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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메타버스, 그 낯설고도 매력적인 신세계 [1]찬반론

발행 2022년 02월 03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메타의 저커버그가 디지털  패션 비젼을 시연하는 모습.

 

나는 올 초부터 메타버스를 통해 명품 브랜드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중 내 강의와 프레젠테이션에 유리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골랐다.

 

기업 강연을 하는 나로서는 강의장 분위기, 관객과의 공감, 의미 전달의 편리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데, 메타버스는 줌과 달리 메시지의 내용에 맞는 다양한 가상공간을 설계할 수 있다.

 

패션 관련 책을 낭독하고 싶을 때는 도서관을, 럭셔리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을 때는 루프탑을, 전문가를 모셔 대담을 할 때는 극장을 쓴다. 최근에는 아트 갤러리도 생겨서 이곳에서 패션 전시나 디자이너 프레젠테이션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의 후엔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질의응답도 한다. 강의를 자주 하는 나의 경우, 현장이 주는 임장감(Sense of Presence)이 그리운데 메타버스는 가상 아바타의 몸을 움직이고, 춤을 추고, 다양한 동작을 연결해 실제 움직임처럼 쓸 수 있어, 이런 반응을 쉽게 만들 수가 있다.

 

메타버스에서 구현하는 임장감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가상의 장소를 신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원격 현장감(Telepresence)으로, 이는 보조 장치 기술과 함께 발전하는 중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메타버스의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다.

 

그런데 플랫폼의 주 사용자가 10대라는 이유로 메타버스의 시장성을 일축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반대론자가 2014년 패션계를 강타한 ‘놈코어' 유행을 예측한 케이홀(K-HOLE)이란 회사다. 이들은 업계에서 30년 넘게 거대투자를 해 왔지만 가상 현실이 일상에 더할 가치가 명확하지 않다며 일언 지하에 평가 절하했다. 반면 회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꾼 마크 주커버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메타버스가 타인들에게 우리 자신을 선보이는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이라며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를 환영했다.

 

특정 시스템이 사회 내부에 안착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다만 나는 현재 메타버스 시스템의 열혈 사용자인 10대~20대 초반 사용자를 주목한다. 이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속에서 개인이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능, 태도를 습득하는 ‘소비자 사회화' 과정을 겪는 중이다. 이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의 선생에게 첨삭지도 교육을 받고, 친구들과 함께 랜드(가상공간)를 만들어 퀴즈를 풀고 놀고 휴식한다.

 

트렌드 분석을 위해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개념 중 하나가 코호트 현상이다. 코호트(cohort)는 특정 연도 또는 연속되는 연도에 태어나 비슷한 사회 환경에 노출되면서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우리 때는 말이야”라고 말할 때 그 말에 공감하는 또래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코호트 효과가 야기하는 연대의식 때문이다.

 

지금 메타버스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메타버스는 일상과 가상의 구분이 없어진 확장 현실 그 자체다. 이 아이들은 메타버스 공화국의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그들이 성장의 서사를 쓰는 무대가 된 메타버스는 아무 문제 없이 사회의 일부가 될까.

 

2006년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은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 관계를 맺게 해주는 메카니즘’이라고 찬미한 바 있다. 사람들은 그의 비전에 공감했고, 28억의 인구가 동참했지만 한편으론 사이버 상의 집단 따돌림, 가짜뉴스, 정치적 양극화 등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소셜 미디어에의 노출이 길어질수록 깊어지는 사회적 외로움과 우울증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페이스북의 사회적 악영향에 대한 항의로 수천만이 팔로워를 포기하고 페이스북을 탈퇴한 영국의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를 생각해보라. 이외에도 던져볼 질문이 있다. 메타버스가 인간의 창의성을 촉발시킬까. 기술을 통해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디자인의 양적 성장이 개인의 창의성을 일상품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이미 음반산업이 증명하고 있다.

 

결론은 신규 플랫폼의 등장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곧장 풀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성이나 반대 대신,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일이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 온 것이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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