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백화점의 디지털 판매, ‘기생(寄生)’이 전략인가

발행 2021년 12월 14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출처=G마켓

 

국내 대표 온라인 플랫폼 11번가나 G마켓에서 백화점 유명 브랜드를 검색하면 전국 백화점 점포에서 업로드한 제품들이 줄줄이 노출된다. 동일한 상품인데도 점포별로 가격은 제각각이다. 최저가에서 최고가까지 곧바로 비교가 되고, 고객은 당연히 최저가를 클릭하게 된다. 고객은 결제를 하고 집에서 상품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판매처(유통사와 점포)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문제는 동일한 상품을 백화점 매장 수십 곳에서 경쟁적으로 판매하다 보니,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한 브랜드를 놓고 많은 점포들이 제 살을 깎아 먹는 가격 경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은 신경 쓸 게 별로 없다. 해당 플랫폼사와 제휴를 통해 판매 코드를 열어 놓고, 브랜드 매장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코드로 판매되는 경우 실적은 백화점 온라인 매출로 잡히고, 백화점은 판매분에 대한 일정 수수료를 챙긴다.

 

결과적으로 백화점은 판매망을 넓혀 매출을 더 거둬들이는 효과를 보지만, 입점 브랜드들의 이러한 과도한 출혈 경쟁에는 관심이 없다. 암묵적으로 부추기는 모양새에 가깝다.

 

이 같은 상황은 백화점 입점을 통해 적정한 가격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업체들의 의도와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적에 쫓기고 퇴점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가격 경쟁이 불가피한 중저가 사이트에서의 판매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가격이 한눈에 보이는 가격 비교 기능은 경쟁을 더 심화시킨다. 그 결과 각종 쿠폰 등을 남발하며 할인에 할인이 더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통들이 브랜드의 이중, 삼중 택 가를 간접적으로 부추기고 조장하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백화점 수수료를 내면서, 중저가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할인된 가격에 판매를 하면서도 각종 컴플레인과 애프터 서비스에 대응해야 하고, 소요되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백화점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최상의 상황이다. 남의 플랫폼으로 매출을 올려, 백화점과 똑같은 수수료를 챙기는 식이니 요즘 말로 ‘줍줍’이나 다름이 없다. 사실 이런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는 백화점에서 매출이 높지 않은 브랜드들이다. 말하자면 백화점은, 요즘 돈이 된다는 명품을 확장하면서, 돈이 안 되는 브랜드는 온라인으로 내몰아 돈을 번다.

 

그동안 백화점은 온라인 특히 중저가 종합 사이트에 대해선 엄연히 갈 길이 다르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백화점 온라인 매출 경쟁이 치열해지자 협력사들에게 오히려 이를 독려하고 있다. 그리고선 매출이 신장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같은 백화점의 영업 정책은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봐도 얼마나 단기적이고, 얕은 수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반복해 온 행태를 남의 온라인 채널에서 이어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차별화된 콘텐츠, 서비스 차별화로 제대로 된 경쟁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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