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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접근

발행 2020년 11월 0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남훈의 ‘패션과 컬처’

 

출처: 게티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지금 세계는 온통 ‘예측’으로 가득하다. 

코로나 이후의 여행은 언제 가능할지, 미국 대선은 어떻게 결론 날지, 선진국으로 여겨왔던 유럽은 팬데믹의 데미지를 딛고 회복할 수 있을지, 애플 주식은 얼마까지 오를지, 그리고 화성에 가겠다고 선언한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을 넘어설 것인지 등등 다양한 주제들이 매일 우리 앞에 던져진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전 지구적 인기의 BTS에 대한 담론들을 시작으로 언제나 외국과 비교해 부족한 걸 찾던 우리가 선진국의 면모를 논하고 있다. 서점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변화, 주가의 흐름, 새로운 직업, 라이프스타일의 진화에 대한 담론을 담은 책들이 넘쳐난다. 


외부 충격이 있기 전까지 기업이나 사람이 스스로 변화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동시에(여름에 마스크 쓰면 죽는 줄 알았지만 지난 여름 우리 모두 잘 적응하고 살았다) 삶이나 생각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사실 지난 십여 년간 패션 산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브랜드의 명성을 알리고, 큰 도시에서 패션쇼를 하고, 핵심적인 상권에 매장을 열고, 시즌마다 신상품을 팔면서 산업 사이클은 돌아갔다. 새로움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키우는 방법으로 더 많은 옷을 팔 수 있게 되었지만 매년 지구의 인구보다 100배 많은 들이 지구를 채우며, 코로나 이전부터 양극화와 공급 과잉의 문제가 임계점으로 치달아 왔다. 


지금 코로나는 더 많은 것을 더 강력하게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의 위기, 온라인 시장을 놓고 벌이는 과도한 경쟁, 패스트 패션이 주는 피로감, 그리고 남에게 보여주는 패션이 아닌, 개인의 건강과 휴식을 위한 패션의 부상 등이 그것이다. 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와 인플루언서, 블로거들이 가득했던 패션쇼가 사라지면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잡지와 신문을 대체하는 뉴미디어의 핵심이 되었다. 한국에만  1,165만 명 이상의 계정이 있는 인스타그램의 부상은 곧 트렌드와 콘텐츠 공급자의 변화를 의미한다. 글로벌 브랜드나 막대한 팬덤의 스타가 제공하는 트렌드가 아닌 일반인 각자의 컨셉으로 큐레이션된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다행히, 그리고 당연하게 팬데믹의 충격과 관계없이 소비자의 수준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 시대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쇼핑을 적게 하고 쇼핑을 할 때엔 더 까다롭다. 패션에 대한 전체적인 수요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포멀웨어, 핸드백, 하이힐 같은 전통적인 럭셔리 카테고리 매출이 줄고 캐주얼웨어, 스포츠웨어, 홈이나 미용 카테고리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패션업계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골프 브랜드를 줄줄이 런칭하고, 트래디셔널 웨어들을 캠핑웨어로 전환하면서 카테고리의 캐주얼화를 새로운 트렌드를 정의하고, 다시 6개월 이후를 위해 막대한 재고를 생산하는 방식은 과거의 반복일 뿐이다. 


시장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고,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방대한 재고만 쌓이게 된다. 유행을 단기간에 복제하고 유통하는, 다양성 결여는 결코 패션 산업의 올바른 접근법이라 할 수 없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한정판 제품도 가치가 있지만, 팬데믹 시대의 럭셔리는 안정감을 가진 공간, 오래도록 가치를 잃지 않는 물건, 그리고 개인화되어 대중적이지 않은 제품들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패스트 패션의 경험으로부터 배웠듯 모두 비슷한 트렌드를 소화하기보단 개성을 부여하거나 커스터마이징되어 새로운 가치를 획득하는 제품들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산업이 개성을 존중할수록 문화의 다양성은 늘어나게 된다. 


패션이 인류 문화에 기여하는 방식은 그러한 것이어야 한다.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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