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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3)
시대 遺産, 시대 遺感(2)

발행 2017년 01월 03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3)

시대 遺産, 시대 遺感(2)


경쟁과 효율은 등가교환을 원했다. 현재 디자인 생태계의 변화는 디자인계 내부의 동력이나 제도적 성과가 아니다. 한국은 상업주의 목적의 디자인과 입기 어려운 예술이라는 이분법에 기초한 틀로 모방을 권유하고, 상상을 말살시킨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평창올림픽 유니폼’사례를 통해 시대의 ‘유산’을 현실의 자산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아젠다와 TOP 5에 선정된 국가들에는 있지만, 우리에겐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칼럼을 통해 그 본질에 더 다가가보고자 한다.
‘보그’이탈리아의 인재 스카우터이자, 에디터인 사라마이노는 러시아 패션위크에서 말했다. (이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9가지 조언’이라는 제목하에 이루어졌다.)
“때때로 아이디어는 단지 사람들의 주목을 잡아끄는 프로젝트의 독특성에 불과하다. 문화적 전통을 기반으로 동시대의 모던한 스타일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해야 하며,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유니크하게 상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스토리가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소비자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 조언은 패션계의 얘기만은 아니다. 영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에 이르기 까지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적용되는‘자기다움’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다.
다양성이 존중받고, 남과 다름으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영역, 그런데 불행히도, 사라마이노가 말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상식은 오늘날 국내에서 통하기 어려워 보인다.
IMF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경쟁과 효율이 최대의 미덕이 됐다. 인터넷과 디지털 디바이스의 발달로 미디어 환경도 급변, 전통 디자인 시장이 위축되어 갔다.
비정규직의 증가 뿐 아니라 디자인 인력의 사회 진출 기회는 점점 줄었다. 실업률이 올라갈수록 공적자금은 창업을 권유했지만 취업이던, 사업이던 신자유주의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디자이너의 현실은 악화되어 온 게사실이다.
경쟁과 효율은 등가교환을 원했다. 현재 디자인 생태계의 변화는 디자인계 내부의 동력이나 제도적 성과가 아니다. 한국은 상업주의 목적의 디자인과 입기 어려운 예술이라는 이분법에 기초한 틀로 모방을 권유하고, 상상을 말살시킨다.
산업은 있지만 문화가 없고, 문화는 산업 속에 끼워 팔기 된다.
그리고 그 사이 전통과 역사는 서양과 달리‘촌스러운 어떤 것’이 되었다.
혹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이것이 상식인 것처럼 말한다. 패션에서의 창조는 이미 끝났으며, 복제의 연속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이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를 통해 좋은 것을 알아보고 익숙함을 향해 지불 능력을 사용했다. 이에 디자이너는 쉽사리 피해자를 자처하고, 상상을 실천하는 용기를 외면해왔다.
모방을 통해 상상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모방에서 그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름을 역사가 증명해 왔다.
K-POP 스타가 입는 옷이 KFASHION이 된 요즘, 이것이 융합이고 창조라 우기는 빅브라더는 한국에 있지만, 모방과 상상의 균형은 한국에 없다. 마켓 사이즈 한계 이전에 잠재된 창조성을 거세시키는데 동참하고 있다.
섬유와 제조의 무게 중심은 이미 중국과 베트남으로 넘어 간지 오래다. 중국은 국가와 민간 차원에서 인재투자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의미와 가치를 읽어낼 수 없는 눈을 가진 구성원의 커뮤니티는 피상적이 될 수밖에 없으며, 획일화에 불을 지핀다. 여기에는 사실상 ‘비전’과 ‘사람’이 필요 없다.
우리는‘내일’을 갉아먹으며 ‘오늘’을 살고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TOP 5 국가들이 어떻게 이 균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역사적 유산과 시대의 자원을 융합했는지 알아본다.

소울팟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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