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지속 가능성의 본질은 결국 ‘상품’

발행 2021년 11월 22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최근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후배 동료들을 만났다. 늘 그렇듯 안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뒤 패션 산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나는 사업도 해보고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쇼핑센터에서 일하고 있지만, 패션 기업에서 계속 일해온 사람들이어서, 현재 업계에 대한 아쉬움과 답답함, 변화되어 가야 하는 방향 등 일에 대한 수다가 계속되었다.

 

대화 중에 생각하게 된 것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켜내야 할 것과 바꾸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키고 또 정리하는 과정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브랜드 사업에서 우선순위 1번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리스크가 브랜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타나거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이유로 호평을 받아 갑자기 성장하거나, 기획 또는 영업이 잘못되어 예측보다 많은 재고가 남아 재정적인 압박이 발생되는 경우 등 사업의 과정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직급이 낮아 책임과 권한이 많지 않던 젊은 시절이든, 사업의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임원 시절이든, 반드시 내가 결정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았다. 최종의 선택, 결정은 임원이나 경영진, 회사의 방향에 따라 이루어진다 해도 일을 맡은 사람으로서의 결정이 먼저였고, 그러한 판단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브랜드가 살아남아 고객들로부터 오래 사랑받으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내기는 어렵다. 다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분명히 있다. 우선 ‘재무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다. 사업을 전개하면서 재무적인 지표는 매우 중요하지만 의사 결정의 핵심이 ‘재무적 관점’이라면 위험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패션 사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재고 감량, 부실 요소 제거와 회사 내부자원의 구조 조정 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재무적 전략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이다. ‘지속 가능하다’라는 것을 어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리 들릴 수 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KPI에 선행적으로 작동하는 고객의 충성도가 아닐까 싶다.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략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대표적으로는 상품의 이미지가 주는 만족감과 사용을 통한 만족감, 두 가지가 있다.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품이 시즌마다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의 충성도가 상품보다는 이미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국 상품을 통한 만족도가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것이 충성도를 확보하는 선행적인 원인이다.

 

온라인 모바일 셀러들이 판매하는 상품들 중 소위 '초대박' 아이템이 많은 것은,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상품의 가격과 품질 그리고 고객들의 긍정적인 경험 리뷰가 작용한 결과다.

 

일례로 후배가 입고 있는 후드 티셔츠가 좋아 보여 상품 안쪽을 확인해 보니 착용감을 위해 소프트한 원단을 본딩한 제품이었다. 외관의 완성도도 높았다. 후배는 그 제품이 아주 잘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인지도는 없지만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이런 식으로 쌓여 결국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해외 브랜드들의 경우 특정 품목이 성공하면서 브랜드로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가 오래 생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고객들이 좋아하는 대표 상품이 무엇인지, 그 상품을 어떻게 더 키워 나갈지, 선행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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