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희] 기대 수명 83.5세, ‘시니어 근로기준법’을 제정하자

발행 2022년 06월 20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츌처=영화 ‘인턴’

 

한국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작은 영토에서 5천만 명이라는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이 엉켜서 살고 있는 반도 국가이자 한민족 국가다.

 

나는 시니어들이 모임 장소로 자주 이용하고 돈도 쓰는 중심지인 백화점에서 동종 브랜드들보다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를 2001년부터 경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이전에는 내가 경영하는 매장에 고객이 없으면 시니어 층에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고객을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 런칭할 때만 해도 고객들은 40~50대였는데 지금은 60~70대가 되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매장의 시니어 고객들을 만나며 나만의 경험적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 있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켰던 사람들이다. 자신의 인생 시간과 돈을 맞바꾸어 살다, 어느 날 그 존재감을 내려놓게 되었을 때 그 좌절감은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노인은 생산성이 매우 낮아 국가 운영의 관점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1970년 62.3년이던 기대 수명은 2020년 현재 83.5년으로 늘었다. 한국 사회는 2025년이 되면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시니어 근로기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니어 근로법은 기존 일반의 근로기준법과는 달라야 한다. 어느 산업계나 사회든 다수의 욕망이 존재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기존 체계나 제도를 바꾸는 일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시간에 바꾸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고용의 주체이자, 경제 주체인 기업이 바뀌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이라는 존재는 이윤이 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 생명 생태계의 본질에 입각해서는,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손해가 되지 않는 범주에서 실행에 나서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많은 은퇴자들의 일터를 정부의 세금으로 감당할 수 없다. 정부는 기업과의 공조를 이루어내야 하며 그 중에서도 대기업들이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대기업이 주도하도록 만들고, 그 안의 유통사들이 따라가도록 하면 된다.

 

정경유착이라는 본래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정치와 경제는 협업의 상대다. 두 존재가 협력해야만 다가올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은퇴자들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나는 20년 넘게 대기업 유통의 파트너사로 일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많은 은퇴자들을 보았다. 어떤 이는 은퇴 후에 저장된 번호를 다 지우고 단절된 삶을 택했다 했고, 어떤 이는 배우자의 죽음 이상으로 자신의 삶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평생의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엄청난 그림자는 겪어보지 못한 자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상실감일 것이다. 거기에 돈이라는 현실까지 들이닥치면 그 우울증은 쓰나미처럼 인생을 장악해 버릴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시간과 돈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일의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다.

 

돈이란 존엄한 것이다. 돈은 철저히 목적이 아닌 수단이어야 하지만, 인간과 그 삶의 존엄함을 지켜주는 절대적인 수단이다. 육체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사회적 단절이 일어나는 노년기에 돈이 없다는 것은 숨을 쉬고 사유하는 일조차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은퇴 나이, 정년 연장이라는 단순한 차원의 정책은 이제 집어치워라. 요즘 길 위의 65세들을 보라. 그들은 일터을 잃고, 사회적 단절을 겪기엔 너무나 젊다.

 

시니어들을 위한 일터, 시니어들을 위한 근로법이 제정되길 바란다.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