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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2)
시대 遺産, 시대 遺感(1)

발행 2016년 09월 06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2)

시대 遺産, 시대 遺感(1)


한국은 현재, 미국의 ‘폴로’와 한국의 ‘빈폴’을 다를 바 없이 느끼는 소비자와 디자이너 브랜드를 통한 투자 엑시트 전략을 비현실로 인식하는 민간 투자자, 분명한 아이덴티티보다 현실을 코디네이션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모여 ‘무형자산’ 을 매출 프레임으로 측정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리우 올림픽 개막을 앞둔 며칠 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주목받는 유니폼 TOP 5’ 5위에 한국 이름이 올랐다.
올림픽 선수단복은 그 나라의 특징을 옷에 담아내는 상징성을 가짐과 동시에 국가를 대표하는 패션 콘텐츠로,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된다.
‘포브스’가 선정한 베스트 유니폼에는 한국과 함께 캐나다, 영국, 스웨덴, 미국, 프랑스가 올랐다.
국내 패션 브랜드 빈폴이 전통 한복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는 단복은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이루고, 한복의 동정을 모티브로 따 네이비 블레이저 라인에 흰색포인트를 줬다는 부연 설명이 더해졌다.
이 기사와 유사한 기사들은 SNS를 타고 빠른 속도로 공유되며 대중들에게 이슈가 된 듯하다.
그런데 그 실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기사를 두고 4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바로 이 연재 칼럼이 시작된 계기이기도 하다.
댓글들의 주요 골자는 비난이었다.
혹자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우리나라 젊은 디자이너들과 왜 작업을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고, 디자인실이 아닌 행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유무형 자산이 인정받았음에도, 칭찬과 격려 보다 디자인이나 시스템의 문제가 제기된 이유가 뭘까.
어째서 네티즌들은(댓글상의 표현을 종합해 보자면) ‘북에서 내려온 고교생이 사파리 가이드 부업을 하는 유니폼’ 을 두고 일상 소비 속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으나, 국가를 대표하는 상황에서 치욕을 느끼게 된 것일까.
어째서 우리의 단복은 한복에서 영감을 받았음에도, 엘살바도르 선수들의 노티컬 룩(Nautical Look)과 유사한가.
어째서 빈폴은 있는데, 한국이 없는 단복이 되었을까.
이러한 반응들을 목도한 순간, 기사에 언급된 브랜드의 시스템과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흘러갔다.
이것은 비단 ‘빈폴’ 이라는 브랜드와 디자인팀을 비난할 일이 아니라, 국내 전반의 디자인 산업 구조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공적 자금에 의존해 디자이너를 표면적으로 양성하면서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만들어냈다.
공적 기관의 대의명분이 아닌, 민간에서의 목표가 분명하게 생겨야 하는 산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폴로’ 와 한국의 ‘빈폴’ 을 다를 바 없이 느끼는 소비자와 디자이너 브랜드를 통한 투자 엑시트 전략을 비현실로 인식하는 민간 투자자, 분명한 아이덴티티 보다 현실을 코디네이션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모여 ‘무형자산’ 을 매출 프레임으로 측정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디자인과 역사가 맞물려 대중을 설득하고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 매출을 일으키는 것은 운이 좋아 얻어걸리는 결과가 절대 아니다.
그 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디자인 산업은 시대의 ‘유산’ 이 ‘유감스러운 어떤 것’ 이 되었다.
우리 세대의 과제는 자기복제가 아니다.
‘우리 것’ 이 유효하지 않음은 이미 수차례 증명됐다.
독자적 개별성이 온전하게 ‘미’ 로서 역할을 할 때, 사회적 합의인 ‘의식’ 에 근거한 오늘 날의 ‘형태’ 가 켜켜이 이어져야 전통이 유전된 스펙트럼이 만들어진다.
시대의 ‘유산’ 을 현실의 자산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담론은 지금 현재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아젠다(agenda)이다.
TOP 5에 선정된 국가들 중 그들에게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것에 대해 다음 칼럼에서 짚어본다.

소울팟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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