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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오픈 런, 명품의 희소성은 고객의 기쁨이 되고…

발행 2022년 07월 14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명품의 탄생’

 

지난 1월 영등포 타임스퀘어 ‘롤렉스’ 매장 앞에 긴 대기 행렬이 늘어서 있다. / 사진=어패럴뉴스

 

얼마 전 눈에 띄는 기사를 접했다. 예물 시계의 대명사인 롤렉스의 공급 부족으로 고객과 유통 업체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품이 롤렉스뿐일까. 에르메스의 켈리와 버킨백, 샤넬의 클래식 백을 지칭하는 2.55 핸드백, 파텍필립의 스틸러스, 오데마피게 로얄오크 등은 돈이 있다고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다. 예약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로 인해 원하는 상품이 입고된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고객들은 전날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선다. 이른바 오픈 런의 풍경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백화점에서 20년, 그것도 오픈 런의 원흉(?)인 명품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해 온 나로서는 정작 “도대체 저렇게까지 하면서 꼭 사야 할까”하는 의문이 가시지를 않는다.

 

그런데 최근 오픈 런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계기가 있었다.

 

나는 최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두 번의 오픈런을 경험하게 됐다. 한번은 주변의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총 2시간의 줄을 섰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故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의 표를 구하기 위해 매표 시작 2시간 전부터 줄을 선 일이었다.

 

두 번의 오픈 런에서 느낀 감정은 사뭇 달랐다. 첫 번째 오픈 런은 짜증이 올라왔다. ‘대체 언제 되는 거야’라는 말을 반복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오픈 런은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모네의 ‘수련’을 실제로 보는 감동을 상상하며 설렌 나머지 2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르게 즐거웠다.

 

“아! 이거구나.”

 

전날부터 기다리는 이유, 그 기다림이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구매의 순간, 그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 얻는 만족감이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됐다.

 

그런데, 그러한 감상적 해석만으로 그치기에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브랜드들은 정말 생산이나 운송 등 현실적인 이유만으로 소중한 고객들을 줄 세우는 것일까. 자신들이 만드는 명품만큼이나, 그것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품위 역시 지켜줄 의무가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내가 두번째 오픈 런에서 느꼈던 감정을 의도적으로 선사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이 많은 브랜드는 매장 수나 생산 물량을 늘리면 매출을 급속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장 수나 물량을 한정해 고객들로 하여금 더욱 사고 싶게 만드는 ‘희소성’이야말로 명품의 생명을 지속시키고 존재 가치를 확인시키는 핵심 마케팅이다.

 

모 명품 브랜드는 숙련된 장인이 하루에 단 하나의 가방만 제작한다며 상품 공급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그 숙련된 장인 중 한 명은 지금도 전 세계를 돌며 제작 시연회를 한다. 그럴 시간에 가방을 하나 더 만들면 고객들이 구매를 위해 애태우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 틀림없는데도 말이다.

 

오픈런은 이렇듯 명품 업체의 현실적인 이유보다는 확장성(매출 확대)과 희소성(마케팅 효과) 사이에서 하는 행복한 줄타기에 가깝다.

 

오늘도 많은 브랜드가 행복한 줄타기를 하는 광대에 이르기를 기대하며 런칭을 하고, 백화점 바이어는 그중 어떤 광대가 진짜가 될 것인지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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