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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 우리는 모두 시니어가 된다

발행 2022년 04월 11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2020년 '몬테밀라노' 시니어 패션쇼

 

내가 운영하는 ‘몬테밀라노’ 시니어 패션쇼에서 데뷔한 분이 얼마 전 얼마 전 SBS 나이트라인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우리 패션쇼를 통해 데뷔한 또 다른 분들은 현대백화점과 아반테 자동차의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시니어 모델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대학이나 학원의 평생교육원 등에 시니어 모델 학과가 개설될 정도다.

 

5년 전, 강남 페스티벌 피날레에서 나는 시니어 패션쇼를 열었었다.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전문 모델 없이 100여 명의 시니어들로 쇼를 채웠다. 주최 측은 전문 모델과 시니어 모델이 함께 해야 혹여 있을 수 있는 실수를 덮을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시니어들이 좀 틀리면 어떤가. 180cm 키의 20대 모델 옆에 160cm 키의 60대 시니어 모델이 선다면, 아무리 잘해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으니,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없는 게 낫다”고 주최 측을 설득했다.

 

전문 모델이 서는 패션쇼는 서울패션위크에서도 볼 수 있으니, 지역 축제는 현실적으로 했으면 좋겠단 제안을 한 것이다. 다행히 강남구는 동의해 주었고, 지자체가 주최하는 큰 쇼에서 처음으로 전문 모델 없이 시니어 모델들만으로 이루어진 런웨이가 치러졌고, 이슈가 되었다.

 

별마당 도서관 쇼에서 펼쳐진 시니어 쇼는 수많은 매스컴이 이슈로 다루어 주었고, 패션 디자이너로서도 의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인 시니어들은 패션쇼 관객으로 온 사위, 딸, 배우자에게 가족의 자랑이 되었고, 기존 전문 모델을 세운 패션쇼가 옷을 보여준다면 시니어 패션쇼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되었다. 쇼가 끝난 후, 스스로에게 감동한 나머지 누군가 눈물을 터트리자, 이내 이쪽저쪽에서 흐느낌이 들려오던 그 순간의 가슴 먹먹함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다음 해, 대구시의 수성 못에서 개최된 ‘대구패션위크’에서도 나는 시니어 패션쇼를 열었다. 패션쇼 모델을 선발하는 오디션에는 400명이 넘는 시니어들이 참가해 실내 체육관을 빌려야 했다. 오디션장은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찾아온 백발의 지망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오디션장에서 내가 질문한 내용은 모두 비슷했다. “왜 시니어 모델이 되려고 하시나요?”. 어쩌면 나는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한 답을 그들에게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인생 살아보니 배우자나 자식들은 자기 삶을 사는데, 나는 누구의 누구로 살고 있더라구요. 더 늙기 전에 나로 살아보고 싶어요”

 

모델 워킹을 전혀 숙지하지 못한 단발머리의 한 지망생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이렇게 자기 소개를 했다.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저는 너무나도 깊은 우울증에 걸렸어요. 우연히 시니어 모델 공고를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되어 나왔답니다. 분명히 엄마가 보여준 것 같아요”.

 

그녀는 많은 시니어들을 울렸고, 나 역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휴지를 건네는 옆 자리 심사위원들 눈에도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결국 모든 참가자들을 무대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날의 심사 기준은 체형과 워킹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동의한 결과였다.

 

우리는 어떻게 나이 들것인가. 인간이 나이 들어 겪는 네 가지 고통에는 빈고, 병고, 고독고, 무위고가 있다. 빈고와 병고는 국가가 도울 수 있지만 고독고와 무위고는 스스로 길을 찾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세상 사람 누구나 시니어가 된다. 패션 산업도, 세상도 시니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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