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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백화점의 비효율 점포 방치는 민폐다

발행 2022년 07월 18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롯데 미아점 외관 / 출처=롯데백화점

 

명품을 품은 주요 백화점 점포들이 팬데믹 기간에도 전 세계 매출 1위, 최단기 1조 달성 등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이와 달리 지방점과 서울 및 수도권 일부 비인기점포들은 실적 악화로 곡소리를 내고 있다.

 

롯데 미아, 신세계 김해, 롯데 포항, 현대 부산, AK 평택, 롯데 센텀시티, 갤러리아 진주, 롯데 건대시티, 신세계 마산, 롯데 상인, AK 원주, 롯데 관악점, 현대 동구, 롯데 마산점 등은 70개 점포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연 매출이 707억 원에서 1,600억 대 사이로, 연간 1,0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샤넬’ 한 개 매장보다 매출이 낮은 곳도 많다.

 

이는 곧 월 500만 원 미만의 패션 매장이 수두룩하다는 의미이고, 사실 이 정도 수준이면 지금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연쇄 폐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경고음을 내던 점포들이다. 현대 동구, 롯데 상인, 갤러리아 진주, AK 원주 등은 매년 20% 이상 역신장하며 서서히 가라앉는 중이었다.

 

산업 도시의 붕괴로 인한 지역 경기 악화와 온라인 등 신 유통 채널의 부상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유통사들에 있다. 대부분 방치한 상태로, 자구책도 마련하지 않으면서 백화점의 품위 유지를 위해 국내 업체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반면 더현대 서울, 현대 판교, 신세계 강남, 센텀시티점, 롯데 본점, 동탄점 등 서울 핵심 점포와 신규 점포, 프리미엄 점포에 대해서는 투자와 에너지를 전부 쏟아붓고 있다. 2년 사이 명품과 해외 브랜드 유치 역량에 따라 점포의 운명이 갈리자, 핵심 점포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명품 대부분은 하위 20개 점포에서 철수했다.

 

국내 업체들도 비효율 점포에서 발을 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입점보다 방을 빼는 게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모 업체 대표는 “방문 고객이 20명이 안 되는 날이 허다하다. 철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불발됐고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내셔널 브랜드들은 핵심 점포에서는 내몰리고, 비효율 점포에서는 매장을 억지로 유지하는 처지가 됐다.

 

유력 패션 업체의 한 임원은 “우여곡절 끝에 하위 10여개 매장을 모두 철수했는데, 전체 매출은 20% 이상 올랐다. 비효율 매장 철수로 이익과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유통사들도 위기의 점포를 살리기 위한 회생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업태 전환, MD 재조정 등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수습 전략이 필요하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과 상권이 다른데 단순히 명품이나 컨템포러리를 입점시켜 차별화하겠다는 현실성 없는 계획보다, 해당 지역에 맞는 특성화 점포를 구성하고 이에 적합한 MD를 찾는 게 해답”이라고 말한다. 점포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면 포켓 상권에 초점을 맞춘 지역밀착형 점포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하위 점포에 대한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판매 사원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을 동원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지자체와의 협업, 이벤트나 매장 환경 개선 등 전혀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요지는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에 목매지 말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 인구 층위에 비해 백화점 점포가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오로지 규모로 경쟁하던 시대의 부작용이다. 이제는 그보다 입점사와의 상생, 그것을 위한 업태의 전환, 그에 따른 투자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일부 프리미엄 점포에만 투자할 생각이라면, 민폐가 되어버린 비효율 점포는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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