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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3)
패션은 바다에서 태어났다

발행 2018년 04월 1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특별기고 -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3)

 

패션은 바다에서 태어났다

 

패션의 역사는 바다와 함께 해온 모험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바다를 건넌 벨벳과 같은 직물들은 유럽 사회에 이국적 라이프스타일을 심었다.


이후 각국이 이를 자체개발하기 위한 혁신의 장이었다. 지도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대의 아름다움과 기준을 창조하는 다양한 유행이 태어났다.


바다는 패션을 만드는 힘이다. 패션계에서는 리조트/크루즈 컬렉션을 발표한다. 19세기 말부터 휴양이란 곧 해변에서의 쉼을 뜻했고 바다는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타인에게 선보이며 경쟁하는 장소였다.


바다는 패션의 영감이 태어나는 자리였다. 척박한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이들의 옷은 ‘마음 속 바다’를 잃은 도시인에게 꿈과 로맨스, 실용성을 갖춘 옷을 열망하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


또한 인간은 원거리 항해를 통해 나와 다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 향유하는 이국적인 매혹을 살 수 있었다.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태어난 패션 스타일을 노티컬 시크(Nautical Chic)라고 부른다. 매년 봄/여름이 되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화려한 꽃무늬 옷을 생각해보라.


16세기에서 18세기 서양을 사로잡은 꽃무늬 직물은 인도에서 왔다. 친츠(chintz)라 불리는 이 직물은 다채색의 소형 꽃무늬로 뒤덮인 면직물이었다. 친츠는 이 시기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에 수입되었다. 인도의 직물은 유럽에서 스타일의 글로벌화를 주도했다. 유럽의 각 궁정을 휩쓸면서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링에 영향을 준 것. 저렴한 면직물의 특성 때문에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대중들에게 퍼져나갔고 땀도 잘 빨아들이다보니 착용상의 쾌적함까지 가져다주었다.


패션은 기존 방식과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습,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받아들일 줄 알았다. 넓은 바다를 건너본 이들만이 사회 내부에 뜨거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변화와 한 사회의 경향을 뜻하는 ‘트렌드’란 단어가 태어나게 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패션의 트렌드는 바다에서 태어난다. 남성정장은 원래 해군 장교의 정복에서 나온 것이며, 현대 비즈니스 캐주얼의 대명사인 감청색 블레이저(Blazer)와 백색 플란넬 바지는 요트를 타는 남자의 옷이었다.


더플코트는 벨기에의 작은 어촌 마을이름을 딴 옷이었으며 1920년대 신여성들의 유니폼이었던 미디블라우스는 해군사관생도의 옷을 여성용 스포츠웨어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설명이 필요 없는 세일러 복, 밑으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여성용 와이드 팬츠, 풀오버 스웨터를 비롯한 니트웨어의 구성법, 스트라이프 패턴 등 말할 수 없이 많다.


특히 미국 해군이 입던 피 코트(Pea Coat)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프랑스 해군 유니폼에 달린 금장단추를 달아 옷의 기능성에 파리의 예술가적 감성에 소구했다. 이 피코트의 감성을 대중에게 소개했던 이가 가수인 배우 제인 버킨이다.


엘리트 해군이 입던 피코트가 거리 패션의 아이콘이 되면서 패션의 민주화는 본격적으로 물꼬를 튼다.


현대의 각종 작업복들이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태어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발명된 이후 지속적으로 모든 패션쇼에 등장하며, 컬러와 소재, 실루엣을 약간 변형시킬 뿐, 본질을 잃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클래식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가 주는 상상력과 강인한 삶의 생명력을 갈망하는 존재다. 소설가 생택쥐페리는 “아이들에게 배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바다를 먼저 보여주어라”고 말했다.


찬연했던 원양항해 시대의 갈망을 만들어준 저 바다의 광대함은 오늘날도 유효하다. 바다는 신소재 개발의 터전이며 동과 서를 직조하여 한 벌의 거대한 옷으로 짓는 베틀이다.

 

/패션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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