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훈] 코로나 사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남훈의 ‘패션과 컬처’

발행 2020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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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지금 지구는 코로나 전쟁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이 바이러스는 이제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그리고 미국과 동남아시아까지 확산되고 있다. 바이러스를 대하는 각국의 대응은 매우 달라 보인다.


아무래도 비즈니스 관계가 많은 이탈리아가 신경이 쓰였던 요즘, 지난달 다녀온 밀라노에서 친구들이 계속 연락이 온다. 한국의 바이러스 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을 하는 친구들에게 오히려 내가 더 걱정스러운 안부를 묻는다. 지금 더 심각한건 주요 도시들이 봉쇄된 이탈리아니까.


우리나라에 비해 세금이 월등히 높은 이탈리아지만, 그곳 사람들은 국가 시스템이 공공의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신뢰를 갖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도시 봉쇄만 할 뿐 감염의 경로를 밝히거나 효과적인 방역을 실시하지 못한다. 고의적으로 검사를 적게 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 자체가 없어 보이는 일본 정부도 시스템이 안 돌아가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국가 시스템이 안정적인 미국은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 개인들이 부담을 크게 느낀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이벤트가 취소되고,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며, 사재기도 발생한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사재기가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영향이 크다. 전 국민이 생필품처럼 마스크를 쓰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으로 예민해지며, 각종 행사는 취소되고, 사람들 간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생겨났다. 초기에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던 신종 바이러스는 의심스러운 종교 단체의 무책임한 행동에 의해 확산되었지만, 더불어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미디어들의 온갖 부정적인(때론 가짜인) 뉴스들로 증폭되었다.


그래도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백화점들을 다녀보았는데, 국내 백화점 매출 1위인 신세계 강남점이 주말에 그렇게 사람 없는 건 처음 본 모습이었다. 예전 명동에 있던, 세일 기간에 쾌적한 쇼핑이 가능했던 쁘렝땅 백화점 생각이 날 지경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대단하다. 마스크만 믿지 말고 손을 열심히 씻는 게 중요하고, 어디서든 스스로 조심하면서 내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백화점, 극장, 식당, 호텔마저 한산하고, 증폭된 공포가 온 사회를 지배하면 경제는 어떻게 돌아가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도 그럴진대 소규모 개인이 하는 음식, 패션 매장들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이나 매장의 마케팅 활동을 뒷받침하는 대행사들과 프리랜서들은 또 어떤가.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뉴스보다, 마스크가 없으면 당장 인류가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떠들며 하루 종일 사회적 스트레스를 생산해내는 미디어는 도대체 누구를 위하고 있는걸까.


코로나 방역을 끝내고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음을 확인한 중국 어느 도시에선 폭발적인 소비가 일어났다고 한다.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동안 얼마나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살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우리들도 그런 스트레스를 견디며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어려움이나 공포 혹은 충격적인 일 앞에서 사람의 본바탕이 드러난다. 누군가는 모든 게 다 문제라고 소리를 높이고, 희생양을 찾아 분노를 유발하며 주변에 부정적인 기운을 확산시킨다. 다른 누군가는 묵묵히 할 수 있는 걸 하며 타인과 사회를 배려한다.


온 국민이 바이러스 전쟁을 치르는 지금, 가족과 사회를 위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양보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의 건강한 소비를 하며, 어려운 가운데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격려를 보내주어야 한다.


이 사태들이 지나 친구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옷을 입고 와인을 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했는지를 깨닫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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