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 지금, 상품기획의 조건

발행 2021년 08월 30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고메이494 한남

 

새로운 소비 주체인 MZ세대의 부상, 예기치 않았던 팬데믹의 장기화로 고객들의 구매 준거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런 흐름에서 지금 시대 상품기획에서는 무엇이 고려되어야 할까.

 

우선 일상에서의 고객 경험이 중요해졌다. 조 말론(Jo Malone)은 일상의 경험을 향기에 담아 제안하고 있다. ‘얼그레이 앤 큐컴버’는 얼그레이 홍차와 곁들이는 오이 넣은 샌드위치에서 영감을 얻었고, 웨딩드레스 실크 냄새에서 얻은 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프랑스 150년 전통의 도자기 베르나르도(Bernardaud)는 파리 본점 옆에 레스토랑을 냈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에어프랑스 1등석 식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고메이494에서 원하는 잔을 선택해 애프터눈 티와 디저트를 즐겼던 경험이 있다. 음식을 즐기는 고객의 일상에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며 참여하는 방식은 꽤나 효과적이다.

 

둘, 생각을 갖추어야 한다. 고객은 한 번의 구매가 아닌, 지속적으로 철학을 드러내고 유지하는 브랜드에 몰입하게 된다. 테슬라(Tesla)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애플(Apple)은 우리가 발견한 것보다 더 나은 세상을 남기려는 생각을, 레고(Lego)는 미래의 건축가로서 아이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생각이 읽히지 않는 브랜드는 팬덤을 가질 수 없다.

 

셋, 그래서 스토리가 중요하다. 어떤 생각에서 만들었고 그래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가 공감을 만들어낸다. 올 2분기 동유럽, 러시아, CIS 등 유럽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은 샤오미(Xiaomi)다. 좁쌀로 죽을 끓여 먹으면서 창업을 준비했다고 해서, 좁쌀이 사명이 된 이 회사는 이전까지 애플과 무인양품의 디자인을 충분히(?) 따라했지만 이제는 샤오미스러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작지만 강한 좁쌀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젠틀몬스터 서울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결심이 흐트러질까 두려워 옆에 칼을 차고 3개월간 100권의 책을 읽었다는 ‘젠틀몬스터’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몬스터스러운것이라 생각했다”며 스토어 경험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북촌의 오래된 목욕탕을 ‘Bath House’로 만들고, 홍대 매장은 25일마다 스토어 디스플레이 컨셉을 바꾸는 ‘퀀텀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스토리있는 브랜드는 깊은 공감과 흡입력을 갖게 된다.

 

네 번째는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무엇보다 실체(Reality)와 연결된다. 멋진 슬로건이나 미사여구가 아닌, 고객 약속이 제시되고 이를 지속해서 경험시켜주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 이는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구동되어야 지속될 수 있다. 쉬운 금융 플랫폼을 약속한 카카오뱅크는 1,600만명 MAU를 가진 국내 최대 금융 앱이 됐다. 빠른 확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쉽고 재밌게 설계된 사용자 경험 인터페이스에 있다. 또 어렵고 복잡한 금융상품을 대신해 ‘모임통장’, ‘26주적금’, ‘카카오뱅크미니’ 등 분명한 실체를 제시했다.

 

다섯번째, 철저히 테크(Tech)와 결합하거나, 아니면 아예 로우(raw)를 추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케모포비아(chempphobia)가 커지면서 원천이 부각된 로우 제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테크와의 결합으로 기존 제품을 새롭게 해석해 현재의 관심에 부합하면서 주목을 더할 수도 있다. 테크를 즐기는 세대들의 일상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에도 함께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의 조건을 갖춰 가는 것이다. 이 역시 패션 기업의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혁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상품기획에서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도 좋다.

 

 

안준철 컨셉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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