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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기] 메디치 가문의 양다리 전술

발행 2022년 11월 2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메디치 가문의 클레멘스 7세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카테리나 데 메디치와 프랑스 왕자 앙리2세와의 결혼식 장면 / 사진=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코로나 환경과 MZ세대가 만나면서 최대의 수혜를 얻은 곳은 익히 알려진 데로 해외 럭셔리 하우스들과 골프웨어 시장이다. 특히 골프웨어 시장은 그야말로 코로나 기간 MZ세대를 등에 업고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2020년 이전 10개 미만의 브랜드가 25개(국내 톱3 백화점 평균)가 된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브랜드들의 구성이다. 결론인 즉 국내 브랜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해외 직수입과 라이선스 브랜드 일색이다. 25개 중 직수입이 10개, 라이선스가 10개이며 국내 브랜드는 5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이러한 광풍(?)이 휘몰아친 후에는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지고 글로벌 브랜드 몇몇을 필두로 시장은 재편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야 하는 것일까. 영 캐주얼, 스포츠, 잡화, 그리고 여성복 등 이러한 상황을 거치지 않았거나 직면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1년 국내 럭셔리 마켓은 14조 규모로 글로벌 순위 8위다. 이는 독일을 앞서고 이탈리아와 비슷한 규모다.

 

그렇다고 브랜드를 수입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뭔가 균형 있는 전략과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해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메디치 가문의 핵심 외교 전략인 투트랙 전략, 일명 ‘양다리 전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구 30만도 안되는 작은 상업도시 피렌체에서 성장한 메디치 가문은 처음에는 출신도 보잘것없었고 존재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디치 가문은 15~18세기 피렌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학자들을 후원했고, 3명의 교황과 2명의 프랑스 왕비를 배출했다.

 

그 성장 과정과 비결에 대해 후세의 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하였는데 오늘날 경영학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바로 ‘양다리 전술’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양다리 전술’은 부정적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이 전술을 구사하는 사람은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메디치 가문은 힘을 키우기 위해 여타 200여 개 가문과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독특한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를 위해 메디치 가문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전통 귀족 가문들과 결혼 관계를 맺었고 심지어 정적이었던 가문과의 혼인도 꺼리지 않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가문과의 관계를 맺지 않았다.

 

이처럼 명문가와 혼인으로 지위를 올리는 동시에 메디치 가문의 사업을 위해 신흥계급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신흥계급은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메디치 가에 도움을 줬지만 신분 상승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메디치 가문은 상업적으로 융성했고, 그 자금으로 뛰어난 예술가들을 후원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국내 직진출 법인은 36개였으며, 올해 이미 10개 이상이 추가로 진출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입만 키우게 된다면 국내 패션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국내 브랜드를 대우해 달란 얘기는 아니다. 국내 패션 기업들도 유통업계와 함께 메디치 가문의 전술을 접목하여 수입 브랜드 운영과 함께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내 브랜드를 함께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겸 전방위 예술가인 기타노 다케시가 “노력이라는 것은 복권 같은 것이다. 사도 맞을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사지 않으면 절대 맞을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어차피 복권은 사지 않으면 당첨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투자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정승기 메트로시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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