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패션 업체가 ‘극혐의 직장’이라 불리는 이유

발행 2021년 06월 08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출처=게티이미지

 

 

금융계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지인이 카카오로 이직했다. 연봉을 크게 올려 받지는 않았지만 복지 조건이 월등히 좋아 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카카오는 워킹맘들을 위한 자체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일터 근처에 있으니, 마음 편히 직장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패션 업계는 여성 직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 군에 속한다. 영업을 제외한 디자인, 기획, 온라인 등 대부분 부서가 여성 비중이 높다. 특히 디자인 부서는 대부분이 여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들을 위한 복지를 갖춘 회사는 거의 없다. 브랜드 메이커로 불리는 패션 기업 중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5~6년 전 수출기업 세아상역이 워킹맘 직원들을 위한 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한 것이 유일하다.


패션 업체 한 여성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중에 애를 낳고 사라지는 직원들이 너무 많다. 육아 휴직 체계가 좋은 편도 아니고, 일단 휴직을 하고 나면 자리가 없어 복직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참 일할 나이, 능력을 펼칠 나이에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패션 업계 워킹맘들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출처=카카오

 

 

얼마 전에는 업계 한 부서장으로부터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을 부서에 채용하려고 대표이사 면접까지 봤는데, 대표이사가 “참 괜찮은 친구 같은데, 연봉이 형평성에 안 맞으니 잘 설득해서 회사 내규에 맞춰보게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희망했던 연봉이 높았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현재 근무 중인 회사 연봉과 동일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보다 연봉을 더 낮춰서 사람을 스카우트하라고 지시한 그 대표는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연봉이나 복지 등 직원에게 투자하지 않으면서 좋은 인재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80년대에나 통했을 생각이다. 


최근 20~30대 젊은 층들은 회사를 선택하면서 ‘블라인드’ 등 커뮤니티 사이트를 참고한다. 블라인드에는 각종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남긴 회사에 대한 평가들이 넘쳐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블라인드에 나와 있는 평점이나 평가들을 보면 실제와 얼추 맞다. 주변의 대부분이 이직하는데 블라인드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패션 업계 오너들은 과거 습관과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원에, 사람에 대한 투자에는 그토록 후진적이고 인색하면서 늘, 사람이 없다고 툴툴댄다. 투자 여력이 없어서인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회사 수익으로 건물을 사들이고, 사재를 비축하면서 사람은 어찌어찌 싼값에 쓰려 드는 오너들이 여전히 참 많다. 오너니까 회사 수익을 혼자 취하는 것이 당연하고, 세상 모든 사장님은 부자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도 옛날 생각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사장과 직원 간의 그 큰 ‘격차’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복지와 연봉을 내걸고 사람을 끌어모으는 IT 업체들에 열광하는 것이다. 


이제 비밀은 없다. 직장인들 간의 디지털 네트워크가 활발하고, 직원들의 복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당장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직원과 절대 같이 할 수 없고, 회사의 미래도 멀어진다. 

 

 

오경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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