루레몬에 맞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자초했던 실수를 지난해에도 반복했다. 마케팅 책임자가 판타지 모델을 외치며 ‘우리는 트렌스 젠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쓰지 않는다’고 밝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향후 진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위에 놓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당면 과제 중 브랜드 분리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정체성 재정립이 아닐까 싶다. 맥킨지는 새해 메시지로 여러 충고와 함께 소비자들의 심장에 디지털을 대고 부지런히 클릭하라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