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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65:35 혼방’ 소재 레전드 개발 역사는 이어져야 한다
박선희 편집국장

발행 2019년 09월 30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1970~80년대 국내 섬유업계엔 ‘65:35 혼방’이란 단어가 널리 알려져 있었다. 폴리에스터 65%와 면 35%를 혼방시켜 만든 원단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늘 입고 다니는 와이셔츠 원단이 ‘65:35 혼방’ 소재다.


물론 지금은 60:40 또는 나일론이나 레이온과도 혼용되고 있지만 그 당시는 ‘65:35’가 대세였다.


이 원단을 독점적으로 대량 공급한 회사가 면방업체인 방림방적이다. 일본에서 방적 공장을 운영해 온 서갑호 씨(작고)가 한국에 공장을 세우면서 생산을 시작한 이 원단은 당시 업계의 최대 히트작이었다.


서갑호 사장이 국내에 면방 공장을 세울 때 국내 언론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몇몇 신문은 공장 설립을 놓고 ‘매판 자본’이라며 강한 질타를 보내기도 했다.


허나 이를 소재로 한 셔츠 수출이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봉제품은 스웨터(니트)와 함께 일본을 앞지르며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 냈다.


당시 서갑호 씨는 이 ‘65:35’ 원단 가격을 오랜 세월 올리지 않고 공급했다. 원료값이 아무리 상승해도 봉제 업계에 대한 출고 가격을 그대로 동결시킨 것이다.


그때 서갑호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봉제 업체는 우리고객이다. 봉제가 없어지면 원단 업체도 망하게 마련이다. 절대 값을 올리지 말라.”


70년대 유력 봉제품 수출 업체 대표들이 서갑호 씨 타계 후에도 해마다 그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했다는 이야기는 제법 알려진 일화 중 하나다.


화학섬유(화섬) 제품인 폴리에스터 소재의 가장 큰 단점은 불에 약하다는 것이다. 70년 당시 화섬 업체들은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어느 날 선경합섬(SK의 전신)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 원단 개발에 성공했다며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 난연성 시연회에서 직접 원단에 불을 붙여보였으나 오래 견디지 못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그러나 선경은 결국 난연성 원단 개발에 성공했고 폴리에스터 산업에서 정상을 유지했다.


봉제 사업을 시작으로 재벌의 반열에 올라선 대우그룹은 어떤가.


옛 한성실업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김우중 씨는 60년대 말 싱가폴에 트리코트 원단 대량 수출 계약을 성공시키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당시 계약 물량이 국내 연간 트리코트 총 생산량의 3배에 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김용순 한성실업 사장한테 “불가능한 계약을 하면 어떡하느냐”고 불호령이 떨어졌지만 배짱 하나만은 알아줘야 한다는 소리를들었다.


김우중 씨는 그 후 한성을 나와 대우그룹을 만들어 냈지만 김용순 씨가 타계할 때까지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국내 섬유 산업 발전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불과 50년 안팎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에 국내 소재 산업의 쇠락과 생존과 붕괴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시장성과 경제성을 넘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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