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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플미꾼(악덕 리셀러)과의 전쟁

발행 2021년 11월 09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 법 이야기’

 

출처=샤넬

 

‘프리미엄’은 원래 고급스러운 단어였다. 하지만, 부동산을 포함하여 여기저기 돈 되는 곳들마다 ‘꾼’들이 활개를 치면서 어느덧 프리미엄은 고약한 유통 마진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전락해버렸다.

 

꾼들은 명품 세계도 가만 놔두지 않았다. 프리미엄을 받고 되판다는 의미인 ‘플미꾼’이라는 은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깎아 먹는 플미꾼을 가만 놔둘 수 없었다. 샤넬과 롤렉스 등 브랜드들은 플미꾼을 제어하기 위해 올 초 '구매제한' 조치를 내놓았다.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오픈 런이 시작된 것도 플미꾼들의 등장 때문이다.

 

리세일(resale, 환매)은 소유권이 가진 권능의 하나로, 얼마든지 법률상 처분의 자유로서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영업적인 행태로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시장의 거래질서를 교란시킨다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올 여름 샤넬의 핸드백 가격 인상 직후 클래식 백에 프리미엄을 엄청 붙여 되파는 플미꾼이 기승을 부렸고, 애꿎은 소비자들만 더 비싼 가격에 분통을 터트렸다. 명품업체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초부터 플미꾼을 블랙 리스트에 올려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 나왔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샤넬은 구매제한 조치를 꺼내 들었다. 샤넬코리아는 스테디셀러 '클래식 백 블랙'을 1년에 1인당 1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쿼터제'(할당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보이샤넬·코코핸들 등 샤넬의 다른 인기품목에도 2달에 2개라는 구매 제한을 걸었다.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심지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며, 대기하는 경우 대기자 명단의 이름과 동일한 명의의 카드로만 구매할 수 있다. 심부름센터 등에서 구매자의 줄을 대신 서주는 서비스에 대한 대응 조치인 것이다.

 

블랙 리스트에 올라간 '판매 유보 고객'에게는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고 대기 등록조차 불가능하다. 롤렉스도 1인당 구매 가능 개수를 제한하되, 점포별 제한 기준에 재량을 부여해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

진정한 애호 소비자들의 불편, 불만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명품은 단시일 내에 그저 많이 판매하는 방향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관리에 더 집중한다.

 

탐욕스러운 플미꾼들은 브랜드 가치를 저해하는 훼방꾼이다. 매출이 다소 줄더라도 적절한 공급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게 명품 업체의 입장이다.

철저한 재고관리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브랜드 유지 비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들기 위해서는 신발이나 보석류 등 저가 품목의 구매 실적을 꾸준히 올려야 한다. 악덕 리셀러들의 무분별한 유통을 관리해야 브랜드도 살고, 소비자도 산다.

 

명품업체의 쿼터제가 얼핏 부당하게 느껴지지만, 불법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 거절'이 되려면, 거래 자체의 거절이 아니라 부당한 목적이라는 요건이 필요하다. 고도의 영업 전략이자 브랜드 관리 목적으로 나쁜 놈들을 잡는 조치에 해당하므로 적법한 것이다. 일부 악덕 고객에 대한 정당한 차별은 허용되어야 하므로 선량한 소비자는 일정 부분의 불편을 참을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 정보 보호법'의 위반 소지는 있다. 명품업체가 작성한 판매유보자 명단은 정보처리자인 명품업체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블랙리스트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영업에만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면책의 여지가 높아 보인다. 오히려, 플미꾼들의 사재기 행위를 유심히 눈여겨보는 것은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상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 행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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